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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Aug 09. 2024

엄마표 영어공부로 학군지 따라잡기 2.

엄마의 완급조절능력이 필요한 순간!

우선 내 아이는 알파벳부터 정리가 필요했다. 

파닉스와  리딩은커녕. 

알파벳 b와 d를 헷갈려하고, 알파벳 이름도 틀리게 부르는 수준이었다. 맙소사.


이런 애를 데리고 단어 외우고 문장 해석을 하려 했다니, 기똥차게 꿈 한 번 야무졌지!


일단 영어공책에 a부터 시작했다. 아이가 알파벳을 차근차근 쓸 때 발음도 간단히 알려줬다. 도대체 유아파닉스시리즈를 그동안 몇 세트를 뗐건만 너랑 나랑 여태 뭐 한거니?스쳐간 책값들이 아깝구나. 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왔지만 참기로 했다. 어차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 하며 꾹 눌러 담았다. 이것저것 따지고보면 세 술 네 술 정도 되겠지만 그래도. 머리 클수록 공부시키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거라도 열심히 획순맞춰서 쓰고 있는데 내가 감사해야겠지. 휴.(참고로 인터넷에 알파벳 획순쓰는 강의도 있다. 획순은 영어든 한글이든 매우 중요하다. 획순엔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형아가 인상깊었는지, 둘째 아이는 유치원 알뜰장터에서 형아 준다고 영어공책을 사왔더랬다. 그걸 받아든 형아의 표정은..&@%^~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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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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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방학은 늘 기회였다.

욕심내지않고 천천히 알파벳을 뗐다. 2학년 여름방학 동안 내내. 아무리 비학군지라도 1학년부터 영어학원에 등록한 아이들이 고, 공부방 숙제라며 쉬는시간에 영어쓰기를 시작한 주변 친구들이 생기면서 아이 스스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다행히 협조적이었다.


그래, 양심 있으면 알파벳정도는 써야겠다 싶었겠지. 

이때다 싶어 나는 조용히 리더스북을 내밀었다.


역시나 읽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알파벳 뗐다고 리더스북 술술 읽었 애초에 천재였게!




엄마, 이건 어떻게 읽어?


개학을 하고부턴 아침식사를 하는 아이 앞에 앉아 리더스북을 읽어줬다. 기계음을 싫어하는 아이라 한글책도 내가 쌩목으로 읽어줬었는데. 이 짓을 또 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영어는 정확한 발음을 위해 음원듣기 필요했다.  우선은 읽다 막히는 부분만. 아침부터 듣기평가 같은 분위기가 되면 흥미를 잃을까봐 최대한 힘을 빼기로 했다. 마치 잠자리독서를 아침에 하는양.


엄마의 완급조절능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체음원은 하교 후 아침에 보여줬던 책들을 몰아서 다시 들려줬다. (나의 경우엔 이리 했지만, 기계음을 거부하지 않는 아이라면 아예 음원부터 들려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음원이 없는 책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나는 그저 등교 전 약간의 두뇌운동을 시켜주고 싶었다. (빡세게 시키는 집도 많다.) 어쨌든 아침엔 잠자리독서처럼 편안하게 읽어주었다. 최대한 힘 빼고. 그래, 이제야 알파벳 뗀 아이인데 여기서 무얼 더 원하랴.


많이 읽어줄 것도 없이 하루 세 권.

일부러 쉽고 짧은 책만.


읽어주기 힘든 날은 한 권 정도 뺄 때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매일을 읽어줬다. 당연히 해석도 해줬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영상을 동태눈깔로 보던 때와는 다르게 영어가 좀 들리는 눈치였다. 하루이틀이 쌓이다보니 제법 많은 양의 책들을 읽어주게 되었다. 매일의 힘은 위대했다. 어느 순간 아이는 눈에 익는 단어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통문자로 외워버리는듯 했으나 나중엔 더듬더듬 음가를 읽었다. 파닉스규칙에 딱딱 드러맞는 단어는 아예 손으로 짚어가며 읽기를 시켰다. 몰랐는데, 유사한 수준의 책들에 나오는 어휘는 대부분 비슷했다. 이 책에 나왔던 단어가 저 책에서도 만나게 되니. 결국엔 계속 반복 또 반복. 


그렇게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얘기했던 첫 발화의 그 순간! 내 아이도 어느새 한줄 두 줄 읽고있었다. 막연하게 영어를 익숙하게 하던 방법보다는 집요하게 학습식으로 했던 방법이 발등에 불떨어진 내 아이에겐 더 먹힌 거였다.


이때다싶어 나는 얼른 아이에게 코스북과 미국교과서를 슬쩍 추가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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