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출신 내담자의 꿈
내가 일하는 곳은 LA 카운티 정신 건강국(LA Department of Mental Health)이 운영하는 비영리 정신 건강 클리닉이다.
이곳을 찾는 내담자 중 상당수는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법원의 명령으로 상담받게 된 경우이다.
쉽게 말해, 나는 매일 범죄 전과자들과 마주하며 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이건,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이었다.
간병하던 사모님의 집에 무단 침입해 보석을 훔친 낸시, 일하는 초등학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패트릭, 그리고 18살에 특수강도죄로 7년을 복역했다 나온 티나까지.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들은 모두 실제 내가 만났던 내담자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은, 살인미수로 25년을 복역하고 나온 케빈이었다.
90년대, 그는 LA 한복판을 주름잡던 갱단 출신이었다.
총격전 끝에 체포됐고, 20대 초반의 나이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그가 처음으로 상담실에 들어섰을 때를 잊지 못한다.
얼굴, 목, 손등까지 온몸을 뒤덮은 문신은 물론, 군데군데 칼자국이 남아 있는 흉터들이 그의 과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맞은 편에 그가 앉았고, 그의 발목에서 전자발찌가 반짝였다.
생전 처음 본 전자발찌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무서웠다.
그렇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감시받는 존재’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긴급 호출 버튼 어디 있지?’ 하며 시선이 옆으로 갔다.
하지만 케빈은 뜻밖에도 예의 바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안녕, MK. 만나서 반가워. 날 위해 시간 내줘서 고마워.”
그의 말투는 정중했고, 눈빛은 놀랍도록 맑았다.
그는 45세였지만, 말투나 눈빛은 딱 스무 살 청년 같았다.
마치 청춘이 감옥 어딘가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가, 이제 막 다시 꺼내진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상담 중에 단 한 번도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질문을 할 때면 늘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대답했다.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인 것도 같았고, 혹은 나를 시험해 보려는,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습관 같기도 했다.
“나, 이제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어.”
그가 얘기했다.
“왜 하필 버스야?”
내가 물었다.
“버스는 멈췄다가 다시 가잖아. 나도 그렇게 다시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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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각 장애를 가진 심리 상담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