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

by 전민교

에릭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며 날 찾아왔다.

그의 전처는 그에게 펄펄 끓는 물을 부었고, 그는 3도 화상을 입었다.


그 사건으로 병원에 몇 달 동안 입원해야 했고, 피부이식 수술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전처는 현재 폭력 혐의로 복역 중이고, 세 아이의 양육권은 에릭에게 넘어왔다.

심한 화상으로 불편해진 몸으로, 그는 일도 하고 아이들도 돌보며 쉴 틈도 없이, 끊임없이,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온갖 고된 일을 전전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온 것이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고등학생인 친오빠에게, 즉 에릭의 아들에게 몹쓸 짓을 당한 것이다.

그 일은 에릭이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졌다.


경찰과 아동복지국의 조사를 거쳐 밝혀진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더 참혹했다.

가해자인 아들도, 사실은 에릭의 형, 즉 자신의 큰아버지에게 장기간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였던 것이다.

한 세대의 고통이,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건 분명히 지금 여기, 이 가족 안에서 벌어진 현실이었다.

에릭은 큰 충격에 직장도 그만두고, 무너지는 마음을 간신히 붙잡으며 상담실에 찾아온 것이다.

그의 형은 아동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고, 아들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에 따라 더 이상 에릭과 두 딸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에릭네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집에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


가해자인 친형,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아들, 피해자인 두 딸,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에릭.

그는 상담마다 울었다.


“내 형은 둘째치고, 내 아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그런데, 그 아이도 피해자였어.

왜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왜 조용히 있다가, 자기 동생들에게까지 그런 짓을…”

에릭의 목소리에는, 분노만큼이나 깊은 자책과 슬픔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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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각장애가 있는 심리 상담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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