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우리에게 하트를 날리고 있는 막내 행성의 이야기
외근 가는 날인데 눈이 와서 운전하다 하루를 날렸고,
팀장님은 자꾸 새로운 일을 시키고,
낮에 먹은 점심은 비싸기만 하고 맛은 없었던 하루.
심지어 핫초코를 시켰는데 아이스 초코가 나와버린 하루.
나의 일상이자 여느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이다.
이렇게 지치는 날엔 집으로 돌아가
우주와 관련된 유튜브를 보며 힐링을 하곤 한다.
(나만 그래..?)
말도 안 되게 드넓은 우주를 보고 있자면
이 작은 지구 속에서도 작은 내가 갖는 고민들이
아주 하찮게 보이며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마치 답답할 때 산을 올라 정상에서 육지를 내려다보는
기분 x 100배 정도의 희열이랄까?
이번엔 한 때 막내 행성인 '명왕성' 이야기가
흥미로워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과연 지구로부터 얼마나 멀고,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실제로 명왕성까지 날아간 우주선이 있는지,
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이야기.
[캡처 화면 및 소개는 유튜버 '북툰'님의 유튜브와
도서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을 인용/참고했습니다]
1989년. 인류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며 과학기술의 위상을 드높였지만 유일하게 도달하지 못한 행성이 바로 ‘명왕성’이었다. (그림 역시 상상도)
명왕성에 가보지 못한 이유는 꽤 단순한데, 가장 멀었고 그래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어디든 돈이 문제군!)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고,
나사(NASA)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를 모아
명왕성 탐사선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한 아이디어 중 가장 참신했던 건
‘동면’ 기술이다.
명왕성까지 날아가는 동안 탐사선을 잠시 꺼서
전력을 최소화로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1) 기계를 젊은 새 제품 상태로 유지하고,
2) 지상에서 유지하는 인력을 대폭 감소시키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그 프로젝트명은
‘뉴 호라이즌스(새로운 지평선)’로 명명된다.
해왕성 그 너머의 지평선을 향해.
뉴 호라이즌스호는 시속 58,500km로
날아가게 설계됐다. 총알의 2-30배 속도다.
(서울-부산 왕복에 36초만 걸리는 속도)
가장 멀리 있는 행성에 최대한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선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뉴 호라이즌스호 동력원은 플루토늄(Plutonium)으로
명왕성에겐 의미가 남달랐다.
명왕성의 영문명과 플루토늄의 앞 5글자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Plutonium)을 싣고
명왕성(Pluto)으로 향한다.'
드디어 2006년 1월 19일,
뉴 호라이즌스호는 먼 여정을 시작했다. 약 10년의 여정이 계획된 거대한 프로젝트의 첫출발은 창대했다.
먼 여정이 시작된 지, 7개월. 오히려 문제는 지구에서
발생한다. 국제 천문 연맹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고 ‘왜소 행성’의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어째서?
명왕성을 발견할 당시에는 천문기술이 발달돼 있지
않아, 그 주변의 천체들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관찰 기술이 늘자 명왕성 근처에는 이와 비슷한
천체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성의 3번째 조건,
주변의 천체들을 치우지 못하게 된 명왕성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관찰할수록 명왕성이 속해있는 구역엔 유사한 형태의
소행성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명왕성만 특출 나게
행성의 지위를 부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심지어 명왕성보다 더 크고 더 동그란,
더욱 행성의 정의에 가까운 왜소행성이 발견되며
명왕성은 그 지위를 잃게 됐다.
그러나 지구에서 명왕성의 지위를 결정하건 말건,
뉴 호라이즌스호는
묵묵히 정해진 루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인간들이 편의를 위해 나누는 기준과 상관없이,
명왕성은 인간의 탄생 훨씬 이전부터 태양계를 공전하며
우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류는 그 행성을 탐험하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뉴 호라이즌스호는 동면/작동을 반복하며
명왕성을 향해 날아갔고, 드디어 2014년 12월 6일.
뉴 호라이즌스호는 마지막 동면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2015년 7월 13일, 첫 발사일로부터 3,463일.
9년의 시간 동안 묵묵히 우주공간을 횡보하며
날아간 뉴 호라이즌스호는 드디어 명왕성에 도달했다.
그렇게 상상 속에 있던 명왕성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뉴 호라이즌스호에서 보내준 사진을 통해
인류는 드디어 명왕성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신비로운 한 때의 막내 행성의 모습.
독특한 점은 명왕성의 일부 평원 모양이 하트 모양처럼
보였던 것! 사진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이후,
대중들은 각종 패러디를 시작했다.
지구에서는 명왕성의 하트로 온갖 관심이 높아졌다.
한 때 막내 행성이었던, 크기도 작고 가장 멀리 있던
행성에 대한 애틋함일까,
인류의 관심은 그 어느 행성보다도 높았다.
그렇게 인류는 모든 태양계의 행성의 탐사선을 보내
근접 사진을 얻게 된다.
구분 변경으로 ‘왜행성 134340’라는
어색한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그러나 우린 그대로 ‘명왕성’이라 불러도 된다.
이름이 두 개가 생기게 된 것이고, 여전히
명왕성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한 때 막내 행성에 대한 인류의 마지막 배려는 아닐까.
뉴 호라이즌스호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명왕성을 단 하루 만에 지나쳤고,
이젠 우주 바깥의 영역을 탐사하며
지구에게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
2022년쯤 그 임무를 다하고
우주를 떠도는 나그네가 될 것이다.
우주는 너무도 드넓어서 허황돼 보이고
두렵기까지 하다.
끝이 없는, 미지의 세계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 두려움의 기저에는 어쩌면 인간들의 자만함과 오만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세상을 정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
그 와중에 전혀 알 수 없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
지구에서는 명예와 지위, 풍족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런 존재도 우주에서 바라보면 먼지도 되지 않는
미세하고도 미미한 존재를 인정하기 않는 오만함.
이런 자만심과 오만함이 우주를 외면하는 것은 아닐지.
그럴수록 우린 미세한 존재임을 깨닫고 좀 더 겸손하고
서로를 위할 줄 아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된다.
오늘 하루의 짜증, 작은 스트레스도 먼 우주에서 바라보면 먼지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
(먼지끼리 토닥거리며 싸워봤자 달라질 게 없어)
그런 생각이 이어지면, 결국 조금은 더 친절해지고,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친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우주와 지구의 존재에 대해 평생을 고민했던 칼 세이건의 명언으로 글을 맺는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지구)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중략)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좋은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