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주 차의 마지막 날 병원 검진을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이제 가진통이 느껴질 수 있다고 하셨다.
배가 생리통처럼 아프고 조여 올 텐데 엄청 아프거나 규칙적이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하셨다.
사람의 몸은 참 신기하다.
아니, 내 몸은 참 신기하다.
각 주수별로 생길 수 있는 증상들이 딱딱 맞아떨어지듯 생기는 듯하다. 35주 차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임신 전엔 너무나 익숙했지만 9달 동안 느껴보지 않았던 그 아픔이 다시 느껴졌다. 배가 뭉치는 듯 쪼이는 듯 싸르르 아파오는 생리통이었다. 임신 중에 무슨 생리통인지, 겪어보기 전엔 몰랐지만 이건 영락없는 생리통이었다.
산책을 할 때, 누워서 쉴 때,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볼 때...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오더니 금방 가라앉았다.
그러다가 가끔 밤에 자려고 누우면 꽤 오랫동안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붙잡을 정도의 가벼운 아픔이었기 때문에 이 아픔이 진짜 진통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통을 겪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제대로 말할 정신도 생각할 정신도 없을 만큼 무척 아프다고 했다.
그 고통을 겪어보진 않았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겪는 싸르르한 아픔의 천배 만배 더 아플 것이란 막연한 추측을 했다.
진짜 진통을 겪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자연분만을 결정한 나로서는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운 공포이기도 하다. 가진통도 아플 때면 몸을 베베 꼬고 잠을 설치게 되는데 진짜 진통은 먹은 것도 모두 토할 만큼 아프겠지.
하지만 애써 자세하게 찾아보진 않았다.
늘 생각했듯이 우리 엄마와 엄마, 또 그 엄마가 모두 겪었던 고통이기 때문에 나도 잘 견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는 덕순이를 떠올렸다.
덕순이도 나중에 엄마가 될 수 있겠지.
물론 하나뿐인 소중한 내 딸이 평생을 혼자 살겠다고 하면 걱정은 되더라도 믿고 이해해줄 수밖에 없겠지만, 혹시라도 덕순이도 나중에 엄마가 된다면 나와 똑같은 경험을 겪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한 덕순이 덕분에 남들보다야 훨씬 행복하고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잘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임신 중에 겪어야 했던 입덧, 통증, 불편함을 덕순이가 그대로 느낀다면 마음이 무척 아플 것 같았다.
덕순이가 엄마가 될 때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의술이 발달해서 아프지 않게, 편하게 아이를 낳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마치 우리 엄마 세 대 때는 진통을 모두 겪고 아이를 낳아야 했지만 지금 우리 세대는 무통 주사라는 치트키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아예 안 아프진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 있기를.
언제부턴가 내 생각의 중심이 되어버린 덕순이.
자꾸 먼 미래까지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또 나의 생각의 시계추는 30년 후 미래로 가 있었다. 유난 맞고 오버스럽지만, 덕순이는 나중에 조금 더 편하게, 아프지 않게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