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있다.
버스기사 한명이 커피를 마신다.
그 옆에 또 한명의 남자가 담배를 피고 있다.
버스기사가 그의 담뱃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시후 기사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저기’
‘네’
‘버스 타시려나보죠’
‘네 그런데 기사가 안 보여서요’
‘제가 버스 기사입니다’
‘그렇군요 근데 무슨 볼일이라도’
‘아니요 갑자기 말을 걸고 싶어서요’
‘네’
‘담뱃불을 보고 있으면 뭔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전 예술가가 아니라 실제로 뭘 해볼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저는 작가입니다만’
‘이런 그랬군요 전 작가분들을 좋아하는데’
‘그러시군요 그런데 기사님 언제 출발하시나요’
‘지금갑니다 타세요’
‘버스가 깨끗해 좋네요. 그런데 사람이 원래 이렇게 없나요’
‘네 오전 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죠.
거기 앉으세요 가면서 대화나 하면 어떻습니까‘
‘좋아요. 전 버스기사들이 대부분 과묵한줄 알았는데’
‘사실 별로 재미있는 직업은 아니긴하죠
근데 작가님은 무슨 글을 쓰세요‘
‘전 소설을 써요 하지만 요새는 글을 통 못쓰고 있네요.
‘왜요’
‘잘 떠오르지가 않아서요 요즘에는 원고대신 담뱃재만 늘고있어요‘
‘담배는 언제부터 피셨습니까’
‘글을 쓰기 시작할때부터요’
‘담배를 피면 글이 떠오르나요’
‘아니요 담배 때문이 아니라 이 라이터 때문이죠’
‘라이터?’
‘네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순간
대개 그 순간에 영감이 번쩍 하곤 합니다.
한편으론 작가를 뜻하는 영어 스펠링 라이터와
이 라이터의 발음이 같잖아요
꼭 무슨 연관 관계가 있는것 같지 않나요?‘
‘햐 그렇네요’
‘기사님은 없으세요 그런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
‘그런 게 있을까요 저는 상상력이 부족한 편이라’
‘그래도 작가들에 비해서 경험하는게 많으실텐데
도로위를 수도없이 돌아다니시잖아요‘
‘하긴 그래요 돌고 돌고 또 돌고
수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매일 마주하지요
하지만 역시나 머리가 번쩍하는 멋진 순간은 저에게는 없네요
그래서 전 영감을 포착할줄 아는 작가분들이 부럽습니다‘
‘부럽기는요. 그럼 이건 어때요.
라이터에 불을 붙여 영감을 얻는 작가들에게는
사실 이런 한계가 있어요
뭐랄까 기름이 떨어지는 순간...‘
‘기름이 떨어진다고요’
‘네 제 아무리 날고기는 작가들에게도
경험과 지식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자신의 경험을 글이라는 이미지로 계속 구현하다보면
결국엔 점점 기름이 떨어져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말이지요‘
‘말하자면 영감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군요’
‘아니요 영감에는 한계가 없어요.
그게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랄지’
‘아하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이 부럽다고 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기사님들이 부러울때가 있어요‘
‘그래요?’
‘기사님들은 언제나 주유소에 가잖아요’
‘그렇지요’
‘그럼 기름 부족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에이 기름은 정신 에너지가 아니지요’
‘하지만 삶이란 비유의 연속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기사님들은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채워줄
그런 주유의 공간들이 많으실거에요‘
‘음’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래요 생각났어요
버스기사들은 손님들의 미소에서 에너지를 얻네요
기사처럼 손님의 얼굴을 많이 보는 직업도 없으니까 말이죠‘
'그렇군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기운을 얻기도 하고’
‘오호’
‘휴가때는 먼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운전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죠’
‘끝내주네요’
‘하지만 작가에게는 그런일이 없답니까’
‘글쎄요 영감이란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모르니
소위 예술한다는 사람들은 늘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는것 같아요.
해서 다른 사람의 미소에서 기름을 얻을수 없고
또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기름을 얻는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여행도 마찬가지죠‘
‘사람이 항상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는게 가능한가요’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저는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자주 악몽에 시달리고
평소 혼자 중얼거리는 일도 많지요‘
‘끔찍하네요
그러고보니 어디서 들어본것 같아요.
어떤 작가는 글 한편을 온전히 쓰기위해
자신을 감옥에 가둬두기도 한다고요‘
‘그렇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우습게 생각되지는 않으세요?’
