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샌닥 <괴물이 사는 나라>
늦은 밤 늑대 옷을 입은 맥스가 부모가 싫어할 만한 장난을 친다. 벽에 못을 박고 포크를 들고 뛰어다니며 귀여운 강아지를 괴롭힌다. 이때 가만히 잠자코 있을 엄마는 없다. 화가 난 엄마가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이라고 소리치자, 맥스는 질세라 "그럼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고 되받아친다. 결국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아이를 방에 가둔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이런 상황이 낯설지가 않다. 집안을 어지럽히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을 향해 잔소리를 하지만 자의식이 커지고 더 이상 못할 말이 없을 정도로 커버린 아이들은 마냥 고분고분하지 않다.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켜 이야기 속 맥스처럼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른의 세계가 세운 기준과 규칙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직 어른의 세계에 살지 않는 아이들은 어른의 규칙과 기준이 버겁기만 하다.
맥스의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방을 가득 채운다. 맥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맥스는 자신의 이름이 쓰인 배를 타고 자신만의 세계로 항해를 시작한다. 맥스가 꼬박 일 년쯤 항해해 도착한 곳은 괴물이 사는 나라이다. 그곳의 괴물은 으르렁대고 발톱을 세우고 겁을 주지만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맥스는 호통을 치며 단번에 괴물들을 제압하고 괴물 중의 괴물로 그곳의 왕이 되어 마음껏 뛰논다. 그러나 왕노릇도 어느새 시들해지고 맥스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맥스는 가지 말라는 괴물을 뿌리치고 다시 맥스호를 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우리 집 첫째 아이도 종종 방문을 닫고 혼자 논다. 궁금해서 문에 귀를 대 보지만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넌지시 물어보면 시간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상상 친구들을 만들어 놀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통쾌하고 재미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서 실컷 놀고 난 아이들은 맥스처럼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 미워! 엄마 싫어! 라고 외쳤던 아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엄마에게 안긴다.
자신의 세계로 마음껏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며 현실 세계가 안전하고도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있어야 떠날 수 있다. 아마 맥스와 우리 집 아이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자신들이 만든 세계로 여행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여행에서 돌아온 맥스의 저녁밥이 아직 식지 않은 것처럼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떠나고 망설임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부모는 묵묵히 따뜻한 밥을 내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