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아주 행복해요.

먼로 리프 글, 로버트 로슨 그림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by 달무지개

오후 3시 반이 되면 유치원 앞에는 태권도 학원 차를 타기 위해 남자아이들 십여 명이 줄을 서 있다. 노란색 태권도 차량 두 대가 일사천리로 아이들을 태우고 떠나고 나면 나는 아들 손을 잡고 미술학원으로 향한다.


"00 이도 운동 좀 해야 되는데, 다시 태권도 다닐 생각 없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싫어요."라고 대답하고서는 미술학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버린다. 아이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느지막이 태권도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몇 달은 아주 재밌어했고 매일 집에 와서 태권도 1장을 수없이 반복하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흥미를 잃더니 결국 노초띠를 끝으로 태권도를 그만두었다.


사실 아이는 소위 말하는 활동적이고 공격적인 남성적 성향보다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여성적 성향이 더 강하다. 몸으로 노는 놀이보다 만들고 그리는 놀이를 확연히 좋아한다. 그래서 오히려 태권도를 하기를 바랐고 흔쾌히 태권도를 간다고 했을 때 웬일인가 했는데 역시나 아이 성형과 맞지 않았나 보다. 그 후 아이는 미술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매일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즐겁게 다닌다.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 행복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그림책 하나가 떠올랐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도 다른 소들이 뛰고 달리고 뿔로 박고 노는 동안 코르크나무 그늘에 앉아서 향기를 맡으며 지낸다. 페르디난도 엄마 소는 다른 어린 황소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노는 게 어떠냐고 묻지만 페르디난도는 그저 조용히 앉아서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곳이 좋다고 말한다. 엄마라면 무리에 떨어져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페르난디도 엄마소는 그냥 그곳에 있도록 내버려 두었고 그가 외롭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우리 아이도 페르디난드처럼 자기만의 성향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엄마 소처럼 아이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르디난드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투우장에 가 경기를 하게 되지만 싸우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꽃향기에 취해버려 투우 경기는 시작하지도 못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페르디난드는 다시 코르크나무 그늘에 앉아 좋아하는 꽃 향기를 맡는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것이다.


페르디난드는 아주 행복해요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도 참 꽃을 좋아한다. 영락없는 페르디난드다. 태권도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우리 아이는 아주 행복해요. 나도 엄마 소처럼 아이가 행복해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겠다.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며 그림 그리는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