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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03. 2018

모유수유도 다 되는 것이 아니구나

모유수유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나는 몰랐네

   요즘은 제왕절개를 해도 모유수유가 바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난 수술 다음 날 모유 수유를 시도하고자 했다. 친구 L양도 제왕절개 후 바로 젖을 물렸고 그때부터 모유수유를 했다고 했었다.

  수술 다음날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를 입원실로 데리고 왔지만 내 가슴은 무반응이었다.


자궁도 무반응이더니 가슴도 무반응이다. 나의 신체기관들아 왜 이러니...


친구 L은 바로 콸콸 나왔다던데, 모유가 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내 지인 중에서는 모유가 안 나온 사람은 없었다. 1년을 모유수유 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내일이면 산후조리원에 가니 그때 도움을 받아서 시도해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산후조리원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출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 엄마와 24시간 붙어 있어서 아기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갑자기 발생하는 응급상황을 대처하거나 아기의 상태 변화를 전문지식 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24시간 의사가 대기하고, 매일 소아과 의사가 회진을 돌며,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곳을 중점으로 보았다.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도와주는 시설 및 사람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다행하게도 집과 가까운 곳에 내 기준에 충족되는 시설이 있었다.


  산후조리원에 입소하자마자 모유수유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모유수유 교육 및 가슴 관리를 하시는 분이 찾아오셨다. 우선 내 가슴을 체크하시고는 지금 유선이 뚫리지 않아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바로 가슴 관리에 들어가야 된다고 해서 그 날 오후부터 바로 가슴 관리실로 찾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했다. 단순히 가슴 마사지 정도로 생각하며 가볍게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위에 가슴을 드러낸 채 누웠다. 어색한 시간도 잠시 관리사분들이 양쪽에 앉아 내 가슴 하나씩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이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나에게 어떤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이런 고문을 하는 것이라면
모든 비밀을 다 말해버리고 싶었다.


  고통 없이 출산을 한 대가인가. 초유는 반드시 먹인다는 신념으로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꾹 참아냈다. 얼굴 위로 차가운 액체가 후드득 떨어졌다. 얼마나 세게 짰는지 젖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내 얼굴로 떨어진 것이었다.


다행히 그 날부터 젖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알람을 맞추고 유축기로 2~3시간마다 젖을 짜야했다. 산후조리원은 쉬러 들어가는 곳이 아니었. 그런데 모유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유축이 아니라 직접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한다고 한다. 오히려 유축은 젖양을 줄인다는 것을 몰랐다. 낮에는 아기가 깨어나면 신생아 모유실로 달려가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하지만 생각만큼 모유 양은 늘지 않았다. 젖병에 한가득 노란빛이 나는 초유를 담아가는 엄마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   


  난 초유를 얻기 위해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일 내내 내 가슴을 매일매일 관리사분들에게 맡겨야 했다. 관리실에 가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은 제발 덜 아프길...

 

  그렇게 2주일이 흘렀고, 난 가슴 마사지와 작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젖양은 늘지 않았다. 아기에게 젖을 계속해서 물려야 된다는데 젖을 물리는 것도 쉬는 일이 아니었다. 산후조리원에서나 집에서도 밤낮 구분 없이 2시간마다 젖을 물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젖을 물리면 아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한 달 동안 분유와 병행해서 겨우겨우 초유를 먹였지만 그 후 난 완전 분유로 돌아섰다.



[덧붙이는 이야기]

  출산 전에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분유를 미리 찾아보고 출산할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어떤 분유를 먹이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원하는 분유가 아니라면 미리 구입을 해서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가져가 원하는 분유로 먹여 달라고 하면 된다. 산후조리원에서 주는 분유는 비용을 따로 내지 않는다. 아기가 분유를 먹다가 다른 분유로 바꿀 수는 있으나 바꿀 때에는 일주일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며 천천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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