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서
나는 오랫동안 내 ‘들리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보청기를 가리고, 불편한 기색 없이 정상인 척, 괜찮은 척,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심리 상담사가 되어, 누군가의 고통을 조용히 듣는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있는 그 조용한 고통, 나는 잘 듣고 있었나?”
상담실에서 만난 많은 사람은 정신 병력보다 ‘버려짐’에 고통스러워했고, 진단명보다 ‘존재의 외면’에 더 아파했다.
문제는 질병이 아니라, “아프다”라고 말했을 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 모든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정말,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짜로’ 듣고 있는가?
나는 정말, 내 이야기를 ‘진짜로’ 들어왔는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삶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고통을 듣기 위해 애썼고, 그만큼 내 목소리에도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어색하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애매한 자리가 있었기에 나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나의, 남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이 독특한 청각의 리듬이, 결국 나를 상담사로 만들어주었다.
이 책은 나의 기록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들리지 않는 내면의 소리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는 청각 장애를 가진 심리 상담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