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공모전 8편
선비공원 1
구름 맑은 어느날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발자국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그 곳에 또 다른 남자가 들어섰다.
여기는 선비공원이라 불리는
한 아파트 단지내의 작은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선 그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의자 옆을 보니 재미있게도
갓을 쓰고 있는 두 개의 청동 동상이 함께 놓여 있다.
선비 동상.
이것 때문에 여기가 선비공원이라 불리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남자는
무심코 둘 사이의 틈 속에 몸을 낑겨보았다.
하지만 억지로 들어가기에는 틈이 너무 좁다.
다시 자리에 앉아 동상을 본다.
그러니 웃는 낯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것이
근사한 옛 선비들의 모습이다.
그때는 저렇게 풍류를 즐겼을까.
남자는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어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얼마후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그 곳을 바라보니
곱게 차려입은 한 여성이 기다란 목줄을 앞세우고
개 한 마리와 함께 공원에 들어선다.
여성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남자는
문득 개 짖는 소리에 놀라 그 방향을 바라본다.
어느새 공원에 제비 한 마리가 들어서 있다.
두리번 거리며 먹을것을 찾던 제비는
방금 정면으로 마주친 개와 맞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성은 발을 돌려 돌아가려 했지만
커다란 개가 다리를 뻗뻗히 세우고 제비를 향해 계속해 짖는다.
하지만 몸집도 작은 제비는 오히려 개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자 덩치큰 개는 마침내
자신의 턱 밑까지 다가온 제비에게 꼬리를 말고
주인 여성을 따라 도망치듯 사라졌다.
남자가 제비를 본다.
어쩜 저렇게 작은 몸집에서 그런 용기가 나올수 있을까.
그런데 제비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흡사 조선시대의 선비가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같다.
그렇게 보니 이제 알겠다.
선비는 예로부터
한번 먹은 마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꺽지 않는다고 했으니
저 선비를 닮은 제비는
무섭게 생긴 개를 보고도 절대 자리를 비켜서지 않은 것이다.
다시 왼편을 보니 두 선비 동상이 보인다.
남자는 그 동상과 공원안의 제비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잠시 자신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선비공원 2
‘정말이지 여기가 어디쯤이람’
제비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한다.
앞에는 덩치큰 개 한 마리가 있다.
‘실례지만 견공 여기가 어디쯤이오’
제비가 묻는다.
덩치큰 개는 소리가 나는 곳을 쫓아
자신의 발치를 내려봤다.
‘나한테 묻는 말이니’
개는 난데없는 질문에 놀란 눈치다.
그도 그럴것이 여지까지 작은 동물들은
자신의 커다란 덩치에 지레 겁을 먹어
말을 거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소’
‘여기는 선비공원이라고 해’
‘선비공원이라 멋진 이름이구료’
개는 이후 제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개는 이 작은 제비가 보통 마주치는 촐랑거리는 새들과는
뭔가 다른 비범함이 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다.
‘보아하니 넌 공부를 많이 한 제비로구나’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학문의 길은 멀고도 끝이 없어서
함부로 많이 배웠다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
‘그러지말고 나한테도 가르쳐주렴
난 너무나 무식해서 여러모로 곤경에 처할때가 많단다‘
제비가 개를 바라본다.
그러니 확실히 이 개는 허울이 크고 떡대가 좋았지만
입을 벌리고 헥헥 거리는 모양새가 어딘가 덜떨어져 보인다.
제비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견공 그럼 이것도 인연이니 제가 학문을 가르쳐드리도록 하지요’
‘와 정말 고마워 그럼 뭐부터 하면 되니’
‘우선 자세를 잡고 앉으시지요’
하지만 개는 앉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끌고온 애완견 한 마리가
주인 앞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개는 그 모습을 따라했다.
‘이렇게 앉으면 될까’
‘그렇습니다’
‘으헉 안되겠어 제비야 이렇게 앉으니까 똥이 마려운걸’
‘어허 똥이라니요’
‘왜? 똥을 똥이라 했을뿐인데’
‘안됩니다. 똥은 변을 상스럽게 부르는 표현입니다.
앞으로는 똥 대신 용변이라는 말을 사용하십시오’
‘용변이라... 알겠어 제비야 근데 도저히 앉아서는 못 듣겠다
서서 들어야겠어 자꾸 용변이 나와‘
‘그럼 알겠습니다’
제비는 하는수없이
조금 경사진 곳에 올라가 개를 마주보고
첫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자고로 저희 집안은 먼 옛날에 흥부와 놀부라는 인간을 섬겼습니다’
‘흥부와 놀부?’
‘네 누구나 아는 인간들의 먼 전래동화이지요.
