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이론과 실전, 그 간극

38주 차의 기록

by 덕순

처음 휴직에 들어갔을 때, 내 마음속엔 두 가지 생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공부만 하고, 일만 하고 살았으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겠다.'


'아니야.. 모처럼 이렇게 시간이 많은데 그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자.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없을 수도 있으니 다른 일거리도 찾아보고...

최소한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


무조건 푹 쉬겠다고 처음에는 다짐했지만

세상에서 누워서 핸드폰을 멍하니 보는 시간이 가장 아까웠던지라 막상 휴직에 들어가니 나름 바쁘고 규칙적인 일상을 지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서 출근할 때처럼 똑같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대청소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보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면 혼자만의 자유시간 동안 뭘 할까 고르면 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끔은 아침의 선선한 바람을 맞고 싶어서 산책을 나왔고,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아기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을 시청했다.


육아라는 게, 어차피 닥치면 누구나 해 내는 거라지만 내 성격상 나는 미리미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겪을 시행착오가 무척 끔찍하게 다가왔다.

세상 모든 일이 똑같지만 공부할수록 육아는 말 그대로 'Ctrl+Z'(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한번 분유를 먹은 아기는 다시 모유를 먹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한번 안아 재운 아기는 다시 눕혀 재우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첫 단추가 이토록 중요한 과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와 엄마의 몸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었다.

내 실수로 한 번이라도 그 관계가 틀어지면 다시 맞물리기 힘든 톱니바퀴만 같았다.

육아는 마라톤처럼 멀리 내다보고 달려야 하는 장기전인데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조심스럽고 생각이 많아졌다.


최대한 실수를 안 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정말 많은 영상과 책을 통해 모유수유, 수면교육, 목욕 등 아기의 전반적인 보살핌에 대해 공부해 보았다.

하루 일과 중 아마 대부분이 이런 실전 육아에 대한 예습이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 중이지만 사실 얼마나 나의 이론 공부가 실전에 적용될지는 자신이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육아라는 게 그런 것 같다.


내 아이의 성향을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백날 공부한 이론이 내 아기에게는 무조건 통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론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서 실전에서 덜 당황하도록 돕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휴직을 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덕순이를 만나기 위한 예습을 해오고 있다.


덕순이가 태어나고,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하면

분명 내가 배운 이론과 실전이 달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모든 게 다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인데 원점으로 시간을 돌릴 수도 없다는 생각에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0 아니면 100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는 내 성격은 스스로를 분명 더 자책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할 것 같다.


하지만 육아는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 때문에 잠깐 넘어지거나 숨을 고른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무너지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곧 있을 미래의 내가 좌절하고 우울해할 때면 지금의 내가 건네는 말을 꼭 기억해야겠다.


어디 육아뿐일까.

세상 모든 게 그렇다.


멀리 내다보면 앞으로 갈 길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지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난다면 그다음 걸음을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덕순이가 태어나서 하루에도 한 뼘씩 쑥쑥 자라나듯이, 부디 나도 엄마로서 인생을 여유롭게 보는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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