‘뭐가요’
‘그런 유별난 행동을 하는 작가들이 우습지 않냐고요’
‘아니요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다르다는 생각은 합니다
확실히 작가들은 독특한것 같아요’
‘그렇군요’
‘우리 다른 이야기 할까요’
‘그러죠 근데 힘들지 않으세요 말하면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괜찮습니다 가능하면 집중하는게 좋지만’
‘불교신가 봐요’
‘어떻게 아셨어요’
‘팔목의 염주를 봤어요’
‘맞습니다 저는 불교에요 작가님은 종교가 있으세요’
‘저는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종교가 원래 없었나요’
‘아니요 저는 어릴때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녔었는데
요즘은 잘 나가지 않아요‘
‘왜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불편해서요’
‘하지만 종교는 자신이 믿는것만 믿으면 되잖아요’
‘그건 그래요 기사님은 부처님을 믿으세요’
‘믿어요’
‘왜 믿으세요?’
‘흠 왜일까요... 막상 생각해보니 잘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래도 믿는것에 꼭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한번 생각해봤어요’
‘하하 작가들은 그런것도 생각하나요?’
‘뭐 갖은 잡생각들을 달고사는게 작가란 사람들이니까요’
‘이유가 뭐죠’
‘종교는 불명확하기 때문이에요’
‘불명확하다고요’
‘네 성당에 가면 예수님이 못에 박힌 동상이 있지만
실제로 요즘 사람들이 예수님을 본적은 없잖아요
벌써 몇천년전 사람인데‘
‘하지만 성경에 나오지 않습니까’
‘그건 간접적인 만남이죠’
‘음’
‘바로 그 점이 문제인것 같아요. 종교는 직접 볼수가 없죠.
그래서 실체가 없는것을 믿어야 해요‘
‘호오’
‘작가는 백지위에 글이라는 이미지를 새겨넣는 사람들이에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이거든요‘
‘예술가들이 현실적이라고요? 그건 정말 이해가 안가는데’
‘예를들어 볼게요.
작가가 어떤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서
그것을 상대에게 텔레파시로 보내는게 가능할까요‘
‘안되죠 애초에 텔레파시라는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실상 글이라는 것은 원고지든 에이퍼 용지든 간에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옮겨내지 않으면
상대에게 그 뜻을 전달할수가 없어요‘
‘그렇죠’
‘그래서 굉장히 논리적이여야 되요.
논리적이지도 않은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려고 하면
허풍쟁이라는 소리를 들을테니까요‘
‘그렇겠네요’
‘해서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머릿속에서 수도없는 수정과 탈고를 반복하죠,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에요 작가는‘
‘집요하다는 거군요’
‘네 보통 뛰어난 예술가들이 정신 쇠약에 쉽게 걸리는 이유도
너무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그게 종교와 무슨 상관이죠’
‘논리적이지 못한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거에요.
A를 넣으면 B가 나와야 하는데
종교라는 건 이런 알파벳들을 건너뛰어서
무조건 믿으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렇죠’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것 같아요 자신만의 논리가 확실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작가님 저는 어떨까요. 왜 저는 불교를 믿죠‘
‘모르겠어요’
‘생각해보세요 작가님은 재미있는 답을 찾을것 같아요’
‘흠’
‘사실 저도 특별히 종교를 믿게 된 계기는 없답니다’
‘그렇다면’
‘뭔가요’
‘아마도 운전 업종에 종사를 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왜죠’
‘도로에서는 언제 어떤일이 생길지 알수 없으니까.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 사고가 날수도 있고
취한 승객이 버스안에 들어올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재해가 있을수도 있고
말하자면 한치앞을 알수가 없으니까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줄 종교를 믿는게 아닐까요‘
‘하아 그럴수 있겠군요’
‘뭐 저라도 운전을 한다면
다시 성당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하 하긴 정말 그래요.
전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항상 염주를 손에 꼭 쥡니다‘
‘어 조심하세요’
‘저런 못된놈을 봤나’
‘아슬아슬 했네요’
‘말하자마자 바로 이런일이 생기네. 놀라진 않으셨죠‘
‘괜찮습니다 기사님은요?’
‘뭐 항상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거에요’
‘뭘요?’
‘상대편 차요’
‘음 그거야 저쪽이 잘못을 했으니까
이렇게 노려봐서 겁을 주는거죠‘
‘그럼 상대쪽이 겁을 먹나요’
‘확인할 길은 없어도 겁을 먹는것 같아요.
더군다나 저렇게 본인이 잘못을 한 경우라면
당연히 겁을 먹어야죠’
‘그렇다고 그 차를 따라가수도 없잖아요’
‘물론 따라갈수 없죠 저에게는 다른 목적지가 있으니까’
‘만약 너무 화가 나면요’
‘한번 그런일이 있기는 했어요.
