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밤에,
소란한 마음과 내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마음의 소란은 주변을 돌아보는 눈을 조용히 가려 놓았다.
마음이 소란에게 물었다.
왜 눈을 가린 건가요.
소란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눈 내린 겨울밤이었다.
와. 눈이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가려진 눈으로는 하얀 밤을 볼 수 없었다.
눈이 녹고, 꽃망울이 맺히는 봄이 오고 있었다.
마음은 이번에는 눈으로 봄을 보고 싶었다.
소란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눈으로 봄을 보고 싶어.
소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이제 네가 원하는 봄을 볼 수 있게 되었어.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으니까.
눈으로 맞이한 봄은 아름답고도 애틋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끝내 맺혀야 했던 그 단단한 봉오리들.
그 모습은 기꺼이 살아내야 했던 소란한 마음과 닮아 있었다.
이제 나는 내 등을 보며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듯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을 보기 위해 천천히 뒤돌아본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모든 얼굴을
나는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