그리고 그 곳에 나오는 제비가 바로 먼 조상으로서
저는 바로 그 분의 직계후손이랍니다‘
‘그렇구나 할아버지가 책에도 나오고 대단한 집안이네’
‘아무튼 그 동화는 흥부에게 은혜를 갚은
제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저희 가문에서는 먼 옛날 조상님의 모습을 본받아
대대로 은혜를 갚는 것을 제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쳐 왔지요‘
‘그런데 은혜가 뭐야?’
‘은혜라는 말을 모르시는군요.
쉽게 설명하면 오는게 있어야 가는게 있다라는 뜻입니다’
‘음 알겠다 혹시 이런 말이니?
내가 다른 동물한테 사과를 주면 그 동물도 나에게 사과를 준다’
‘맞습니다 바로 은혜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지요.
그러나 요즘 세태는 이 은혜란 덕목을 점점 잊어가는 실정입니다‘
‘왜지?’
‘견공처럼 배우고자 하는 동물이 사라졌으니까요
모든 동물들이 인간에게 먹이 하나
얻어먹겠다고 꼬리만 흔들고 다니니 이게 되겠습니까‘
‘그렇구나’
‘각설하고 그래서 은혜라는것이
제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했지요‘
‘응 알겠어 나도 앞으로 은혜를 갚아야겠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닙니다’
‘잉?’
‘개는 제비와 다릅니다.
개는 제비처럼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 중에서는 꽤 고고한 동물로 손꼽히는데
먼 옛날 불에 휩싸인 주인을 구하겠다고
온몸에 물을 뭍히고 불을 꺼 주인을 구했던 한 토종개의
눈물겨운 이야기는 많은 동물들의 귀감이 되고 있지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네 그런데 개들은 현재 인간들이 족보를 너무 갈라놔서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낼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고유의 피는 사라지지 않을테니
견공에게도 그 토종개의 심성이 스며있을 것이고‘
’나에게?‘
‘그렇습니다’
‘그게 뭔데?’
‘바로 충성심이라는 겁니다’
‘충성?’
‘개하면 충성 충성하면 개 모르십니까
인간들이 하는거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손을 올리면서 충! 성!‘
‘도저히 모르겠는데 난 살면서 공원을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거든’
‘알겠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다 이 말이지요‘
‘아하 알겠어 이제 이해가 되네
말하자면 이런거군 한번 내 사과는 영원히 내 사과다’
‘맞습니다. 해서 은혜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개와 제비는 엄연히 종족이 다르므로
그에 따른 차별학습이 중요합니다.
‘알겠어 그럼 충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돼?’
‘먼저 주인을 찾아야지요’
‘주인이 뭐지’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알겠다고 하셨답니까.
즉 견공을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인간말입니다’
‘그런 인간은 없는데’
‘허어 듣고보니 견공은 참 한량이시군요
바야흐로 지금은 애완견공들의 시대인데 주인 한명을 두고 있지 않다니요
요즘은 개 한 마리가 주인을 몇 씩이나 두고 살아가는 어장관리 개들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이 없다니 이걸 멍청하다고 해야할지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맞아 내가 좀 바보같긴 해 그러니 도와주렴 제비야’
‘알겠습니다 그래도
처음 저를 외면하지 않고 친절히 답변을 해준 견공이니
부족하나마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러나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하지요.
그동안 오늘 말한 은혜와 충성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있으시지요‘
‘알겠어’
선비공원 3
제비가 호두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세찬 바람을 머리로 뚫는다.
한 인간의 머리위에 호두가 떨어진다.
제비가 바닥에 앉는다.
남자는 제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머리를 세차게 문지르던 남자는
공원에 내려앉은 제비를 마냥 바라만보다가
곧 발치에 떨어진 호두를 들고 유유히 공원을 걸어나갔다.
제비가 한숨을 쉰다.
‘줘도 못 받아먹는군’
제비는 은혜를 갚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흐른 탓인지
친절을 베푸는 인간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제비는 혼자서도 깔 수 있는 호두를 줍게 되면
그것을 인간들에게 가지고 와 머리에 살짝 떨어뜨려 보는 것이다.
하다못해 그것을 까주는 사람이 있기만 하다면
그에게 은혜를 갚아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걸 가지고 제비가 줘도 못 받아먹는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공원을 휘 둘러본다.
구석에 개가 보인다.
드르렁 쿨, 드르렁 쿨,
어째 코고는 소리가 제비의 귀속까지 들려왔다.
제비가 잽싸게 달아가 개의 귓등에서 헛기침을 했다.
