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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01. 2022

20세기 반, 21세기 반

스물다섯 번째 생각

현재 나의 삶은 20세기 반, 21세기 반으로 구성되어있다.

궁금해졌다. 나는 20세기의 사람인가, 21세기의 사람인가.


20세기태어난 나는 20세기의 양분을 먹고 자랐다. 그 시절의 생활양식, 사회적 인식, 유머와 농담, 불안과 슬픔. 20세기는 설익은 나를 키웠나와 함께 21세기를 맞이했다.  


21세기는 모든 것을 변화시켰고 빠른 속도로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나는 21세기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21세가 시작된 지 22년이나 흘렀지만 21세기가 여전히 낯설다. 2000이라는 숫자도 실감 나지 않았는데 거기에 22나 더해야 하다니, 꿈처럼 느껴진다.


21세기의 낯섦이 나를 시리게 하는 날이면 20세기는 추억의 서랍에서 뛰쳐나와 내 손을 잡고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천진난만한 아이, 싱그러웠던 소녀, 아직 세상으로 나가지 않은, 그러나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간.


그래, 나는 20세기 사람이다. 설익은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21세기 사람이어야 한다. 21세기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 21세기 사람이어야 한다.  어긋남이 때때로 나를 서럽게 한다.


21세기는 점점 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20세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세기의 시간들 위에 21세기 시간들이 쌓일 것이다. 나의 21세기가 무너지지 않게 20세기의 시간들이 떠받쳐 줄 것이다.


나는 오늘도 20세기가 부디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면서 20세기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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