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by 김민관

뻘글


‘그런적 있어? 답이 없다고 느껴질때’

‘있지’

‘나한테도 그런 순간이 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를테면 극한 상황에서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

‘말하자면 그런거지’

‘밥 먹거나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런가’

‘왜?’

‘난 있잖아 뻘에 가봐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뻘?’

‘응 집에 앉아서 괜히 뻘짓만 하고 있느니 진정한 뻘을 몸소 체험해 보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나랑 뻘에 한번 가볼래?‘

‘혼자가’


뻘글 2


신세대 인터넷 용어중 뻘글이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말도 안되는 말들.

의미없는 잡스러운 글들.

그런 일련의 쓸데없는 대화들을 모두 일컫는 개념이다.

인터넷 세대들은 언젠가부터 그런 글을 뻘글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일상생활 중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뻘짓하고 있네‘ 라는 표현을 듣고나니

난 이 말이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인

갯벌의 한 음절.

즉 뻘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생각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실제 갯벌은 현대인의 삶 속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쓸데없는 글이란 뜻의 뻘글처럼

갯벌도 정말이지 아주 뻘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근래에 새만금이다 뭐다해서 그나마 있던 갯벌들도

모두 육지로 메워져버린 작금의 상황에

나는 갯벌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해봤다.

한번쯤은 뻘이란 말의 어원과

갯벌의 연관성을 짚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조사결과 갯벌은

실상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생태계였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첫째, 뻘은 어류생산 및 어류의 서식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즉 우리가 먹는 다양한 어류들의 생산 장소중 하나가 뻘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상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뻘짓이나 뻘글이란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행동이란 뜻을 가지게 된걸까.

이유없는 행동.

시간 남아서 하는 행동들.

세상에는 수백가지의 뻘짓이 있다.

어쩌면 헤아리기에 따라서 수만가지도 넘을것이다.

나와 친구는 인천 출생으로

평소 펑펑 남아도는 시간을 할당해

인천 월미도 부근을 찾아갔다.

시간이 펑펑 남아 월미도 앞바다를 산책하는 것도

이 세상의 수많은 뻘짓중에 하나일 것이다.

‘뻘에는 다양한 생물이 산다고?’

‘조사한 바로는 굉장히 무수한 어종이 갯벌에 살고 있어‘

‘그렇다면 갯벌과 뻘이란 단어가 연관된 이유가 뭐야

전혀 관련이 없네’

‘음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능한것도 같아

사실 너랑 내가 알고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어디서 나온걸까?

그것들은 사실 인터넷 뻘글들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잖아.

백수들이 시간남아서 키보드로 깨작깨작 거리는

그런 한심하고 의미없는 글들속에 실은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지.

게다가 쌍욕부터 시작해서 닭살돋는 연인들의 대화하며

끝없이 펼쳐지는 허세들.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언어파괴를 선동하는 잡글들과

지식으로 총 무장한 키보드 워리어들도 있고 말이야.

이런 와중에 또 네티즌들간에 분쟁도 번번히 발생하는데

동시에 그 상황을 타개하려는 해결사도 나타나곤 하지.

더불어 긍정의 전도사도 있어.

그야말로 인터넷이란 바다속엔

별의별 뻘글들이 매초마다 탄생하고 그건 정말 갯벌과 닮았어

수많은 어류들이 서식하는 장소라는 뜻의 갯벌처럼‘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것도 같다’

‘또 하나의 기능을 얘기하자면 뻘에는 오염정화 기능이 있데.

수치적으로 인구 10만명 정도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시킬수 있다고 하네‘

‘그렇구나’

‘엄청나지 그러니 이렇게 조사해 놓고보면

뻘이란 것은 절대 쓸데없거나 무의미하다는 개념을

붙여쓸만한 단어가 아니야

그러니 생각해보면 뻘이 붙은 글자 뻘글은

실은 뭔가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그게 뭘까’

‘나도 몰라 생각해보자’

친구와 함께 뻘을 바라본다.

뻘은 방금 이야기한 두 번째 기능인 오염정화 기능에 이어

심미적 기능 또한 갖추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사냥과 낚시를 즐길수 있는 안락한 장소이기도 하고

조류를 관찰할수 있는 근사한 풍경이 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아는듯이

철새 한 마리가 물고기 한 마리를 물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다.

