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민 라이트랩 Jul 08. 2024

친환경 건축의 조명은 과연
'친환경적'일까?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2009년, 오바마 정부의 정책 중 하나였던 미국 학교 급식 개혁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어린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되었다. 이 개혁은 식단의 칼로리, 나트륨, 지방의 양을 줄이고, 과일과 채소의 비율을 늘리며, 통곡물 함량을 높이는 등의 변화를 포함했다. 그러나 이 개혁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며 결국 실패했다.



학생들을 점심을 먹지 않았고, 음식 쓰레기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많은 학교가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식자재 비용이 증가하며 일부 학교는 필요한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다. 반대가 심해지고 일부 학교는 국가 점심 프로그램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의도했던 건강 개선 효과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례는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실행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다양한 관점에서 세심하게 고려된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출처 : 코리아해럴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건축물과 조명 분야에서 친환경 인증제가 도입되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인증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친환경이라는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이지만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친환경 건축의 조명정책은 중요한 여러 측면에서의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빛의 품질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친환경 조명 인증제는 주로 에너지 효율과 밝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은 에너지로 높은 밝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로 친환경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겉으로만 들어서는 매우 합리적이고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빛은 '밝기' 한 가지로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놓쳐버리고 만다.



조명에서 빛의 밝기만큼 중요한 것이 빛의 품질이다. 다 같은 빛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백열전구와 형광등과 LED는 엄연히 다른 빛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 형광램프는 파장의 특성상 초록색과 푸른 계열에서 색의 왜곡을 일으킨다. LED는 그러한 단점이 해소되었지만 대신 빨간 계열의 색 구현력이 떨어진다.



자연광에 비해 효율 높은 LED는 빨간색의 구현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형광등과 달리 LED의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빨간색의 색구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빨간 파장대 근처의 적외선 부근을 포함하게 된다. 적외선은 인증의 관점에서 '열'로 받아들여지며, 이는 조명의 효율과 등급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친환경 건축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빛의 품질을 저하시켜야 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빛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넘어서 색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빛의 품질을 간과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친환경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빛의 품질은 저하돼도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빛의 품지로가 색구현력 등이 중요한 여러 공간을 아우를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공간의 빛환경 조성이다. 친환경 조명 인증제는 주로 바닥면 조도를 기준으로 조명의 효율성을 평가한다. 이로 인해 공간에서의 조명은 하향 직접조명 위주의 설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간의 특성과 목적, 사용자의 시선과 연출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못한 채 모든 조명이 천장에서 직하하는 조명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높은 바닥면조도 효율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장에서 일방적인 조명방식으로 모든 빛을 해결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조명방식은 벽과 천장면을 어둡게 만들어 서서 바라보는 사용자의 시야 측면에서는 공간 전체를 어둡게 보이게 만들거나, 균일하지 않은 빛 환경을 조성해 사용자의 시각적 피로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양한 조명 방식을 활용하여 공간 전체의 빛 환경을 용도와 목적에 맞게 계획하고 연출하는 것이 공간의 기능과 운영에 중요하지만, 현재의 기준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눈부심이다. 친환경 조명 인증제는 주로 바닥면 조도를 기준으로 효율을 평가하기 때문에, 바닥면 조도를 높이기 위해 강한 휘도와 넓은 배광을 가진 조명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간에 주로 서 있거나 앉아 있어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눈부심을 유발할 수 있다. 강한 휘도와 넓은 배광은 시야를 방해하고, 사용자의 시각적 편안함을 저해한다. 



물론 친환경 기준에 눈부심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루버 설치가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정책이 눈부심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반증이라고 보이며, 루버 설치는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눈부심이 절대적인 빛의 밝기보다, 시야 내 상대적인 대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적정한 조도의 기준을 넓은 범위로 설정하고 사용자의 시야에서 눈부심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조명 사용방식을 열어주는 것이 적은 전력으로도 눈부심 없고 편안한 빛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만들어지게 된 근본 원인은 친환경 인증제가 단순 바닥 조도기준의 효율만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조명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바닥면 조도와 에너지 효율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여러 한계를 드러낸다. 이미 LED로의 전환은 개발되며 기존 조명대비 2배에서 10배까지 효율이 높아지며 많은 에너지절감을 이뤄내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서 조명의 진정한 가치는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빛의 품질과 사용자가 체감하는 전체적인 빛 환경에 있다.



조명의 진정한 가치는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빛의 품질과 사용자가 체감하는 전체적인 빛 환경에 있다.


따라서, 우리에겐 친환경을 위한 보다 포괄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조명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 있어 색 재현력과 눈부심을 포함한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조명의 배광 패턴과 공간의 조명 및 연출계획을 검토하고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조명 환경을 기준으로 기준과 정책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수십 년 이상을 바라보고 만들어지는 건축물이니만큼, 처음에 공을 들여 만들어 나간다면 분명 수십 년에 걸쳐 에너지와 환경적인, 그리고 사용자의 경험에 대한 보상은 받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지구와 미래의 인류를 고려할 때 에너지를 아껴 사용해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한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포괄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빛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빛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종합적 접근이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한 예술과 휴먼 스케일 :감각의 경계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