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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Dec 23. 2020

둘째 키우듯이 첫째를 키우라고요?

첫째는 전전긍긍, 둘째는 여유만만

 내가 첫째 아이를 키울 때 듣던 소리 중 하나는 둘째 키우듯이 첫째를 키우라는 소리였다. 그 뜻인즉 안절부절 하지 말고 느긋하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적당히, 이것저것 걱정 말고 편안하게 키우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첫째를 키울 때 육아서를 몇십 권 독파할 만큼 육아에 열정적이었고 모든 것이 낯설어 안절부절 못했으며 혹시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춰해줘야 하는 것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첫째가 세 돌정도 될 때까지 마음의 여유라고는 찾기 힘들었다.

4년 전 첫째와의 나들이

 그런데 둘째를 키워보니 이제야  내가 얼마나 첫째를 노심초사하며 조심히 키웠는지 알 것 다. 둘째는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클지 알고 있으니 별 걱정도 없고, 육아에 필요한 물품도 다 준비되어 있고, 씻기기, 재우기, 먹이기 한번 해봤다고 어려움이 없다. 마음도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첫째 때는 울면 내 심장이 빨리 뛸정도로 놀라고 걱정스러웠는데 둘째가 울면 울음소리도 귀엽게 들리는 데다가 여유롭게 문제를 해결한다. 또 첫째 때는 손톱 자르기가 너무 무서워서 아기가 잠들면 어두운 방에서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 행여나 다칠까 집중해서 잘랐다면 둘째는 바둥거리면서 놀고 있어도 거침없이 자른다. 첫째와 비교하면 둘째는 발로 키우는 격이다.

미소천사 둘째

 첫째 육아가 안개가 자욱한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둘째 육아는 한 번 다녀온 길을 내비게이션까지 켜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둘째를 여유롭게 키울 수 있는 것은 첫째를 키워봤기 때문이다. 둘째 키우듯이 첫째 키우라는 말은 둘째를 키워 본 사람이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있어 조언해 주는 말이겠지만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여유 있게 아이를 키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동생 책 보여주고 있는 누나

  첫째는 첫 번째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양육을 하게 된다. 반면 둘째는 부모의 좀 더 노련한 양육을 경험하게 되지만 첫째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 첫째는 첫째라서, 둘째는 둘째라서 겪게 되는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방식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의 방식으로 자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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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3년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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