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위를 떠다니는 망원경

Ep 01. 허블우주망원경을 아시나요?

by Min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화사가 밤하늘 별을 보고 온 장소가 뜨겁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장소는 가평 화악터널 쌈지공원이었다고 하네요.

출처 : 나혼자산다 / 별빛이 샤랄라~

우리 조상들은 하늘 별자리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유목민들은 하늘을 통해 방향을 얻고 거주지를 이동했습니다. 하늘에 대한 인류의 관심과 활용은 아주 예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인류는 1609년 네덜란드 사람에 의해 개발된 망원경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하늘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망원경 활용을 가장 활발히 한 학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망원경의 아버지?) 그는 30배 이상의 배율 높은 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넘어 우주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목성도 지구의 달과 같은 '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며 ‘지동설’을 주장하게 됩니다.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네 개의 위성을 ‘갈릴레이 위성’이라 부릅니다.

(이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Europe)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란 주장이 제기돼 또 한 번 과학계가 놀랐는데요. 이는 나중에 새로운 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갈릴레이에 의해 진보된 망원경은 과학기술을 등에 업고 더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더욱 고배율, 고화질의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찍는 망원경은 한계가 있었는데, 대기권의 간섭을 많이 받았습니다. 날이 흐리거나,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천체 관측이 어려웠죠. 가장 친환경적인 나라에 가서 큰 망원경도 설치해봤지만 단순하게 구름이 잠깐 별을 가려도 관측이 거슬렸습니다.(저리 비켜~~)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 / 날이 맑아야지 찍을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대기권의 간섭을 피해 우주 궤도에 망원경을 두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인공위성처럼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두고 사진을 찍어보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허블우주망원경’이란 이름으로 8개의 기관, 20억 달러(약 2조)의 비용을 들여 추진됩니다. (허블은 우주의 팽창을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 애드윈 허블의 이름을 따와서 명명됐습니다)

거대한 후추통 같이 생겼지만 망원경이랍니다.

허블 망원경은 망원경 내 렌즈 크기만 2.4m인 초대형 망원경으로 20년에 걸쳐 제작됐습니다. 정밀한 조정을 거친 뒤, 1990년 우주 상공을 향해 발사됩니다.

발사와 궤도 진입, 전파 송수신은 완벽했습니다. 그리고 허블망원경이 찍은 첫 사진이 지구로 전송이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받고 과학자들은 심장이 내려앉았을 거예요.

사진이 모두 흐릿했기 때문입니다.(!)

지상망원경이 더 선명하다고..?

지상의 망원경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진들은 전부 흐릿했습니다. 나사는 조사위원회를 열어 망원경 제조 과정을 샅샅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사 결과 망원경의 렌즈가 지나치게 편평하여 초점이 맞지 않는 구면수차가 발생했음을 찾아냈습니다. 좀 더 오목해서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계획 값보다 더 편평한 렌즈가 우주로 날아가 있던 것이죠. (그 오차값은 2.2 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의 1/5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머리카락 1/50의 오차가 만들어낸 비극. 구면수차.

지상에서 조작을 통해 이리저리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즉 반품을 하거나, 수리하러 우주로 나가는 방법 두 가지뿐이었죠. 2조 원에 달하는 망원경을 반품할 수는 없겠죠. 지구에서 렌즈를 보정하는 장비를 제작하고 수많은 시물레이션을 거쳐, 허블 망원경이 우주로 떠난 지 44개월 만에 수리 기사를 싣고 유인우주선이 출발하게 됩니다.

무사히 망원경에 도착한 뒤, 수리기사 우주인들은 우주 공간에서 우주복을 입고 망원경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수리를 성공하고 모두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실제 우주 공간에서 수리를 하고 있는 모습(저 뒤는 지구랍니다)

다시금 전송된 사진들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기대를 상회했습니다. 그간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장면들이 실제 눈 앞에 드러났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우주의 선명한 이미지가 지구로 속속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우주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특히 허블 망원경이 보여준 놀라운 사진 몇 장을 더 보여드릴 텐데요, 이 모든 사진 속의 빛들은 최소 몇 광년에서 몇 십억 광년의 시간을 지나 달려온 빛들의 모습입니다.

cadwell78 성단
대마젤란 은하의 두 거대 성운(지구로부터 16만 광년 떨어진 거리)
허블 울트라 딥 필드(모든 빛이 하나의 은하들이다)

허블 망원경의 역사와 히스토리를 보며 저는 두 가지의 느낌을 받았는데, 조금은 엉뚱한 쪽으로 생각이 가더라고요.


첫째, 실수에 자책하거나 두려워 말자는 것입니다.

당대 최대의 과학자들이 20년에 걸쳐, 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었음에도 허블 망원경은 44개월 동안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사람들도 처음 하는 일에는 실수를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위로로 다가왔어요. 고작 3-40년 살아본 우리의 실수는 그에 비하면 당연하고 이해 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둘째,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보겠다는 다짐입니다.

몇 만 광년, 몇십 억년이라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우주의 숫자와 규모에서 오히려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이 어찌나 하찮아 보이던지요. 그 찰나의 결정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두려움보다는 부딪혀서 이것저것 해도 모자랄 시간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졌습니다. 짧은 인생 속에 더 다양하게 많은 것을 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전 저녁에 망설임 없이 치킨을 시켰네요(?)


저마다 우주를 마주하는 자세는 다를 것 같습니다. 또 우주에서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다를 겁니다. 하지만 우주는 여전히 인류가 가장 알지 못하는 분야의 한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밝혀지는 재밌는 우주 소식들을 가볍게 글로 써서 올려보고자 합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우주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연재해 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름은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입니다. 어느 애니메이션의 대사인데 눈치채셨나요?

토이스토리의 버즈 라이트가 자주 외치는 말입니다.

('To infinity and beyond!') 이 매거진을 통해 여러분들의 또 하나의 즐거운 공간이 확장되는 기회가 되길 바라보겠습니다.

https://youtu.be/6-QyYfa4FWo

[Tip]

나사에서는 지난해, 허블 망원경 발사 30주년을 기념하며 아래 사이트에서 날짜를 입력하면 그 우주의 사진을 보여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조회해보니 접속 가능하네요. 생일인 주변 지인들에게 “너의 생일날, 우주의 모습을 선물할게.” 하며 이미지를 보내주는 건 어떨까요? (물론 진짜 선물도 준비해야 덜 혼나실 거예요)

https://www.nasa.gov/content/goddard/what-did-hubble-see-on-your-birthday

제 생일인 11월 4일의 우주는 이런 모습이였군요.

아쉽게도 연도는 랜덤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그래도 누군가의 생일날 우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꽤나 재밌는 이벤트가 될 것 같네요 :)


[위 글과 영상은 유튜버 ‘북툰’님의 영상과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의 도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