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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Aug 02. 2024

엄마표 영어공부로 학군지 따라잡기 1.

초등 2학년이 되도록 알파벳도 헷갈려하던 내 아이.

한글은 책육아로 어찌어찌 는데 영어가 문제였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주입식 영어교육이 재미없었다. 중학교에 가서 교과영어를 처음 만난 세대.


유머러스한 영어선생님을 만나 시작은 좋았으나 그게 전부. 

헬로우? 헬로우! 나이스투미츄. 나이스투미츄 !


시절 나는 파닉스나 디코더블 단계를 각잡고 배운 일이 없었다. 그런걸 가르치는 학원이 따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에는 없었다. 리더스북이나 챕터북 깔깔대며 본 일 또한 .다. 


1형식, 2형식, 3형식 문장분해하기! 주어 동사찾기! 관계대명사와 to부정사! 내가 접한 영어는  이런 식이었는지. 어느 순간엔 그저 수능시험 과목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엄마인 나부터가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기까지 괴리감이 있었다. 이 재미없는 과정을 내 아이에게 또 배우게 해야 한다니.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로는 어릴때부터 영어를 노래로 접하게 해주는게 좋다고 했다. 자꾸 들려주고 보여줘야 익숙해져 발화가 나온단다. 그렇다면  그림책이나 챈트송북 같은것들을 구해줘야겠군. 그래서 가끔은 B급 도서 기획전이나 유아교육전에 기웃거렸다.


미취학 아이와 이미 한글책 이 천 권 읽기에 도전중이었다. 그러면 중고등 때 학원갈 필요가 없을 거라고. 혹시 이 법칙은 영어에도 통하는 법칙일까. 궁금해졌다. 한글책이 다독이 중요하다면 영어책 또한 다독이 나쁠 거야 없겠지?!


인풋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 아웃풋이 나온다니. 그런데 듣고는 있는 거야?무슨 얘긴지 해석 가능하겠어?문맥상 분위기파악만 하지말고 제대로 내용을 파악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영어는 시험으로 먼저 만날 거잖아.


뭔가 불안했다. 일단 엄마인 내가 영어책을 읽어주는 게 너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나 해석에 막혀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아마 아이도 엄마가 자주 멈칫하는 순간을 눈치챘으리라.


영어책만 읽어줬는데 스스로 리딩을 하더라구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저절로 음가를 읽던걸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잖아요. 아침에 기상송으로 영어노래를 틀어주세요.


아. 막연하게 영어책 많이 읽어주고, 자막 없는 영어영상 하루 몇시간씩 보여주는 인풋, 인풋, 인풋! 그 영어 잘하는 방법 맞아요? 확실해요?


내 아이는 저절로 아웃풋이 터져나올거라는 일부 증언들과는 달랐다. 우리집 아이는 그런 기적같은 아이는 아니었다. 뜻 모르는 영상의 그림만 보며 지루해하던 아이는 점점 동태눈깔이 되어갔다. 정확한 이야기도 모르면서 마냥 보고 듣는 방법은 영어를 더 싫어하게 만들 뿐이었다. 난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영어는 이런저런 이유들에 막혀 취학 전엔 답보 상태로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도 아예 안할 수는 없어 파닉스워크북과 같은 시리즈를 가끔 풀어줬다. 미취학용이라 그런지 알록달록 색감에 귀여운 그림이 담겨 있어 지루하진 않았다. 책표지에 큐알코드만 찍으면 음원이 나오는 구조도 신선했다.


이 정도면 파닉스를 군데군데 정도는 파악했겠지? 어차피 파닉스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잖아?!


그렇게 학군지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사립초 또는 국제학교 코스를 밟는 동안 나는 아이의 영어를 안일하게  방치했다. 아직 학교에서 교과영어를 시작하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영어를 3학년에 시작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그때 하면 된다고. 어차피 한글책 많이 읽은 아이들은 영어실력도 금방 는다던데. 이런저런 말들에 위안을 삼으면서.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이제는 리딩좀 해볼까 싶어 수많은 리더스북을 아이에게 안겼지만. 정작 내 아이는 알파벳도 헷갈려하는 수준이라 입도 뻥끗 하지 못했다.



!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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