너를 만난 지 107일이 되고서야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쓰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태어나 제일 행복하고 신비로웠던
39주 동안의 임신,
그 마지막 기록.
사랑하는 내 딸아,
처음 너를 안아보았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차가운 내 손이 따뜻한 너의 몸을 감싸서
행여나 네가 추울까 봐 걱정과 미안함만 있었어.
그리고 나와 너는 너무 지쳐있어서 잠깐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지.
나는 입원실에 쉬고 있는 동안에도 너를 낳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저녁 6시 반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
너를 볼 수 있는 면회 시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너는 너무 예쁘고 천사 같았어.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하얀 속싸개에 감싸져 있었던 작고 작은 내 딸
그날 누구보다 더 힘들었겠지.
엄마가 온 줄도 모르고 고단하게 눈을 감고
자고 있던 너.
얼른 품에 안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내일이면 다시 만날텐데도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아쉬웠었어.
나는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지친 그날 밤에도 너의 사진을 계속 보며
잠을 못 자고 뒤척였어.
너는 그렇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태어났단다.
사랑하는 내 딸 소율아,
엄마는 너에게 많은 것을 줄만큼 잘나지도, 훌륭하지도 않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할게.
엄마는 너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게.
엄마는 네가 어떤 성격이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가끔은 투정을 심하게 부려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게.
네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겐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느끼게 해 줄게.
사랑이란 따뜻한 햇살을 받은 새싹은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단다.
그 뿌리는 바로 너 자신을 향한 믿음,
그리고 세상을 향한 믿음이란다.
네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세상에는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아주 아주 많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인해 살면서 네가 시련을 겪어도,
혹여나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양지바른 곳의 새싹으로 자란 너는
너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살면서 어떤 슬픔과 실망 고통이 찾아와도
움츠리지 말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다시 햇살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기.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우기 위해
무한한 사랑으로
네가 뿌리를 단단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거야.
엄마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 바라지 않아.
다만 네가 너 스스로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중에 엄마가 혹시라도 이 마음을 잠깐 잊어버려서 너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버겁게 한다면
엄마는 다시 이 편지를 읽어볼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서투를지도 몰라.
그래도 엄마를 믿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엄마는 꼭 너에게 모든 걸 바쳐 사랑을 해줄게.
내 모든 서투름을 받아준 고마운 아가야,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첫 아가야,
엄마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너를 낳았다는 것.
너를 이 세상에 살게 했다는 것.
온 마음을 다해 말해도 모자라지만
마음과 마음을 다해 말할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