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건축은 태양과 호흡하고 있는가
호주에 사는 흰개미의 집은 단순한 흙더미가 아니다. 그 안에는 거대한 환기 시스템과 기후 조절 장치가 숨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의 움직임을 읽고, 내부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살아 있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흰개미 언덕을 두고 흔히 “자연의 폐”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남반구에 사는 개미들을 북반구로 옮긴다면, 그들의 건축술은 달라질까?
남반구에서는 태양이 북쪽 하늘을 지나간다. 따라서 흰개미 언덕의 북향 면이 더 많은 햇빛을 받는다. 실제로 나미비아 사바나의 흰개미 언덕들은 북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북향 면이 하루 종일 더 따뜻하다. 반대로 북반구에서는 태양이 남쪽 하늘을 지나가므로, 남향 면이 더 많이 빛을 받는다.
처음 이주한 개미들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방식, 즉 북향을 향한 건축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구조는 내부의 기류를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유충과 곰팡이를 키우는 환경에도 불리할 것이다. 생존은 곧 적응을 요구한다. 시간이 흐르면 개미들은 새로운 태양의 길을 따라 집을 수정할 것이고, 결국 남향 면이 더 넓게 노출된 언덕을 쌓아 올릴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호주의 ‘나침반 흰개미’는 동서로 길게 뻗은 칼날 모양의 집을 지어, 뜨거운 태양빛을 최소화한다. 같은 속의 개미라도 사는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건축 방식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결국 흰개미의 건축술은 종 고유의 본능과, 태양·바람·토양 같은 환경 신호 사이의 섬세한 협상이다.
이 가정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 인간의 건축은 지금 태양과 얼마나 호흡하고 있는가.
개미조차 하늘을 읽어내며 집을 짓는데, 우리는 인공조명과 냉난방 기술에 의존해 태양과의 대화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옮겨진 개미가 새로운 태양을 배우듯, 우리도 지금의 환경 위기를 맞아 다시 태양의 언어를 배워야 할 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