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13. 전시회 사람들1

by 랑애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궁전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화가도 있고 교수도 있으며, 사진작가도 있고 시인도 있다. 4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나만 유일하게 이곳에서 20대다.


우리는 비밀조직인양 늘 궁전 안에서만 만났고, 외부에서는 이곳의 이야기를 쉬쉬했다. 딱히 숨길 이유는 없었지만 그냥 다들 그렇게 했다.


와, 역시 알아줘야 해. 여사님, 현관 앞에 그림 끝내주는데요?


현관에서 젊은 시인 하나가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서서 소리쳤다. 나는 다과상에 내놓을 과일접시를 거실로 옮기다가 그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래? 역시 보는 안목이 있군.


그렇죠? 제가 글 쓰는 거 안 했으면 미술 했다니까요. 이야, 진짜 끝내주네.


시인은 신발을 벗고서도 현관 앞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에 할머니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저 울렁거리는 귓바퀴가 좋아? 진짜로?


시인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들어오다가 나와 딱 마주쳤다.

내가 든 접시 위의 사과 한쪽을 집어들며 눈을 찡긋거렸다.


저 그림 봤어요? 와, 사람 귀랑 진짜 똑같애.

그러고는 사과를 입안에 욱여넣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다소 실없는 사람 같았다.


내가 더 끝내주는 그림 보여줄까?


아까부터 소파 한가운데 팔 벌리고 앉아 있던 최 화백이었다.

그는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랑이 주는 힘일까.


그에 반해 나는 아까부터 최 화백은커녕 할머니 얼굴조차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했다. 옷장 속 그들의 행각과 말소리를 모두 들어버렸기에. 그래서 아까부터 조용히 사과만 깎고 나르고 사람들에게 인사만 하고 있었다.


에이, 전 뭘 보여줘도 저 그림에 한 표입니다.


시인은 실실 웃어가며 최 화백을 놀리고 있었다.


나도.


이번에는 젊은 시인과 친한 사진작가도 함께 나섰다.


왜에. 내 그림 보여줄까봐?
아니야. 내가 여친한테 선물로 준 그림이 있거든.
그거 보면 아마 까무라칠 걸?

최 화백은 샐샐 웃어가며 장난끼를 숨겼다.


에이, 아니야 아니야. 가만. 네? 여자친구요?


젊은 시인과 사진작가는 한껏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최 화백은 두 젊은이의 비명에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괴짜 최 화백'이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에 대해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화백은 마냥 뿌듯한 얼굴이었다. 때마침 거실로 들어온 할머니를 보더니 살짝 눈짓까지 해보였다.


아아, 설마 여사님은 아니죠? 줄긋기가 이렇게?


에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마녀를 어떻게 사귀어. 하하.

젊은 시인이 두 남녀의 눈짓을 읽었는지 재빨리 너스레를 떨었다.


허, 참.


이에 최 화백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고, 할머니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되받아쳤다.


마녀? 나처럼 섹시한 마녀 봤어?


아이고 참. 못 말려. 두 분 진짜에요? 어째 쪼끔 낌새가 이상하긴 했어.


나도 느꼈지. 아, 얘기좀 해줘요. 누가 먼저 대시했는지. 네?

항상 할머니 옆에서 밀착경호를 하던 나는 정작 아무것도 몰랐는데. 평소에 두 사람은 대체 뭘 느꼈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대화였다. 젊은 시인과 사진작가가 최 화백 가까이 자리를 잡고 앉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회원들이 어울려 들어왔다. 나는 다과상을 차리다 말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젊은 시인과 사진작가도 허리를 세우고 일어났다. 회원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사이 사진작가는 얼른 내 귀에 대고 재빨리 말했다.


여사님이 마녀인 거 몰랐죠? 나는 봤는데 밤엔 막 빗자루도 타고 다녀.


네?


조심해요.


그는 내게 눈을 찡긋거리기까지 했다.

고지식한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농담이었다.

아무래도 할머니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괴짜인 것만 같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