‘이보시오 견공’
개가 흐느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 제비야 왠일이니’
‘이것보시오 내가 어제 말한걸 벌써 잊어버렸소’
‘응 은혜 말이로구나 글쎄 내가 어제 꿈에서 은혜를 갚는 꿈을 꿨지 뭐니
누가 나에게 사과를 주길래 나중에 나도 그에게 작은 사과를 갖다주었지‘
‘왜 하필 작은 사과를!
아니 그게 아니라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은혜는 제비가 갚는 것이라하지 않았습니까.
견공은 주인이나 찾으라니까‘
‘맞다 맞다 내 정신봐’
개는 한차례 머리를 흔들고 공원을 지나가던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크게 짖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놀라서 도망을 친다.
하지만 이내 모자를 쓴 한 사람이
막대기 하나를 들고 나타나더니 개를 위협했다.
‘이크 제비야 도망치자’
제비와 개가 나란히 공원을 도망다녔다.
잠시후 간신히 사람이 따돌리고 개가 숨을 돌린다.
‘헥헥’
‘이보시오 견공’
‘응’
‘그렇게 짖어대면 대체 어떤 사람이 좋아하겠소
내 무식한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인줄은 몰랐습니다‘
‘미안 제비야 내가 바보같지’
‘그런말이 아닙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것이지
자책은 학문하는 사람에게 일절 쓸데없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바른 방법을 일러드리지요
가서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응’
잠시후 개는 제비가 말해준 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기분좋은 표정으로
개에게 성큼 다가왔지만
몸에서 냄새가 나는것인지 곧 코를 잡고 뒷걸음질로 사라졌다.
하지만 한나절이 지나자
곱게 차려입은 여성 한 명이 나타나 개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러니 개가 또 여성을 향해 짖는다.
제비는 놀라서 그만하라는 날개짓을 했지만
여성은 짓는소리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그 개를 품에 꼭 안아 어디론가 걸어갔다.
제비가 급히 개 머리위로 날아올랐다.
‘됐소 견공 드디어 주인을 구했구려
난 견공이 또 짖는바람에 놀라버렸습니다’
‘고마워 제비야 내가 살면서 주인을 구한건 이게 처음이야
나 절대로 은혜를 잊지 않을게’
‘아닙니다 은혜는 제비가 갚는 것이라니까요
앞으로 견공은 그 사람에게 충성만 하면 되는겁니다‘
‘알았어 제비야 넌 그럼 계속 선비공원에 있는거니’
그러나 이윽고 개와 제비는 거리가 너무 떨어져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비는 사라지는 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개도 처음으로 사람의 품에 안겨
따뜻한 체온을 몸에 느꼈다.
선비공원 4
‘잊지말거라’
‘네 어머님’
아기 제비가 울음을 터뜨렸다.
어미제비는 아기 제비를 두고 죽음을 맞이했다.
제비는 아주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사실 제비는 예전부터 견공을 알고 있었다.
그의 어미가 살아생전 입에 달고 살았던 인물이
바로 그 견공이였기 때문이다
‘웬걸 내가 새총에 맞아 죽을뻔하였는데 그 견공이 살려주었단다’
‘하지만 어머니 일전에 보았을때 그 견공은 맨날 잠만 퍼질러 자던걸요
혹 잠꼬대를 한것이 아니였겠습니까’
‘에끼 못된소리 말아라. 내 목숨을 구해준분에게 그게 무슨 무례한 소리냐’
‘죄송합니다’
그러나 실은 아기 제비 말이 맞다.
당시 공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새총이 유행하여
다수의 새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어미 제비또한 그날 죽음의 그림자가 문턱에 찾아왔고
하여 새총에 맞을뻔한순간
그 곁에 있던 늙은 개가 잠꼬대를 한 것이다.
결국 느닷없는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새총을 잘못된 방향으로 쏘았을때
어미제비는 상황을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쳤다.
이후로 어미는 나이가 차서 죽을때까지
선비공원을 매일 찾아다니며 잠자는 개의 곁에 먹이를 놓았다.
그리고 아기 제비에게 자신이 죽어도
꼭 그 개에게 은혜를 갚으라고 말을 해놓은 것이다
아기제비는 어미의 유언대로
1년동안은 세상을 돌며 학문을 익히다
다시 자신이 살던 한 아파트 단지의 공원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동안 주변의 생김새가 많이 변해있다.
해서 지나가던 개에게 길을 물어보니
그 개가 이곳이 선비공원이라고 대답을 해준 것이다.
한데 개의 눈에 눈꼽이 껴있다.
제비는 직감적으로 이 개가 과거 어미제비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바로 그 게으름뱅이 개라는 걸 알았다.
해서 은혜를 갚기위해
이 개에게 주인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배가 고프군’
제비가 혼자 중얼거린다.
선비공원 일대는 몇 년전 어미제비가 살아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먹을것이 풍부하지 못했다.
