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째 아이를 키울 때 듣던 소리 중 하나는 둘째 키우듯이 첫째를 키우라는 소리였다. 그 뜻인즉 안절부절하지 말고 느긋하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적당히, 이것저것 걱정 말고 편안하게 키우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첫째를 키울 때 육아서를 몇십 권 독파할 만큼 육아에열정적이었고 모든 것이 낯설어 안절부절 못했으며혹시아이의발달 시기에 맞춰해줘야하는것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첫째가 세 돌정도 될 때까지 마음의 여유라고는 찾기 힘들었다.
4년 전 첫째와의 나들이
그런데 둘째를 키워보니 이제야 내가 얼마나 첫째를 노심초사하며 조심히키웠는지 알 것같다.둘째는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클지 알고 있으니 별 걱정도 없고, 육아에 필요한 물품도 다 준비되어 있고, 씻기기, 재우기, 먹이기도 한번 해봤다고 어려움이 없다.마음도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첫째 때는 울면 내 심장이 빨리 뛸정도로 놀라고 걱정스러웠는데 둘째가 울면 울음소리도 귀엽게 들리는 데다가 여유롭게 문제를 해결한다. 또 첫째 때는 손톱 자르기가 너무 무서워서 아기가 잠들면 어두운 방에서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 행여나 다칠까 집중해서 잘랐다면둘째는바둥거리면서 놀고 있어도 거침없이 자른다. 첫째와비교하면 둘째는 발로 키우는 격이다.
미소천사 둘째
첫째 육아가 안개가 자욱한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둘째 육아는 한 번 다녀온 길을 내비게이션까지 켜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둘째를 여유롭게 키울 수 있는 것은 첫째를 키워봤기 때문이다. 둘째 키우듯이 첫째 키우라는 말은 둘째를 키워 본 사람이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있어 조언해 주는 말이겠지만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여유 있게 아이를 키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동생 책 보여주고 있는 누나
첫째는 첫 번째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양육을 하게 된다. 반면 둘째는 부모의 좀 더 노련한 양육을 경험하게 되지만 첫째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 첫째는 첫째라서, 둘째는 둘째라서 겪게 되는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그러니 어느 방식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