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그리고 나 혹은 주변의 이야기들
그저 크면 무엇이든 될 줄 알았던 나이를 지나고나니 문득 막막해져 스물 셋에 휴학을 하고 드라마 작가 준비를 위한 입문 교육 과정을 듣게 되었다.
나같은 학생은 오히려 소수였고 은행 지점장에 항공우주 연구원까지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안에서 처음 쓴 대본도 여러 번 습작을 거친 글로 오해받을 만큼의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짧은 인생 경험탓에 나의 대본은 악역마저 알고보면 착한 사람이라 심심하다는 평이었고, 보조 작가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창창한 나이라며 여타 수강생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평생 내 이름을 건 대본을 쓸 수 있을지도 막막한 생활을 시작할 깜냥이 못 되었다.
결국 안정된 직장이 더 중요했던 나는 글 쓰는 일과 월급 받는 일은 별개로 보기로 결심했고 마지막 미련으로 지원한 모 광고대행사에 카피라이터로 면접을 보게 되었지만 면접관으로 들어온 CD님으로부터 ‘작가 하고 싶어서 온 거면 광고 생각 접어라’는 말만 듣고 쫓겨났다. 의도치 않게 결국 광고대행사 안에서 (글 대신 숫자로) 일하고 있는 팔자이나 남의 입맛에 맞는 글 써낼 수 있는 위인은 못되는 내 성미를 알아보신 그 분의 관심법에 가끔 감사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햇수만큼 더 살아내면 제대로 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말만 내뱉는 데 지쳐 스물 여덟번째 해를 맞고도 아직 부족한 내 경험에 좋아하는 영화를 버무린 이야기들을 써보려 한다.
당시엔 비겁하게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글 쓰는 것이 아직은 설레는 일이 될 수 있게 해준 과거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