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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Dec 25. 2015

팬클럽문화가 청소년 사회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 문화가 담고 있는 팬덤 문화 들여다보기 3

팬덤 문화의 주 연령층인 청소년들은 집단을 만들고 싶어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의 위치가 확실하길 원한다. 그들이 집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강한 유대감 또는 공통점이 필요한데, ‘팬클럽’도 이러한 집단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동일 가수를 좋아하여 같은 팬클럽 회원이 되었다면, 그들의 유대감은  더욱더 깊어진다. 특히 대입이 가까워져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고등학생보다는 사회관계의 형성을 이제 막 겪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수의 활동 정보 등을 공유하고, 가수가 나온 프로그램 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다 과정에서, 애초에 서로 어느 팬클럽에 소속되어있는 지를 밝히면서 “어, 너 나랑 같은 팬클럽이네. 친구하자!”가 아니라, 학기 초반에 서로 탐색을 하며 각각의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탐색의 기준은 내 뒤•옆•앞자리에 앉은 친구들 또는 외모, 성격, 인기의 정도 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러한 탐색의 과정을 거친 후 각각 무리를 짓게 되는데, 그 무리 속에는(모든 무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두 명씩 특정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인기의 정도, 외모, 성격 등을 탐색하며 형성된 집단은 그 반에서 실세(?)를 담당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집단을 이루고 있는 멤버들이 모두 팬이 아니라  한두 명 정도이고, 이 들의 팬클럽 활동 정도는 약한 편이다. 이들 집단은 전반적으로 인기가 어느 정도 있고 외모도 나쁘지 않은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성 학우들이 호감을 갖는 집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집단은 나름대로의 ‘자기 관리’를 하는데, 지나친 팬클럽 활동은 학우들로 하여금 ‘빠순이’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팬클럽 활동을 해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집단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특징이 이  한두 명의 팬들로 인해 그 집단의 모든 멤버가 함께 팬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6~7명 정도가 있는 집단에서  한두 명이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그들 사이에서 전파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내내 붙어있기 때문에 좋든 싫든 그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집단의 리더 격인 멤버가 특정 아이돌에 대해 호감을 표한다면, 집단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멤버가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왠지 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고, 그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반면 아예 팬클럽 활동을 하는 멤버들끼리 모인 집단도 존재한다. 이러한 무리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팬클럽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는 속칭 ‘빠순이’ 또는 ‘덕후’들은 아예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집단을 만들게 된다. 모든 청소년들이 팬덤 문화에 호응하는 것이 아니기에 열성팬인 ‘빠순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두터운 유대감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학우들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 ‘빠순이들의 생태계’를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성팬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닌다.


응답하라 1997 포스터


앞서 말한 집단들은 주로 중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형성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덤의 주 연령층인 10대 사이에서도 중학생들이 고등학생의 비율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다. 친구관계에 예민하고 무언가 공통점을 찾길 원하는 중학생들에게 ‘팬클럽’은 또래 집단 응집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처음부터 아이돌에게 관심이 생겨 팬이  되었다기보다는, 친구 집단의 관계 형성에 참여하기 위해 이를 계기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팬덤 문화를 접하게 된다. 때문에 ‘팬 문화’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친구관계를 위한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팬덤 문화가 청소년에게 마냥 해로운 문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에게 빠질 수 없는 고민이 바로 친구관계이고, 이 고민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0대를 겪어온 우리에게 친구관계는 항상 풀어야 할 숙제였고, 어른이 함부로 개입할 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친구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몸도 마음도 예민해지는 시기에 팬덤 문화가 친구관계의 문제에 있어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은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팬덤 문화는 여태껏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던 청소년들에게 주체적인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해준다.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활발한 대화의 장을 펼치게 해주는 팬덤 문화에서는 같은 마음을 가진 팬이라면 서로의 의견을 동조해주고 각자의 주관을 존중해준다. 또한 ‘팬덤’이라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청소년들 간의 상호 교류의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사회성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있어 팬덤 활동을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하면서 그들이 ‘팬덤’이라는 왕국의 한 일원이라는 것을 팬덤에서는 끊임없이 각인시켜준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팬덤’은 다양한 동료들을 만들어주게 된다. 그것이 넷상의 친구이든 오프라인의 친구이든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은 한창 예민할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가족과 선생님이 줄 수 없는 위로를 선물해준다.


또한 학업의 부담으로 발생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삶의 만족도가 떨어져 있는 청소년들이 팬덤 활동을 통해 또래와 경쟁이 아닌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청소년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팬덤 문화를 통해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아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팬덤 문화가 청소년 사회에서 긍정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BIGBANG OFFICIALFACEBOOK



또래 집단 형성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팬덤 문화가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되었다면 팬덤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부정적일 리가 없다. 특히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주의는 팬덤 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팬덤 문화가 청소년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청소년의 전반적인 생활을 지배하기도 한다. 팬덤 문화는 청소년의 소비에 있어서도 큰 몫을 하는데, 소속사의 입장에서는 팬들의 지갑을 조금이라도 열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아이돌 굿즈를 내놓거나, 음반 판매를 한다. 또한 팬들은 자신들의 아이돌이 모델로 있는 브랜드의 수익창출을 위해 자체적으로 특정 브랜드에서만 상품을 구입하는 등 팬덤 문화에서 파생된 다양한 소비형태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분명 팬들이 주체적으로 구입하는 것이지만, 팬덤 사이에서 도태되는 것이 두려운 팬들의 마음과, 팬들이 많이 구매를 해야 가수가 먹고 산다는 기획사의 단순한 이윤창출을 위한 마케팅 등이 합쳐져 청소년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양상을 띄게 된다. 이러한 소비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사실상 청소년들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시기이기에 부모님으로부터 받게 되는 용돈으로 그들의 소비를 이어나가는데, 문제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점점 사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면 소비에 한계가 오게 된다. 때문에 자금 부족으로 사고 싶은 앨범을 구매하지 못하고, 콘서트에 가게 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이유로 팬클럽 활동에 지장을 주게 됨으로써 청소년들은 마음의 안식처로 느껴야 할 팬덤 문화로 인해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감이 자아를 지배하게 됨으로써 그들은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실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무언가에게 깊이 빠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학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반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뭐든지 지나치면 잃는 것이 있듯이, 적당한 선에서 스타를 응원하는 것은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그 사람에게 빠지기 시작하면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적당한 선’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에서처럼 놀이의 타락은 놀이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탓이다. 청소년이 왜 우상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는가 하는 문제는 왜 학교 생활이 청소년들로하여금 충분히 몰두할 만한 문화적 자양분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소년 사회와 팬덤 문화는 서로 철저히 공생하는 관계이다. K-POP이 존재하는 이상 이 둘의 공생관계는 불변의 법칙이다. 그들은 분명 음악을 매개로 한 문화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한 관계이자 생명력이다. 팬덤의 사랑과 헌신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들의 부모님 세대도 이문세를 좋아하고 추종하는 세대였으니 말이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터줏대감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PD가 ‘빠순이’를 대중문화의 주체로 보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이다.


                                                                                                                                     by 손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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