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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May 03. 2024

빛의 시간들

두 번째 빛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초기 인류에게 음식은 단지 살기 위해 먹는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다루고 요리를 하며 '맛'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음식과 인체와의 관계, 즉 '영양'의 시대로 넘어왔다. 지금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고려하는 시대다. 맛은 있지만 건강에 나쁜 음식들을 누구나 십여 가지 이상 댈 수 있다. 전반적인 음식과 영양에 대한 이론뿐 아니라 이제는 는나아가 각 개인의 건강과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음식을 구분하고 최적화된 식습관을 제시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나뭇가지나 오일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시기부터 전기를 통해 빛을 만들게 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빛은 단지 어둠을 밝히는데 급급한 존재였다. 어둠을 밝히는 데만도 많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요의 시대를 맞이함과 더불어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효율이 높아짐에 따라 인류는 빛을 통한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갔다. 



이제 인류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적은 노력으로도 밝은 빛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365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태양의 고도와 위치에 대해 고민했던 과거 건축가들과 달리 현대 인류는 대부분의 건축에 태양의 빛이 주요한 고려요소가 되지 않는다. 빛을 활용해 건축을 할 경우 땅의 위치와 방향, 건축물의 형태와 면적 등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배선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빛을 조달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낮에도 수 만 룩스에 달하는 태양빛 대신 몇 백 룩스의 실내조명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반대로 밤은 너무 밝아졌다. 안전이라는 명목아래 가용가능한 수준에서 조금씩 빛을 비춰왔던 도시의 밤이 새로운 광원의 높은 효율이라는 날개를 달고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멋진 명목아래 더욱 화려하게 밝은 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과거 음식을 쾌락의 도구로 여겼던 시대와 같이, 인류에게 선물이라고 여겨지던 빛도 점차 쾌락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듯한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고 있다. 




과거 음식을 쾌락의 도구로 여겼던 시대와 같이, 인류에게 선물이라고 여겨지던 빛도 점차 쾌락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듯한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또 다른 쪽에서는 그동안 비밀에 감춰져 있던 생리에 대한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뇌과학과 시간생물학 분야는 빛이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대해 해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밝혀낸 우리 몸과 건강에 좋은 빛의 결과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결국 느껴지는 강한 생각이 있다. 바로 태양의, 자연의 빛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다. 인류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십수백만 년 이상 태양과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며 만들어낸 이 빛의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살아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 건축,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며 우리는 그러한 자연의 빛과 그 빛이 만들어낸 시간과 점점괴리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살아가고 있지만 과학이 밝혀낸 우리의 몸은 여전히 태양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말한다.




태양빛은 어떤 면으로나 우리가 계속 연구하고 추구해야 할 빛의 본질이 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해 보아야 한다. 과연 자연의 시간, 그러니까 우리 몸의 시간과 사회적 시간은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의 괴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가?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그러면 우리가 오랜 시간 적응하고 맞춰온 자연의 시간, 자연의 빛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스펙트럼 형태나 색온도 변화 몇 가지로 자연의 빛이 설명되고 재현될 거라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 안일하다. 우리가 쫓아야 할 '자연의 빛'태양과 지구의 거리와 속도. 대기의 성질과 날씨, 지역과 건축. 문화와 개인까지 크고 작은 모든 것이 관여되어 일어나는 한 편의 대규모 교향곡과 같은 이야기다.




우리가 쫓아야 할 '자연의 빛'은 태양과 지구의 거리와 속도. 대기의 성질과 날씨, 지역과 건축. 문화와 개인까지 크고 작은 모든 것이 관여되어 일어나는 한 편의 대규모 교향곡과 같은 이야기다.




첫 책인 <빛의 얼굴들>을 출간했을 때는 내가 다시 책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첫 책으로는 분에 넘치는 너무나 좋은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었고, 심지어 그해 세종도서에까지 선정되었지만 그만큼 첫 책에 나의 모든 이야기를 쏟아부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낸 후 나에겐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강연을 했고, 새로운 시대의 빛을 다루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 시대 화두가 되는 빛과 공간 그리고 삶에 대한 이슈들을 접하고 논문과 해외연구자료들을 보며 너무나 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자료를 찾아보다 퇴근하기 일쑤였다. 몸 안에서 새로운 어떤 에너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작은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빛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새로운 이번 이야기에서는 빛이 만드는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태양빛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시간과,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 몸속의 시간과, 마지막으로 그로 인해 달라질 새로운 빛의 시간들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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