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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12. 2018

엄마는 디테일해야 된다

예방접종 맞고 부작용이 발생할 줄이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기온이 가장 따뜻할 오후 시간에 아기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눕혀 이곳저곳 로션을 발라주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에 볼록하게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팔을 올리고 봐야 보이는 구석진 곳이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 한가운데서부터 목구멍까지 뜨겁게 불안한 기운이 솟구쳤다. 동시에 아기를 나름 열심히 돌본다고 했는데 이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자괴감도 밀려왔다.

  다음 날 당장 동네 소아과로 달려갔고, 의사는 BCG(결핵)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생긴 림프절염 같다는 진단을 내리고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우리 아기는 BCG(결핵) 백신에 대해
림프절에서 과한 면역반응을 일으킨 것이었다.


BCG(결핵) 예방접종 방법은 피내용와 경피용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우리 아기는 경피용 BCG 백신으로 접종했었다(과거 불주사로 불리며 어깨에 흉터가 남았던 접종 방식이 피내용이라면, 경피용은 여러 주입구로 백신이 팔에 주입되며 흉터가 남지 않는다).


  예방접종 부작용은 열이 나거나 맞은 부위가 부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염증이 생기고 곪아져서 덩어리처럼 툭 튀어나올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주는 건강수첩을 보니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대해 나와 있는 페이지가 있었다. 이 페이지를 못 본 건지, 보고서도 기억을 못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엄마가 되려면 디테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방접종 이상반응> 페이지를 보니 예방접종 종류별 국소 이상반응과 전신 이상반응이 설명되어 있었다.


BCG(결핵) 국소 이상반응 : 국소 궤양, 국한성 화농성 림프절염

BCG(결핵) 전신 이상반응 : 매우 드물게 파종성 결행, 골염

  

   BCG(결핵) 예방접종에 대한 페이지에 정확히 적혀 있었다. 다른 예방접종에 대한 이상반응도 훑어보았다. 중추신경계 이상반응, 과민성 쇼크, 경련, 대상포진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증상들도 적혀있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있음에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더 나으니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겠지만, 부작용을 겪은 부모로서 예방접종을 맞히는 것도 중요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대학병원 외과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으러 가니 소아과에서와 마찬가지로 BCG(결핵)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생긴 ‘BCG(결핵) 육아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이 종괴가 서서히 작아질 수도 있지만 더 커지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 작은 아기 몸에 칼을 대야 된다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의사는 2주 후에 보자고 했다. 난 2주 동안 제발 겨드랑이 아래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동그란 덩어리가 작아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이 못된 종괴는 내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며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생후 6개월도 안된 우리 아기를 눕힐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턱 하니 막히는 것 같았다.


- 선생님, 수술이 최선인가요?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나의 절실한 질문에 돌아온 것은

- 최선은 아프지 않은 거죠.

  라는 냉정한 대답이었다. 아니 당연히 아프지 않은 것이 제일 좋지, 최선의 치료가 수술이냐는 내 말뜻을 정말 못 알아들은 것인가. 심장이 화가 나서 쿵쾅거렸다.  

  수술 날짜를 잡고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백신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경피용 BCG(결핵) 백신을 수입하는 회사인데 부작용 발생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네며 치료비를 보상해준다고 하였다. 경피용 BCG 백신은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경우 예방접종 피해 국가보상 절차를 통해 보상받을 수 없지만 자체적으로 한국백신 회사에서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인용1) 현재 상태가 어떤가 물어보아 수술하기로 했다고 하니 수술하기 전에 다른 병원도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S대학병원의 OOO의사 선생님을 추천해 주셨다. 엄마들 사이에서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시다고 했다.

  

맞아... 병원은 한 군데만 가보는 것이 아닌데...


   지인을 통해 소아과 의사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다른 대학병원을 갈 생각을 안 했었는데, 전화를 받고 나서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술 날짜 2일 전에 S대학병원 감염내과 OOO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기 겨드랑이 밑의 덩어리를 보시더니, 이 정도 크기는 수술하지 않는다며 점점 없어질 테니 한 달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외쳤다. 수술 날짜를 취소하면서 나 자신은 물론 Y대학병원 의사에게도 어찌나 화가 나던지, 하마터면 생후 6개월도 안된 아기에게 전신마취를 하고 보드라운 살에 날카로운 칼을 댈 뻔했다. 엄마로서 계속 뭔가를 놓치는 것 같아서 목구멍까지 뜨거운 울음이 차오르는 것을 꿀꺽하고 삼켰었다.
    

  한 달 뒤 병원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덩어리 크기가 커지지 않고 있으니 그냥 두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4개월 뒤 또다시 방문했을 때는 덩어리 위 표면을 살짝 찢어주니 고름과 함께 괴사 된 조직들이 파충류의 몸에서 미끌미끌한 알이 빠져나오듯이 깨끗하게 빠져나왔다. 동시에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근심의 덩어리도 함께 빠져나갔다.


   이로써 완치, 끝, 안녕.

   다행히 아기는 고통도 없었고, 고생도 안 했다.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아기의 왼쪽 겨드랑이 아래 무심하게 튀어나온 그 덩어리를 보면서 6개월 동안 마음을 졸였지만 그만큼 엄마로서의 마음은 단단해진 것 같았다.  

 

  사실 난 아주 꼼꼼하거나 세심한 성격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육아정보를 잘 찾아보는 스타일도 아니다(불행하게도 잘 찾지도 못한다). 내가 겨우 하는 것이라고는 육아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과 그나마 육아정보에 발 빠른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감사하게 듣는 정도이다. 그런데 좀 더 디테일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기가 말도 못 하는 시기일 때는 더욱 그렇다. 아기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 지금은 나에게 있다고 느껴졌다. 


의사도, 친구들도, 인터넷도, 육아 책도 나에게 시기적절하게, 때가 되면 자동으로 우리 아기의 발달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공부하고, 찾아보고, 확인해야 한다. 그것도 디테일하게.


  왜 대학에 유아교육과가 따로 있는지 이해가 갔다. 육아는 정말 대학에서 하나의 전공으로 공부해도 모자랄 판이다. 아마 앞으로도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놓치는 일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기의 건강에 관해서 만큼은 디테일을 놓치고 싶지 않다.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은 기본이고, 아기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청결을 유지하고, 영양가를 생각해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디테일한 엄마가 되자.



(인용1) 한국백신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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