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무지개 Dec 14. 2020

동생이 나타났다

질투의 화신이 된 안쓰러운 누나

 생후 42개월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 딸. 그녀는 그동안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매일매일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엄마의 배가 불러오면서 동생이 태어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동생이 나타나니 질투의 화신이 되었다.


 동생이 처음 집으로 오는 날, 책에서 본 대로 나는 아기는 남편이 안도록 하고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하고 달려 나올 줄 알았는데 2주 동안 못 봐서 그런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으며 엄마 없는 동안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하며 선물을 건넸다. 그리고 아빠가 아기를 안고 드디어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뱃속에 있었던 동생이 나타난 것이다.


 첫날은 아기를 신기해하며 소중히 대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녀는 지킬 앤 하이드로 변했다. 예쁘다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하다가도 지나가면서 아기를 툭치고 누르고 꼬집는 것이 아닌가. 엄마 아빠가 그런 행동을 제지하면 삐쳐서 자기 방으로 획 들어가 버렸다.

동생 책 보여주는 누나

 흔히 동생이 나타나는 것은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는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하던데 진짜 그녀의 행동을 보니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건지 걱정스러웠다.


 한 번은 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아기 머리에 스매싱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아기도 깜짝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다. 또 한 번은 아기를 재우고 있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를 지르고 엄마 나오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화가 나서 그녀를 밖으로 보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지만 겨우 아기를 재우고 있었는데 도루묵이 돼버리니 나도 내 감정을 주체 못 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그녀는 동생의 존재를 점점 인정하는 듯 보였다. 때리거나 꼬집는 행동은 사라졌지만 동생이 하고 있는 것은 자기 것이라며 다 가져가 버렸다. 그녀의 장난감은 허락을 맡고 썼지만 금세 마음이 변해 다시 가져가고는 했다. 그래도 동생 예쁘다며 안아주고 뽀뽀도 해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갈대다.

격하게 사랑해 주는 누나

 동생의 백일상을 집에서 차린 날, 그녀는 자신의 생일인 양 더 신이 났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일상 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더니 요지부동이다. 동생 사진 좀 찍자고 해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를 끌어내니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30초도 안돼 그녀는 다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동생은 그래도 몇 장은 독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아주 신나게 여러 포즈를 지으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동생 백일상에서 신난 누나

 동생이 집에 온 지 이제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녀는 여전히 장난감을 줬다 뺐었다 하지만 엄마가 동생을 재우러 가면 조용히 기다려주고 동생이 울면 달래도 주는 누나가 되었다. 나는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자기 전에 매일 그녀를 꼭 껴안아 주며 이야기한다. 엄마는 우리 딸을 너무 사랑해. 네가 엄마 딸이라서 너무 행복해. 넌 나의 보물이야.


--------------------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3년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http://naver.me/56IziNd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