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이여, 행복하라

왜 한인들은 상담을 꺼리는가

by 전민교

회사에서 내가 속한 부서는 ‘AP Recovery’로, 정식 명칭은 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 Recovery이다.


이 클리닉은 원래는 아시아·태평양계 주민들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에 사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언어 장벽, 불안정한 체류 신분, 인종차별,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세대 갈등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만, 정작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2008–2012년 미국 국립 약물·건강 사용 조사(NSDUH)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4.9%로, 백인(16.6%), 흑인(8.6%), 히스패닉(7.3%)보다 현저히 낮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체면’과 ‘수치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이다.

특히 한인 사회에서는 정신 건강 치료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꽤 부정적이다.

“정신병이 있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잖아요.”

“약 먹는 거 남들이 알면 안 돼요.”


실제로 한인 내담자들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이런 생각들이 상담실 문턱을 높인다.

그래서 대부분은 너무 오래 참다가,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나서야 상담실에 겨우 발을 들인다.

우리 센터는 한인타운과 가까워 한인 내담자들이 많다.


학업과 생계에 지친 20~30대부터, 치매 초기 증상으로 자식 손에 이끌려 오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싶어서, 창피하지만 와봤어요.”

52세의 미숙 씨도 그런 분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23살에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왔다.

그러나, 남편이 사기를 당하면서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이혼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식당일, 공장일, 청소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남은 건 무너진 건강과 공허한 마음뿐이었다.

기억력은 떨어지고, 일은 끊겼고, 교회에서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까지 당했다.

“선생님 눈에도 제가 한심하죠?”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삶을 지탱하기 위해 누구보다 사력을 다해 살아온 사람에게, 누가, 어떻게 ‘한심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식에게 인생을 쏟아붓고, 정작 자신을 위한 삶은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이분들은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리고 이 거부감은 때때로 폭력적인 현실로 이어진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온 30대 한인 남성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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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각 장애를 가진 심리 상담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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