게다가 쉽게 구하지 못하는 호두를
몇 차례나 인간들이 그냥 들고 가버리는 바람에
삼일을 연달아 굶게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자 그의 어미에게 찾아왔듯
새끼 제비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제비는 견공을 보고 싶었지만
이제 그를 보는건 불가능하다.
한번 주인을 찾아간 개는 그 핏줄의 성격상
절대로 다른곳을 찾아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자신이 배운 학문대로라면 개라는 동물은 그렇다.
‘어디로 갔는지나 알았으면 좋겠네’
제비가 짹짹 거린다.
하늘에는 구름이 꼈다.
선비공원 5
개는 열심히 충성을 했다.
하지만 특별히 충성의 방법이랄 것도 없어서
개는 주인이 가르쳐주는데로 잘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되었다.
용변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봐야 한다는 것.
또 아무데서나 짖으면 안된다는 것,
주인의 옷을 함부로 찢으면 안되는 것.
등등이다.
그러나 친절한 주인은
어수룩한 개가 셀수없이 실수를 하여도
다시 한가지씩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친절한 주인을 만난 개는 행복해하였고
얼마전 만난 제비의 관해서는 서서히 잊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베란다 신문에 앉아
태어나 처음으로 정해진 곳에 용변을 보고 있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구름낀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던 개는 문득 제비를 떠올렸다.
그런데 제비가 이런 날씨에 홀로 공원에 나와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측은지심이라고 합니다’
‘측은지심’
‘일찍이 맹공께서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자세라 누누이 이야기한 것이지요
무릇 선비란 안쓰러운 것을 보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느니‘
‘안쓰러운건 뭔데?’
‘안쓰러운건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말하지요’
‘가엾다고?’
‘아휴 끝이없군요 내일 다시 하겠습니다’
개는 얼마전 제비와 함께한 수업을 떠올렸다.
대부분은 어떻게든 이해했지만
측은지심이라는 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이런 마음을 말하는걸까’
개는 제비가 안쓰럽다는 마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주인이 가르쳐준 규칙에는
허락이 있기전에는 절대 집을 나가지 말것 이란 것도 있었지만
이젠 도저히 제비를 모른채 할수가 없다.
결국 주인이 택배를 받기 위해
살짝 문을 연 사이를 통해 재빨리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리는 비 속을 달리며 생각했다.
충성심이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제비가 일러준대로라면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란 뜻인데.
그렇다면 사실 개가 충성을 해야할 대상은
자신에게 처음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었던 제비가 아닐까.
애초 공원을 처음 찾아와
자신에게 삶을 살아갈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준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제비였기 때문이다.
잠시후 선비공원에 개가 도착했을때
겹겹이 쌓여있는 낙옆 한복판에
제비가 조용히 누워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얼굴을 대어보니 이미 제비의 몸이 차갑다.
개는 흐르는 비에 눈물을 숨기고
그 제비를 입에 물어 선비공원의 양지바른 흙자리로 찾아가 묻었다.
그리고 그날밤새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아파트 단지를 정처없이 헤매었다.
선비공원 6
‘영차’
‘진짜 무겁네’
두 남자가 트럭 앞에 있다.
남자는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들은 방금 트럭에서 내린 돌덩이를
공원앞에 세로로 세워놓더니
설계도 같은 것을 살펴보고
곧 연장들을 사용해 그것을 바닥에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카메라를 살펴보던 남자는
아마 이 두 선비동상이
자신의 상상처럼 이제는 대부분 사라져가는 선비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한 개와 어느 제비를 모티브로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유쾌하게 웃으며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후 돌덩이를 고정하던 두 인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면을 자세히 바라보던 그들은
위치가 잘못됐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돌덩이를 분리해 힘겨운 운반을 시작했다.
그리곤 방금 남자가 앉아있었던 두 선비동상 앞에 섰다.
돌덩이를 앞에 놓는다.
다시 한참을 작업하던 그들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그것으로 돌가루가 뭍어있는 비석의 앞 부분을 쓰윽 닦아내었다.
그러자 돌덩이에 새겨진 글자가 햇빛에 반사돼 영롱하게 반짝거린다.
「작품명: 두 선비
설명: 불에 쌓인 주인의 목숨을 지키고자 죽었던 한 토종개와
과거 박씨를 통해 흥부에게 은혜를 갚았던 흥부 놀부전의 제비 이야기를 모티브로
오래전 우리네 선비들이 지키고자 했던
충성심과 은혜의 가치를 나타내 보고자 하였습니다.
특징: 작품은 정면에서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측면에서는 제비와 개의 모습이 보이도록 음영기법을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하여 사람의 내면에는 개와 제비같은
훌륭한 선비정신이 깃들어있다는것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재질: 브론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