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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24. 2018

내 친구는 어디에

결혼과 육아는 친구들과의 사이에 쉼표를 찍게 만든다

   나는 34살 여름에 결혼을 했다.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결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고, 30살이 넘어서는 직장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좀 더 넉넉해지면서 더욱더 내 생활을 즐기느라 결혼은 남의 이야기였다. 직장생활은 타이트했고, 시간이 나는대로  여행다니기 바뻤다.

  내가 정신없이 여행을 다니는 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났지만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솔직히 친구들의 결혼 후 삶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또  비혼인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주변의 비혼자 친구들은 배우자를 찾으러 소개팅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독신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또 남의 연애나 결혼을 시기나 질투를 하는 심보를 가진 사람도 없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연대감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비혼인 친구들에게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적잖이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네가 결혼을 할 줄이야...

 

  친구들은 메르스 발생과 지방 결혼식이라는 어마어마한 장애물을 뚫고 결혼식에 참석하여 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앞으로 우리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미쳐 알지 못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비혼자 친구들은 여전히 비혼자이고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의 연락도 만남도 해져 버리게 되었다.   

 

  내가 결혼을 하면서 우리의 카테고리가 기혼자와 비혼자로 분리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친구들도 못 느꼈다. 그동안 추억을 쌓아오면서 연결된 수많은 연결선 중 '비혼'이라는 연결선은 고작 하나의 선이었다. 하지만 그 선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게 되었다. 결혼식 이후 나는 내 삶에 집중하게 되고 게다가 아이까지 낳게 되면서 비혼인 친구들의 세계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함께  다니던 여행도, 퇴근 후 수다도 난 참석할 수가 없었다.


  내가 비혼자이고 친구가 기혼자가 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내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기혼자가 되고 보니 비혼인 친구들의 형체는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함께하는 세계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도 급속도로.  


  반면 이미 아기를 낳고 기르고 있는 친구들의 삶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이며, 출산이며, 백일, 돌 등 축하해줘야 될 시간을 내가 제대로 챙겨준 친구가 거의 없었다. 사실 무엇을 해줘야할지도 알지못했다. 결혼식에서 출산까지는 그나마 연락도 하고 만나고 아기도 보러 가고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결혼 한 친구들하고도 연결되었던 세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아기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친구들에게 예전처럼 연락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본다.
지금 나는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된 친구들의 삶과
그들을 지켜본 삶의 교차점에 서있는 기분이다.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나와 내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정신없는 육아의 시간이 지나가면 우리의 세계가 다시 강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 아마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같은 세계로 들어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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