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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Jul 26. 2024

정겨운 우리동네 놀이터는 성황리에 영업중.

평일 오후 여섯시.

아이들이 하나  놀이터로 모여 든다. 작은 동네에 구석구석마다 놀이터가 있지만, 희한하게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는 우리 단지 놀이터다.


첫째 아이가 초등 2학년까지 매일 세 시간씩 았던 곳. 지금은 둘째 아이가 태권도학원을 마치고도 꼭 들러서 그넬타야 순순히 집에 가는 곳. 이렇게 여전히 인기가 많은 우리 단지 놀이터. 아마 모여 놀기 좋은 놀이터는 애들 사이에 따로 정해져 있나보다. 몇 달 전, 단지 옆 공원 놀이터를 최신식으로 전부 바꿔줬건만.


놀이터 정자에 앉아 둘째 아이를 지켜보다 보면 다양한 학원 가방을 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일단 가방은 휙. 여아들은 그네에 열광하고 남아들은 미끄럼틀 꼭대기 정복하기. 가끔 둘러앉아 핸드폰 게임을 할때도 있다.


얘들아,
핸드폰은 집에 가서 하고,
놀이터에 나왔으면 뛰어 놀자~.


오지랖인진 몰라도 나는 아는 얼굴들이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으면 꼭 토를 단다. 이건 아이친구 엄마들과도 협의가 된 사안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얼른 핸드폰을 가방 안으로 쑥 밀어넣는다. 요새 들 버릇없다고 하지만 내가 겪은 이들은 대부분 순수하다. 그래서 어른 말을 잘 들어준다.

 

학교 후 학원, 또 학원. 요즘 애들은 너무 바쁘다보니 시간을 쪼개는 방법에 다들 도가 텄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에 학교, 학원, 상가들이 즐비해있어 동선이 워낙 짧다. 그러다보니 학원과 학원 사이 시간을 이용해 재빠르게 그네를 타러 온다. 시간쪼개기 기술의 달인들. 때문에 놀이터에 앉아있다보면 시간되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누나야, 지금 30분 됐네~.


네. 감사합니다.


좀전까지 신나게 그네를 타던 아이가 학원 가방을 챙겨 후다닥 놀이터를 빠져 나간다. 학원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처음 대화해보는 아이지만 작은동네 특성상 낯선 아이는 없다.


얼마 전 이사왔다는 아기 엄마는 혀를 끌끌 찼다. 이렇게 미친듯이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가는 놀이터는 처음 봤다고. 공부는 다들 대체 언제 하느냐고. 이러니 빚이라도 내서 학군지로 이사가야 한다고.


우리 첫째도 초2까지 세시간씩 매일 뛰놀았는데 공부만 잘했는걸요. 고학년 되더니 이젠 나가 놀래도 집이 더 좋다고 집돌이가 됐어요. 앞으로 뛰놀기엔 어차피 시간도 얼마 없어요. 그리고 우리동네는 너무 작아서 제 앞가림 못하면 소문나 이사가야하는 무시무시한 동네랍니다.


초등학생은 하루 종일 책 붙들고 씨름할 나이 아직 아닌데. 중학생도 뭐 학원뺑뺑이 다 돌고 잠시 머리 식히러 나올 수도 있지. 한창 뛰어놀기에도 부족한 나이. 좀 놀면 어때서. 어릴때 놀아야지 지금 안 뛰어놀면 언제 놀게? 갑자기 고3돼서 뛰어 놀겠다고 하면 그건 정말 난감하잖아.


처음 보는 아이도 놀이에 껴주는 성격 좋은 아이들.

한 가지 놀이를 다같이 하는 사교적인 아이들.

 그네 타려고 줄 서 있는 질서정연한 아이들.

모르는 아이도 같이 시소타주는 맘씨좋은 아이들.

미끄럼틀에선 어린 아가들을 비켜주는 섬세한 아이들.


나는 해맑은 우리동네 아이들이 정겨워서 좋다.

무럭무럭 건강하고 행복하 잘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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