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Jun 24. 2022

행복을 위해, 선택적으로 무시한다.

ep.112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지난번 글을 발행한 , 5 안에도 작은 일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손을 크게 다쳐 응급 봉합 수술을 받으셨고, 아버지도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을 다녀오셨다. 자율적 재택근무는 끝이 났고, 주식은 박살이 났다.  인연은 배려심이 모자랄 정도로 어처구니 없게 끝을 맺었다.  와중에도 공기는 뜨겁고 해가 길어지면서 초여름 냄새가 올라왔다. 불과 5 안에도 어려운 일이 이렇게나 많았다.


항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성향 상, 어렵고 힘든 기억은 잘 지우는 편이다. 아니 지우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결국엔 희미하게 만드는 편이 맞겠다. 슬픈 일은 지우개로 열심히 문질러 희미해진 연필 자국처럼 분명하게도 희미해지더라. 그렇지만 완벽하게 지우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린 저마다 행복을 위해 선택적으로 무시하는 영역을 만들며 살아간다. 의심을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면, 이를 감안하고 무시한다. 본인을 힘겹게 만들 불편한 이야기를 못 본 척 넘어가곤 한다. 불리한 기억은 오래 담아두지 않으려 하는 것. 대개 긍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일관된 모습이다.


우주를 이해할 때, 사용하는 위상수학의 ‘위상 동형(homeomorphism)’은 우리의 선택적 무시가 수학적으로도 일리 있음을 알려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상동형에 의하면 네모/원/세모는 다 같다고 본다. 사람도 다 같다고 보고, 지구와 태양도 같게 본다. 오롯이 물체의 구멍이 몇 개인지 정도로만 구분을 짓는데, 기존 기하학과 다르게 아주 거시적인 접근으로 분석을 한다. 위상수학이 이토록 크게 집단을 묶는 이유는 미친 듯이 넓은 우주를 분석하기 위함이다. 방 하나가 10평일 땐, 옷장의 사이즈가 cm 단위까지도 중요하겠지만 방 하나가 10,000평이라면 옷장의 사이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어떻게 놓아도 공간이 충분하니까) 이처럼 미시적인 존재들을 크게 크게 묶고, 더 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작은 세계의 오류를 무시하는 것이다. (필자가 전문가가 아니고, 단순 유튜브와 네이버를 통해 얻은 정보라 이 거대한 수학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이해해주시길)


https://youtu.be/aB8Xgn6JKXw

침펄+백예린의 귀한 영상을 첨부한다.
노래는 18:30초부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진부하지만 진실인 이야기.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 실수와 오류에 묶여 있으면 나아가기 힘들다. 지난 인연을 아직 담아두는 일, 떨어진 시험에 후회하는 일, 실수해서 혼이 났던 일 등 각종 후회와 실수들을 오래 담아두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작은 차이와 실수를 무시하는 이 개념은 우리 인생에 꽤나 큰 울림을 준다.


때로는 이미 지나간, 도움되지 않을 법한 나를 괴롭히는 모든 일들을 무시하고 그저 나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더 발전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 붙잡지 않고 선택적으로 무시를 할 때 오히려 우린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


자존감을 지나치게 낮출 수 있는 불행한 기억들은 선택적으로 무시하고 잊도록 노력해볼 것. 6월의 내 기억 속에 어머니의 봉합수술과 조금 힘겹던 이야기는 지워갈 것이다. 나중엔 이 글을 읽고 나서 ‘아, 22년 6월의 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잊어갈 것이다.


아픔은 항상 곁에 있었어도, 눈길을 주진 않았다. 그것이 행복의 비결이고 긍정적인 사고의 핵심이었다.

나를 위해 선택적으로 무시하기. 내 넓은 바다 안 작은 플라스틱 조각쯤이야, 기꺼이 무시해주지!!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구독과 공감, 댓글은 더 좋은 매거진을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매주 수요일 '수플레'를 기다려주세요!

(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one wave, one surf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