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정답은 없어

25주 차의 기록

by 덕순


우리는 정보가 과부하된 세상에 살고 있다.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얻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얻는다.

도대체 뭐가 맞는 말인지, 넘쳐나는 정답 속에서 혼란스러워질 때가 많다.


학창 시절에 나는 가장 중요한 것만 쏙놓고 배운 것 같다.

그 시절 내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모두 정답이 있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정답이고 문제집 해설이 정답이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정답을 외우는 것뿐이었다.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판단하는 것이 더 건방진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정보과부화 시대에서 나는 정해진 답만 외우고 살아왔다.


그리고 너무 늦게 깨달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중요한 것은 정답을 외우는 것보다 정답을 가려내는 일이라는 것을.


첫 번째로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두 번째로 그걸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세 번째로 많은 정답 속에 내가 원하는 정답을 판단할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정답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틀린 것을 인정하고 다시 첫 번째로 돌아갈 수 있는 유연함과 융통성이다.


나는 이 중요한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험난한 세상을 살고 있는 정보 과부하 시대의 문맹이었다.

학교를 모두 졸업한 다음부터는 아마 이것을 아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곧 살아가는 능력의 차이인 듯하다.

말이 길어졌지만 요즘 내가 관심이 푹 빠진 육아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덕순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맘 카페와 유튜브를 뒤져가며 공부를 했다.


육아라는 시험에는 세상 엄마들의 숫자만큼 정답이 있었다. 각자 육아는 본인의 경험이 전부기 때문에 그 경험이 곧 정답이 된다.


내가 태어난 90년대에 아기 전용 빨래 세제, 아기 전용 세탁기, 아기 전용 세정제가 따로 있었을까?

그냥 어른들 쓰던 것 그대로 쓰면서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나는 몹시 투박하게 자랐을 것이다.

그 시절에 디럭스 유모차, 절충형 유모차, 휴대형 유모차... 무슨 구분이 필요했을까?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난 그저 포대기 한 장으로 잘 자란 것 같았다.


그렇게 나를 키운 엄마가 내린 육아의 정답은 지금의 내가 공부하는 육아의 정답과 한 참 다를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기르면 많이들 싸운다고 한다. 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너도 이렇게 길렀어'

이 말을 어떻게 안 들을 수가 있을까?

엄마에겐 이미 나를 길러오면서 내린 정답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내 정답지를 들이밀 수 있을까.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없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요즘 내 관심 목록 중 하나는 천기저귀이다.

화학 물질이 들어간 일회용 기저귀를 쓰다가 기저귀 발진이 생겨서 아기가 나중에 아파할까 봐 천기저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기저귀 하나로도 각자만의 정답이 있었다.


일회용 기저귀로 육아를 한 엄마 아빠에겐, 일회용 기저귀도 충분히 아기 피부에 문제가 없도록 부드러우며, 제 끼니 챙길 시간도 없는 바쁠 때에 그나마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흡수성이 좋아 오히려 아기들의 피부에 더 좋을 것이라는

정답이 있었다.

오히려 천기저귀는 자주 갈아주고 빨아주느라 엄마의 체력이 바닥날 것이고, 처음 구비하는데 무척 가격이 비싼 데다가, 금방 포기하게 되면 처치 곤란이 될 게 뻔하고, 흡수성이 약해 아이들 피부에 더 안 좋은 오답이었다.


그리고 나는 천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이 모여있는 카페이 가입해서 천기저귀가 정답인 엄마들의 의견을 들어보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할 때마다 생리대 때문에 피부가 쓸리고, 따갑고, 아픈 고생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다 큰 여자에게도 힘든 그런 화학 물질 범벅인 패드를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하루 종일 씌운다는 게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우세했다.

천기저귀를 매일매일 빨고 널어야 하는 엄마의 수고쯤이야 아기의 보송보송한 피부를 보면 충분히 보상받을 것이고, 좀 더 부지런하게 천기저귀를 갈아주면 흡수성이 약해 금방 축축해지는 단점도 어느 정도 보안이 될 것이다.

반면 일회용 기저귀는?

부피도 크고 매일매일 여러 장을 버리느라 환경에도 좋지 않고, 아무리 자주 버린다 해도 기저귀에서 아기의 대소변이 그대로 썩기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난다고 했다. 그 악취 때문에 기저귀 전용 휴지통을 산다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안 쓰는 편이 여러 모로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아마 제일 걱정되는 것은 일회용 기저귀가 뽀송뽀송함을 유지할 수 있는 화학 물질들 때문일 것이다. 오줌이 닿으면 젖는 게 당연한데, 뽀송뽀송하다는 것은 그만큼 몸에 좋지 않은 흡수체들이 잔뜩 들어갔을 테고 직접 아기의 연약한 피부에 닿아 있을 것이다.

천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에게 일회용 기저귀는 확실한 오답이었다.


나는 두 정답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하고 보자 위주로 살아온 나는 이번에도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생각이 바뀌더라도 일단 천기저귀를 도전해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미리 눈여겨봐 둔 천기저귀 브랜드가 참여한 베이비페어를 가서 20장이나 사 왔다. 한 장 당 8천 원 꼴로 비싼 가격이지만, 베이비페어에서 어느 정도 할인을 받고 잔뜩 사 왔다.

신생아들은 하루에 보통 20장에서 30,40장 까지도 쓴다니 먼저 해보면서 감을 익히고 나중에 더 살 생각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 천기저귀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모두가 나를 만류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육아에 정답은 없다. 모두가 각자의 경험이 정답일 뿐이다. 나도 내 정답을 찾기 위해 조금은 수고스러운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나만의 정답이 생기면 나는 언제든지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고, 절대로 남에게 나의 정답지를 강요하지 않아야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내가 다 해봤는데...'


이 말은 세상에서 제일 경계해야 하는 말이다. 고작 나 혼자만의 경험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전부 설명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나중에 덕순이가 자라면 나보다는 더 일찍

'세상에는 무수한 정답이 있어서 결국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정답을 스스로 찾아가고 정답이 아닌 것 같으면 언제든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유연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고,

나 또한 그렇게 덕순이를 기르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