‘갯벌의 오염정화 기능처럼 뻘글도 오염정화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뻘글은 세상을 오염 시키는것 아닐까

욕설과 서로에 대한 비난이라던지

오죽하면 악의적인 인터넷 뻘글들로 인해

자살을 하는 사람까지 나타났잖아‘

‘그건 확실히 문제점이지,

하지만 그건 뻘글이라기 보단 정확히 얘기해서 악플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진정한 의미의 뻘글이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가볍게 자신의 감정을 배출해내는 글이라고 다시 한번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들면’

‘아 오늘 정말 병신같고 졸라게 지루한 하루다같은’

‘욕이 들어가잖아’

‘그래도 상대한테 욕을 한건 아니잖아’

‘다른건?’

‘새끼 나중에 만나면 얼굴에 똥칠을 해줘야지 개새끼’

‘완전 욕이잖아’

‘그럼 이건 어때.

하루가 지나갔다 항상 그랬듯 난 오늘도 아무것도 안한다.

인생 조또 없다. 허무하다‘

‘너 요즘 그러고 살아?’

‘아니 예를 드는 거라니까’

‘내가 해볼게’

‘그래’

‘비가 주륵주륵 온다. 우산을 챙겨가지 못했다. 그녀도 지금 비를 맞고 있을까’

‘무슨 오글 멘트냐’

‘이런게 너가 말한 느낌의 뻘글 아니야’

‘닭살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구만’

친구가 뻘이 보이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나도 친구를 따라 옆 벤치에 걸터앉는다.

노을이 진다.

세 번째 갯벌에는 홍수와 태풍을 조절하는

자연재해 예방 기능이 있다.


뻘글 3


‘이상 갯벌의 기능이였어’

‘끝?’

‘에이퍼 용지 세장’

‘그래도 유익한 글이네’

‘그렇지 갯벌은 확실히 유익한 곳이야

잠깐만 한가지 더 있다.

뻘은 경제 가치가 농경지보다도 훨씬 우월하데 뒤쪽에 인쇄되서 못봤네‘

‘그래?’

‘알고보니 갯벌을 잘 가꾸고 관리하면 엄청난 자원이 되겠어’

‘응 너가 말한 뻘글도’

‘그렇지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수없는 뻘글들이 쏟아지고 있을거야

한데 그 글들은 생각하기에 따라 매우 유익할수 있다는 거지.

그만한 진실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글이 있을까.

뻘글이라는 건

그 글은 쓰는 사람의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것을 보여주잖아‘

‘오늘 우리의 대화도 일종의 뻘짓이네’

‘그렇지 우리는 하루동안 뻘에서 대화를 나누었지

맞아 이건 일반 한국인들의 정서상 참 배때기 불러터진 뻘짓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려서 일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봐.

분명 우리한테 쌍욕을 퍼부을거라고.

하지만 난 이 대화를 기억해 두었다가 글로 쓸거야.

그럼 이 대화는 절대 무의미한게 아니야

진정한 갯벌의 가치를 전파하는 멋진 뻘글이 되겠지‘

‘정말 뻘짓하는건 노는 작가들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럼 대화에 동참했으니 책 팔리면 원고료 주는거지?’

‘그럼 한 권에 대략 천원씩 떨어질테니까

다섯권 팔리면 김밥천국에서 돈까스 사줄게 ’

‘쪼잔한 녀석’

‘출판시장이 불황이야’

‘그런데 아까 답이 없다고 느껴지던건 이제 답을 찾았어?’

‘글쎄 그런데 아까 벤치에 앉아을때

갯벌 사이로 걷던 게의 모습을 보고 그 답이 얼핏 떠올랐어’

‘게?’

‘생명이야 갯벌 속에는 생명이 살아 숨쉬어.

또한 사람이 뻘짓을 하는 이유는 그 혹은 그녀가 살아있기 때문이지

뻘글도 그렇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쉴새없이 주절거리는 외침이란 말이야‘

‘그래서?’

‘만약 인생을 살아가다가 답이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생명을 떠올려보면 될 것 같아,

맨 처음 유치원에서 야외 견학을 나가

갯벌에서 게를 발견하고 놀람을 감출수 없던 순간.

아니면 처음 아버지께 선물받은 강아지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고

환희에 차 소리를 질렀을때의 순간.

또 아니면 처음 가족이 아닌 타인을 만나 서로 친해졌다는 감정이

들었을때의 그 신선함을 되새겨보고

맨 처음 내가 심은 씨앗이 화분에서 발아해서

강낭콩이 되었을때의 추억을 더듬어보고

잠자는 아기의 숨소리랑.

처음 건전지를 넣고 ON으로 스위치를 돌려 바퀴가 움직이던 미니자동차의 손맛.

이런것들을 가만히 생각하면 문제가 해결될수 있어‘

‘너가 무슨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인생을 살다가 답이 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은

바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하는 거지‘

‘사랑하는 마음? 갯벌에서 뻘짓하다 거기까지 연결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뻘은 정말 굉장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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