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할머니 엄마>
우리 아이들은 종종 할머니를 엄마라고 잘못 부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우리 엄마는 "엄마 맞지. 엄마의 엄마지~"라고 받아치시며 '엄마를 두 번 부르면 할머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말이 재밌게 느껴지는지 '엄마엄마'라고 할머니를 부른다.
나의 외할머니는 내가 우리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돌아가셨고 친할머니는 우리 아빠가 결혼도 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내 삶에 할머니라는 세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 세상은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라오면서 할머니가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서 할머니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세상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지은 작가의 <할머니 엄마> 그림책은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보살펴준 할머니와의 일상이 그려진다. 출근하는 엄마를 보며 가지 말라고 우는 아이를 달래고, 밥을 먹이고. 예쁘게 머리도 묶어주고, 함께 뒹굴고, 재밌는 이야기도 해주고, 때로는 운동회에도 참여하며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시는 할머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일과는 손녀를 돌보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온 피곤한 엄마를 위해 저녁밥을 짓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 가족을 보살펴주신다.
엄마의 사랑도 위대하지만 그 엄마엄마의 사랑은 엄마가 두 번 곱해진 만큼 배로 위대하다.
우리 아이들도 2주마다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할머니를 손꼽아 기다린다. 할머니가 집으로 가신지 며칠만 지나면 "엄마, 할머니 언제 오셔?"라고 묻고,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엄마, 할머니 오셨어"라고 뜬금없이 묻기도 한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오시면 "할머니, 열 밤 자고 가."라고 떼를 쓰고, "왜 우리 집에서는 세 밤만 자고 할머니 집에서는 열 밤 자는데?"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이제는 좀 커서 할머니가 가실 때 꼭 껴안고 보내드리지만 어릴 때는 "할머니, 가지 마~~"라며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잔소리하고 혼도 내는 엄마보다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할머니가 더 좋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할머니라는 세상은 조건 없는 사랑을 무한히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라는 세상에서 마음껏 어리광 부리며 뛰어놀 수 있다는 건 너무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아무쪼록 아이들이 오래도록 할머니의 세상에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