정말이지 승객들이 크게 다칠뻔한 사고가 났었거든요.
울화통이 터져서 그 자리에 그대로 정지를 했는데
뒤에 차들이 하도 경적을 울려대서 다시 시동을 걸었죠‘
‘큰일날뻔했네요 승객들이 놀랐겠어요’
‘맞아요 그날 승객분들이 겁을 먹었죠.
하지만 그때는 어쩔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목숨이 걸려있는 도로에서는
어떤 강인한 사람이라도 예민해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사고를 낼 뻔한 차를 끝까지 노려보고 있어요
이젠 습관이 됐네요‘
‘기사님 이야기를 들으니 드디어 비슷한 점을 하나 찾은것 같아요’
‘누구랑요?’
‘저랑 기사님이요’
‘그게 뭐죠?’
‘노려보는 성격이요
아까 제가 작가들에게는 집요한 성격이 있다고 했잖아요‘
‘네’
‘버스기사도 상대편 차가 사라질때까지 집요하게 쳐다보니까
작가와 버스기사는 비슷한거죠‘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에요 상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만 쳐다보는 거죠
그 이후에는 상관없어요 어차피 내 갈길과 다르니까’
‘하긴 그 점은 다르네요 저는 머릿속이 언제나 이런 도로상황과 같아요
그래서 개중에 어느 블럭에서 충돌이 나면
그곳에 달려가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봐야 돼요.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래야 기록을 할 수 있으니까.
또 그렇게 기록한 사건을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비로소 제가 먹고 살죠‘
‘이를테면 버스기사에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작가에게는 밥줄이로군요
그럼 작가와 버스기사는 비슷한게 아니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거네요’
‘맞아요 어 기사님 빨간불이에요’
‘네 정지!’
‘기사님 저 불빛을 보고도 기분이 묘해지나요’
‘아 아까 담뱃불 말이군요.
그러게요 사실 저도 작가기질이 있나봐요.
뭐 지금은 이렇게 버스기사를 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불빛을 보면 말이죠.
등대의 불빛이라거나
밤하늘의 별빛이라거나
그런것을 보게되면 글을 쓰고 싶어져요‘
‘와 예술가 기질이 있으신가 봐요’
‘네 하지만 거기까지에요.
뭔가 생각이 나다가도 결국 거기서 멈추죠.
그 이상은 떠올리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작가들을 좋아한답니다
제가 못하는것을 해내니까요‘
‘감사하네요. 이렇게 작가들을 좋아해주시니’
‘그럼요. 저는 월급날에는 항상 서점에 가서 책을 뭉텅이씩 사놓는답니다
대부분 보지는 못해도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는거죠 ’
‘네’
‘작가님 빨간불을 보니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작가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갑니까‘
‘기준이요?’
‘질문이 이상한가.
말하자면 이런 거에요.
버스기사들은 빨간불을 보면 멈추고
초록불에는 다시 출발하죠.
그러니 작가도 그런것이 있나하는 거에요
말하자면 인생의 기준 같은것 말이에요‘
‘아 이해했어요. 글쎄요.
아직 저에게는 기준이 딱히 없어요.
하지만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어떤 작가는 글을 쓰기위해 자신을 가둬두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컨트롤 하기위해 정해진 시간에만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더군요.
말하자면 난 오늘 아홉시부터 열두시까지만 글을 써야지 해놓고,
딱 그 시간에만 맞춰 글을 쓰는거에요.
어떤면에서는 자기관리가 대단한거지요.
이를테면 그것이 그 작가들의 빨간불이겠네요‘
‘그렇군요’
‘그런데 전 제 소설의 아이디어를 대부분 특별한 기행속에서 얻어요.
무시무시한 악몽을 꿨다거나
참을수 없이 답답해서 가출을 했다거나
이렇게 버스기사와 장시간의 대화를 나눴다거나
그런 일정한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에서
글을 시작할 좋은 힌트를 찾곤 한답니다.
그러니 자신을 온전히 컨트롤해야만 꼭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건 아닌것 같아요.
기준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것이죠.
도로의 신호등과는 사뭇 다르게
예술가들은 각자 자신의 머릿속에 개개의 횡단보도를 가지고 사는것 같아요‘
‘잠깐만요 어서오세요 손님’
‘...’
‘드디어 손님이 한명 탔네요’
‘네’
‘작가님 그런데요’
‘말씀하세요’
‘저 손님 어떠세요’
‘손님이요? 저 여자?’
