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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14. 2018

육아친구 동요

동요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갓난아기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아기를 재우는 일이다. 아기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생후 1개월 된 아기들은 하루 24시간 중 17시간 정도를 자며, 자고 깨고를 5~7번을 반복한다. 생후 3개월 정도가 되면 총 15시간을 자고 낮잠을 3회 잔다. 6개월 이후로는 낮잠이 2회로 줄어들고, 18개월 이후로는 낮잠이 1회로 줄어든다. 잠만 제대로 잘 자 주어도 육아의 고충이 확 줄어든다.

  우리 아기는 잠은 잘 드는 편이었지만 100일 전까지 내 가슴 위에서 잤다. 침대에만 내려놓으면 엥~하고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수면교육을 많이 시도하지만 나는 수면교육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아기 스스로 침대에 누워 잘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튼 수면 장소는 둘째치고 아기를 재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졸린데 못 자는 아기들이 참 많다.


아기를 재우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자장가와 짐볼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동국 씨도 짐볼을 사용하더라). 짐볼 위에 앉아 몸을 살살 흔들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면 어느새 스륵 잠이 들었다. 나는 자장가를 부르면서 잊고 있었던 노래와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노래들, 노랫말이 예쁜 동요들을 내 기억에서 소환해서 하나씩 부르게 시작했다.


노래를 부를 때면 육아의 외로움과 힘듦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노래도 부르고 아기도 재우고 1석 2조의 시간이었다.   


  생후 3~4개월까지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특히 고전 영화 속 노래나 뮤지컬 노래를 좋아했다. 주로, '오즈의 마법사(1939)' 영화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영화 속에서 오드리 햅번이 창가에 앉아서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문리버(Moon River)',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에델바이스(Edelweiss)', 1981년 초연되었던 뮤지컬 '캣츠'의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테마곡인 '메모리(Memory)', 또 아바의 22개의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1994년에 초연한 '맘마미아'의 '댄싱퀸(Dancing Queen)'이 우리 아기의 자장가였다(물론 가사를 전부 외우지는 못한다. 모르는 부르는 허밍으로 불렀다. 이중에는 가사보다 허밍이 더 많은 곡도 있다. 흑)


   하루에도 몇 번씩 낮잠을 재워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꽤 되었다. 실컷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고, 다행히 우리 아기는 내 노래를 들으며 곤히 잠들었었다. 아기를 재우는 시간이 나에게는 휴식 같았고, 자장가를 불러줄 때만큼은 나는 뮤지컬 주인공이었다.

  생후 5~6개월 이후로는 짧은 한국 동요들을 주로 불렀다. 짧은 동요들의 대표곡들이라면 곰 세 마리, 작은 별, 바둑이 방울,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솜사탕, 햇볕은 쨍쨍, 구슬비 등이 있다. 이 동요들은 가장 대중적이면서 내가 어릴 때도 불러지던 동요로 고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부터는 아기가 동요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 아기가 반응한 곡은 '작은 별(작사 미상, 작곡 모차르트)'이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서 손으로 반짝반짝 율동을 해주었더니 어느 날부터 율동을 따라 했다. 고사리처럼 작은 손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손을 좌우로 흔들며 따라 하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고 신기했다. 혹시 천재인 거 아니야?(아기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기가 천재인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아무튼 아기가 노래와 율동을 기억을 하니 더 열심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이후로는 좀 더 긴 동요도 불러주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즐겨 부르던 노래들이었다. 좀 더 긴 노래들을 부를 때는 가사를 생각하면서 부르게 되는데, 어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답고 고운 가사들이 많았다. 특히 ‘뭉게구름(이정선 작사·작곡)’이라는 동요를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육아에 지쳐 메말랐던 감수성이 다시 꿈틀 하는 것 같았다.


♬뭉게구름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저 푸른 하늘 벗 삼아 훨훨 날아다니리라

이 하늘 끝까지 가는 날 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 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이 하늘 끝까지 가는 날 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 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우리는 또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뭉게구름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뭉게구름이 빗물이 되어 땅에 내리고, 다시 뭉게구름이 된다는 당연한 이치의 가사에서 자유로움과 당당함, 따뜻함, 관대함이 느껴졌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아기가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덕목들이다. 그런데 이 곡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동요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 가수 해바라기가 1976년에 발표한 민중가요였다. 그 후 동요처럼 번안되어 불러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노래 속에 그 당시의 염원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들렸던 것이었을까. 지금은 아름다운 동요로 불릴 수 있다는 현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자장가를 불러줄 때 노래를 부르면서도 다음 곡은 무엇을 불러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불러주었는데, 노래가 끊기는 경우가 있어서 언젠가부터 자장가 메들리를 만들어 놓고 계속 불러주게 되었다. 리듬이 비슷해서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서 부를 수 있다. 나의 자장가 메들리는 다음과 같다.  

반달(♬푸른 하늘 은하수~)-나뭇잎 배(♬낮에 놀다 두고 온~)-과수원 길(♬동구 밖 과수원길~)-오빠 생각(♬뜸북뜸북 뜸북새~)-섬집 아기(♬엄마가 섬 그늘에)-잘 자라 우리 아가(♬잘 자라 우리 아가~)

  이 메들리로 3~4번 부르면 어느새 아기가 잠이 들고, 부르다가 나도 잠이 들 때도 있다.


 재울 때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육아가 힘들고 지칠 때 동요를 틀어놓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 아기도 즐겁고 나도 다시 힘이 난다. 아기는 신이 난 엄마를 보고 까르르거리고, 같이 따라 춤을 추기도 한다. 부모가 꼭 지녀야 할 4가지 태도 중 ‘명랑함’이 있다(나머지는 ‘수용’, ‘호기심‘, '공감'이라고 한다. <엄마가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기>, 이임숙). 우울해지고 기분이 침체될 때 아이와 함께 동요를 틀고 신나게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춤을 추고 있는 나 자신이 웃기다고 생각되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엄마 따라 한다고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휘젓는 아기를 바라보면 행복해진다.

  앞으로 내가 접할 동요의 세계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이미 뽀로로와 핑크퐁 캐릭터 동요를 부르고 있고, 조금 더 지나면 만화영화 OST도 있다(사실 만화영화 노래들이 가장 기대된다. 어렸을 때 인어공주(1989년) 주제곡을 정말 많이 불렀었다). 우리 아기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될까, 오늘도 열심히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불러야겠다.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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