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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Sep 26. 2018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임신증상

임신증상은 입덧만 알고 있던 무식자, 생각지도 못한 증상들과의 사투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니 실감 나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편이 정확할 것 같다.


임신 기간에 발생하는 여러 증상들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흔히 임신을 하게 되면 나타나는 증상으로 입덧을 떠올릴 것이다. 입덧은 뱃속의 태아가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나쁜 음식이나 해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신호이다. 의학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입덧이란 임신 중에 느끼는 구역 및 구토 증상으로, 주로 임신 초기에 발생하는 소화기 계통의 증세를 말한다. 이른 아침 공복 때의 구역질이나 가벼운 구토 외에 식욕부진과 음식물에 대한 기호의 변화 등이 나타난다. 전체 임신부의 70~85%에서 나타나며, 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보통 임신 9주 내에 시작되고 임신 11~13주에 가장 심하며 대부분 14~16주면 사라지지만 20~22주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TV 드라마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는 신호로 음식을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그저 그 정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한 번은 회사에서 임신한 직원이 입덧이 심해 회사에 못 나오고 병가를 쓴 일이 있었는데, 그때 입덧이란 것이 회사에 못 나올 정도로 심각할 수 있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입덧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물론 임산부마다 입덧의 강도가 다를 것이고 입덧이 지속되는 기간도 다르겠지만 내 경험을 빗대어 실감 나게 표현해 보자면,


   20대 초반 자신의 주량을 알지 못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소주를 마신 뒤 인사불성이 되어 몇 번을 게워낸 뒤, 자기 방에 돌아와 쓰러져서 취침을 한 다음날, 아무것도 먹지 못할 만큼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것과 유사하다(나는 이와 같은 몇 번의 굉장한 숙취를 겪은 후로는 술은 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마시면 안된다고 하니 왠지 마시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 올 때가 있다.)   

  입덧 증상을 나는 숙취로 표현하고 싶다.


하루 종일 숙취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거의 몇 달을 숙취에 시달린다고 생각해 보라. 불행히도 어떤 이들은 출산 직전까지도 입덧에 시달린다. 임신 기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하려고 했던 내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집 밖으로 나가기는커녕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야 헸다. 속이 너무 메슥거려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어져 미친 듯이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림 태교를 본의 아니게 했다. 입덧은 그렇게 약 3개월 동안 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사라졌다.


  이제 입덧도 끝났고 나머지 임신 기간을 즐겨보자 했는데,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 오고, 임신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또 다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밤낮이 따로 없었다. 볼록 나온 배는 물론이고 온몸 구석구석 가렵기 시작했다. 심지어 손바닥까지 가려웠다. 처음에는 더워서 땀띠인가 했다. 더위를 잘 타지 않아 에어컨도 잘 사용하지 않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도 모자라 선풍기까지 동원해도 가려운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더 고통스러웠다. 잠을 자고 싶어도 가려웠다. 효자손을 구입해서 가려운 곳을 긁다가 지쳐 잠들기 일쑤였다.   

  

생전 처음듣는 말... 소양증!


  결국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소양증’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소양증이라는 것은 가려움증의 다른 말이었고, 임신 중에 소양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소양증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의학적 견해는 다음과 같다.


  임신 중 소양증이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에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두 가지가 임신 가려움 발진(임부 양진)과 임신 중 쓸개즙 정체에 의한 가려움증이다. 그중 임신 중 쓸개즙 정체에 의한 가려움증은 매우 흔한 것으로 20%가량의 산모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피부에는 아무런 발진이나 증상 없이 발생하고 주로 임신 말기(특히 출산 한 달 전)에 발생한다. 그러나 빠른 경우는 임신 8주째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적인 황달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20% 이하), 손발바닥까지 가려운 경우도 있다(저요! 흑흑). 피부 발진은 없으나 가려움증으로 인해 긁은 자국이 남을 수는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호르몬 변화에 의한 쓸개즙 정체가 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소양증의 원인은 개인별로 다양하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무 가렵다는 것이다. 주변에 물어봐도 임신 기간 중 가려운 증상이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나의 증상을 말하니 친구들도 신기해했을 정도다. 그렇다. 임산부 10의 2명 정도 소양증이 발생한다는데 내가 당첨된 것이다.

  소양증의 괴로움은 입덧과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정 힘들면 약을 발라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스테로이드가 소량 함양되어 있는 것으로 차마 바를 수가 없었다. 뱃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보습제를 발라 건조하지 않게 하고 너무 가려울 때는 얼음찜질로 감각을 마비시키고, 참을 수 있을 정도일 때는 대나무로 만든 효자손으로 슬슬 긁어줬다. 왜 어르신들이 효자손을 쓰시는지 알 것 같았다. 진짜 시원하고 피부가 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여름 내내 나는 소양증과 사투를 버렸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가려움증도 서서히 사라졌다. 오~ 감사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섭섭하다.

  이건 좀 웃긴 증상이다. 배가 남산 만하게 불러오면서 나타난 증상이 있었다. 이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서 나는 감지하지 못했지만 출산 전 만나는 친구들마다 모두가 나에게 했던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 코가 커졌어!!


  나는 몰랐지만 내 코볼이 부어서 나는 코봉이가 되어있었다. 아니 손, 발이 붓는 것도 모자라 코까지 부었다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보다 출산일이 2달 정도 늦은 친구인 K양이 집에 놀러 왔다. 출산 후에는 한 동안 만나기 힘들 것 같아서 만삭의 몸을 이끌고 우리 집까지 찾아와 주었다. 만삭의 두 여성이 처음 대면했을 때 나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친구의 코가 엄청 커져 있었던 것이었다! 친구 아니랄까 봐 이런 것도 닮는 거야? 너도 코가 커진 것을 알고 있었어? 나는 임신 9개월 만에 동지를 만난 느낌이었다. 코가 커진 두 여인들은 더욱 돈독한 우정을 다지며 출산 후 건강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렇게 난 임신 기간 동안 내가 상상도 못 한 일들과 마주해야 했다. 아무도 임신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실감 나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도 임신기간을 겪고 나니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기록해 놓지 않으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임신 기간 동안 힘들었던 일들은 기억 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출산 이후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더 힘든 동시에 더 행복하다.


육아는 극도의 행복과 극도의 힘듦이 서로 상쇄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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