‘네 작가님 또래같은데’
‘초면인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왜 물어보세요?’
‘궁금해서요 아직 젊으시니까 작가님의 사랑은 어떤걸지 알고싶어요’
‘저는 사랑을 못해봤어요’
‘아니 왜요 이렇게 재능이 많으신데’
‘대부분 짝사랑이였어요 혼자 좋아하다가 끝나고 마는’
‘그렇군요’
‘기사님은 사랑이 있으신가요?’
‘있지요. 저는 지금 아내와 자식 한명이 있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지금 작가분이 앉은 자리가
제가 처음 아내를 만난 자리에요’
‘와 멋지네요’
‘바로 그때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사랑에 빠지게 됐죠’
‘이제보니 작업의 기사셨네요’
‘하하 그런데 작가님 부디 포기하지 말고 사랑은 꼭 해보면 좋겠어요’
‘왜죠’
‘사랑을 해야 사랑 이야기를 쓸수 있잖아요.
전 벌써부터 작가님 소설이 읽어보고 싶은데‘
‘그건 맞아요 저는 사랑 이야기를 잘 쓰지 못해요
확실히 경험한적이 없어서 그런것 같네요’
‘사랑이라는게 마치 이 버스의 승객들과 같아요.
버스기사와 승객들의 만남이라는게
항상 좋은 결과로만 끝나지는 않거든요.
웃는 낯으로 버스에 탔다가도 뭐 버스기사가 운전을 험하게 했거나
에어컨을 제때 안 틀어주면
승객 기분이 나빠질수도 있고
혹은 손님이 목적지를 잘못 알았다던지
차를타고 있는데 속이 거북해졌다던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중에 내리는 승객들도 생기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말이죠. 작가님도 그런 거에요.
아직 작가님은 마지막 정거장까지 함께갈
자신만의 승객을 만나지 못한거죠‘
‘이야’
‘너무 오버했나’
‘아니에요 기사님 정말 멋져요.
꼭 시인 같으신데요.
한번쯤 시를 써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 고백 한번 못해봤답니다‘
‘정말요?’
‘네 용기가 없어서요
살면서 사람을 좋아하게 된 순간들은 많이 찾아왔지만
번번히 용기를 못냈어요 그래서 짝사랑으로만 끝이나요‘
‘음’
‘저는 막상 운명의 상대가 제 앞에 딱 나타나도 잡지를 못할거에요’
‘아니에요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
‘뭔데요?’
‘아까 삶이 비유의 연속이라고 했었죠?
저도 비유를 한번 해볼게요.
버스를 운전하다보니 저는 저돌적인 편이죠.
뭐 그냥 제 성격이 그런걸수도 있지만
이런 성격을 동물에 비유하면 마치 사자와 같은 맹수라 할수 있어요.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달려드는 맹수.
하지만 작가님은 꼭 그렇지는 않을거에요
소설을 쓰려면 혼자 사유해야 할때가 많잖아요‘
‘네’
‘그러니 타고난 성격은 어쩔수 없는거죠.
대신 전법을 바꿔보는 거에요.
작가를 동물에 비유하면
마치 거미와 같은 것인데
그들은 단어라는 실을 촘촘히 엮어 문장이라는 굵은 줄을 만드는 거미죠.
그래서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을 때 자신이 만든 거미줄에 한순간에 포섭하는 거죠‘
‘정말 아름답네요 이제까지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어요’
‘괜찮나요 제가 오늘은 별의별 말을 다하네요’
‘아니에요 진짜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에요.
비유는 진실로 좋은거에요.
그것은 마치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과 같아서
영감이 떠오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예를들어 노란물감을 칠한것 같은 은행잎 이라던지
스피커 진동처럼 울리는 심장소리라던지
즉 국어시간에 배우던 공감각적 심상들.
비유는 꼭 작가에게 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큰 도움을 준답니다
그것은 단조로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거든요‘
‘이런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담배는 안 피지만 라이터는 꼭 하나 사야겠네요’
‘하하 그건 그렇고,
실제로 한 평생동안 거미줄만 수집하고 살았다는 연구자가 생각나요
전 그 전까지 거미를 징그럽게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거미란 생물은 어쩌면
기사님 말대로
한 생에에 걸쳐 자신만의 문장을 짓는 예술가로도 볼수 있겠네요‘
‘네’
‘기사님 그런데 지금 버스에서 나오는 이 노래는 뭐죠’
‘블루스 모음집이에요. 제가 블루스를 좋아하거든요’
‘노래가 정말 듣기 좋아요’
‘그렇죠?’
-끝-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