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무한한 가능성을 응원해

혹시 아이들의 생각의 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있지는 않나요?

by 달무지개

아래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가?

한 아이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수술을 맡게 된 의사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오고 있다고 했는데, 수술을 맡게 된 의사도 자기 아이라니, 누가 진짜 아버지지? 병원에서 잘못 연락한 걸까?’ 이 이야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가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듣게(혹은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않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모르게 의사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여자라면, 남자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편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 고정관념을 만드는 일등공신은 TV 프로그램, 광고, 애니메이션, 게임, 책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디어이다.


착하고 희생적이고 가난한 드라마 여주인공은 그에 대한 상이라도 받듯이 백마 탄 왕자와 만나게 되고(똑똑하고 전문적 직업을 가진 여주인공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심지어 아이들 대상의 애니메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속 여성 캐릭터는 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큰 엉덩이는 기본이며 이를 부각하는 옷이 장착된다. 또 여성 캐릭터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남성 캐릭터에 비해 수동적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임신하고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기게 되었다. 세상에 뿌리 박힌 성(gender) 고정관념과 특정 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제약과 차별 속에서 내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물론 아들이라고 해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더 고민이되는건 사실이다. 성(gender)에 대한 올바른 관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남자아이라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성 고정관념은 문화와 양육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스탠퍼드대학의 맥코비와 재클린 교수가 남녀를 비교하는 1,500개 이상의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실제 사실에 기초한 성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물론 발달심리학자들은 적지만 일관성 있는 성 차이가 몇 가지 있다고 하였지만 그 차이는 매우 사소하다고 하였다.(인용 1) 하지만 아이들은 만 2~3세가 되면 성 역할을 뚜렷하게 인식한다고 한다. 사회문화와 양육방식이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우리 딸이 성 고정관념에 갇혀 생각의 공간을 작게 만들도록 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 안에서부터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여성이라는 틀 속에 우리 딸을 놓고 교육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도록 노력했다. 그림책이며 장난감에서 무의식적으로 습득될 수 있는 성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민감해졌다. 민감한 눈으로 바라보자니 매우 많은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고전 동화인 공주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유명 캐릭터인 뽀로로의 그림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병원에 갈 수 있어!>라는 제목의 책에서는 캐릭터들이 공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여성 캐릭터인 패티와 루피만 남자 캐릭터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구경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다행히 다른 그림책에서는 다 같이 공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유아 스티커북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왕>에서는 16가지 직업이 나오는데 간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그림책을 보다가 성 고정관념을 학습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오면 이야기를 다르게 바꿔서 말해준다. 공주라는 단어도 사용을 지양한다. 예쁘다, 귀엽다, 라는 표현과 함께 멋지다, 건강하다, 튼튼하다, 용감하다 등의 단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외모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평소에는 내 딸에게 무엇인가를 사주거나 해주려고 할 때 아들이었어도 이렇게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입힌다. 뛰어놀게 하고 도전하게 한다.


하지만 나도 성 고정관념에 갇힌 생각을 하거나 말들을 할 때도 많다.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보면서 커서 예쁘고 날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물건을 고를 때 분홍색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보며, ‘여자 아이라서 그런가 봐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아마 우리 딸이 커서 축구선수가 된다고 하거나 카레이서가 된다고 하면 솔직히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체화된 성 고정관념이 만션한 문화양식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바꿔 나가려고 하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실 기존 체제에 순응하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혹은 그 체제를 이용해서 더 잘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도전하고 꿈꾸는 것 대신 순응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는 싫다.



우리 딸이 점점 자라게 되면서 나도 해야 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미디어는 여전히 성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성 고정관념은 여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서 힘들더라도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의무이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여성신문 30주년 '내 딸의 더 나은 삶을 약속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진경 사회심리학자분이 쓰신 글에서 추천하신 그림책과 동화이다. 나도 한 권씩 우리 딸에게 읽어 줄 생각이다.


페미니즘 계열 그림책

◆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지음

◆ 종이 봉지 공주. 로버트 먼치 지음, 마이클 마르첸코 그림

◆ 내 멋대로 공주. 베빗 콜 지음, 노은정 옮김, 비룡소

◆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섀너 코리 글, 체슬리 맥라렌 그림

◆ 올리비아는 공주가 싫어! 이안 팔코너 글, 박선하 역, 주니어김영사

◆ 루비의 소원. 시린 임 브리지스, 소피 블래콜 그림, 이미영 옮김, 비룡소

◆ 그레이스는 놀라워! 메리 호프만, 캐롤라인 빈치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 과학자 에이다의 대단한 말썽. 안드레아 비티 글,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혜진 옮김, 천 개의 바람

◆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 토미 드파올라, 문지


페미니즘 동화

◆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이경혜 지음, 바람의 아이들

◆ 흑설공주 이야기. 바바라 G. 워커, 박혜란 옮김, 뜨인돌

◆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최나미, 사계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책인 <자기만의 방>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이 아름다운 문장들이 우리 딸은 물론, 모든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

우리 각자의 내면은 남성과 여성, 이 두 개의 힘이 주재하고 있다. 존재의 정상적이고 편안한 상태는 두 성이 영적으로 협력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 때 이루어진다. 위대한 마음은 양성적이다.

(인용 1)『부모공부』, 고영성, 스마트북스, P96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