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인간 불고기 인간

by 김민관

물고기 인간 불고기 인간


물이 있으면 불이 있다.

불이 있으면 물이 있다.

그렇다.

이건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세상의 이치다.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있고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으며

모든 것에는 저마다 어울리는 제 짝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까.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고 하지만

가령 한쪽면만 있는 경우 말이다.

이럴 경우 정상적인 동전이라 부를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볼 수는 있다.

즉 동전을 같은 방향으로 붙여놓는 것이다.

세상에는 안타깝게 이런 동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상대는 그가 한쪽면만 나오는 동전을 사용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내기에 응하지만

번번히 자신이 패배를 확인해야 한다.

동전이라면 으레 확률이 반반이여야 하는데

실제는 백퍼센트로 자신이 패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앞이 있으면 뒤가 있다는 아주 당연한 이치

하지만 실제로 이 이치가 적용되는 현실은 별로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에 대부분 무릎꿇는다.

난 그 현실의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다.


물고기 인간 불고기 인간 2


사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아니 사건 하나를 목격 했다.

그는 전철역에서 자신의 물건을 들고 쉼 없이 자위를 하고 있었다.

관음증이다.

난 검사지만 경찰에게 알릴것도 없이 즉각 그를 고소했다.

그리고 내 권한을 이용해 그의 사건을 내 관할 밑에 두었다.

그는 상습범이다.

어느 주거지역에서도

길가에서도

목욕탕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가리는 곳이 없었다.

자신의 물건을 직접 휘두른적만 없었다 뿐이지 죄질이 좋지 않았다.

고민했다.

죄질이 나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는 벌금형을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상습범일 경우에는 구속 후 경과에 따라 화학적 거세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딱히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이 없으므로 과하게 몰아붙이기도 그렇다.

이럴때는 대개 보호 경찰을 붙여 정신병원에 보내는게 좋다.

하지만 난 이 사람에게 끌렸다.

정확하게 불타올랐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한 두번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목격된 것만 120건이 넘는다.

아직까지 고소당하지 않았던게 용하다.

난 이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면담을 했다.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하지만 취조실에 불려온 그는 생각보다 멀쩡한 인상의 남자였다.

질문에 그가 대답한다.

‘검사님 저는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제가 아가미로 호흡한다는 사실이죠.

아시겠어요? 검사님은 폐로 호흡하겠지만 저는 아가미로 호흡해요

육지에서 아가미로 호흡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아니 불가능한 일이기에 저의 뇌세포는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물고기 인간입니다.

그런데 물고기란 생물은 철이되면 생식에 대한 본능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이 들고나서부터 합리적인 사고대신 본능만이 남은 저는

암컷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저와는 다른 생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능으로 살아가서는 안 되는 세상이에요.

저는 짝을 찾아야 된다는 일념밖에 없지만

모든 암컷들은 저를 피하기만 할 뿐이였습니다.

결국 저는 자위를 했습니다.

목적지를 잃은 정자를 아무 곳에나 배출한 거죠.

저는 관음증이 아닙니다.

적어도 남이 자위하는 저를 본다는 사실에 쾌락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본능에 따른 행동일 뿐입니다‘

그는 긴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었다.

나도 그를 따라 한숨을 쉬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그것은 말하자면 사건종결이라는 뜻이였다.

이 사람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

자신을 물고기라 생각하는 정신병리 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탓에 행동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라면 충분히 화학적 거세도 고려해볼 만하다.

나는 그에게 그것을 설명해주었지만 그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답답하고 화가 났다.

취조가 끝나고 동료들과 모여 회식을 했다.

고기 뷔페를 찾았다.

즐기는 음식은 고기.

그 중에서도 바로 불고기를 먹는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활동적이고 의욕이 넘치던 나는

사람은 자고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힘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았다.

반면 정의를 실천하고 싶은 의지도 많아

공부를 열심히 하여 검사가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극복했다.

대부분 견디지 못하고 낙오되는 사람들은

감정이 여린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으레 더러운 것들이 있다.

한데 그런 더러운 것들을 다루는 검사란 직업은 어떻겠는가.

당연히 고약한 문제들 투성이다.

그러니 그런것이 싫어 나가떨어질 검사라면

애초에 시작하지를 말았어야 한다.

난 그런 점에서 승리자다.

자칭 물고기 인간이란 남자의 병력을 조사한다.

120건이 넘는 관음증 사건 이전에도 그와 관련된

기분 나쁜 사례들이 제법 많다.

이런 사안을 가볍게 넘겨버리면 앞으로 위험한 범죄를

일으킬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바로 정의감이 불타오르는 순간이다.

어떻게 사람들은 이런 범죄를 곁에서 보고도

아직까지 그렇다할 고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다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난 그 다음날 남자를 정식으로 고소하고

성추행에 대한 국가적 여론을 몰아

이 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안건을 통과받았다.

그러나 막판에 정신병원 측에서 이 남자의 행위는

남성호르몬의 과다분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단순 정신병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화학적 거세에 대한 반박 의견을 냈다.

난 어떻게든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동료들과 연합해 이 남자의 숨겨왔던 수도없는

범죄들을 까발렸다.

사람들이 경악했다.

모든 매스컴들이 일제히 이 남자의 행위를 뉴스로 터뜨리고

비난을 시작한 반면 동시에 그는 유명해졌다.

일순 나와 검사들이 주춤거렸다.

대개 이런 경우 범죄자에게 동정여론이 일어

막판에 사안이 반전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쉬운 상대가 아니다.

나는 정의로운 검사다.

사회의 악은 모조리 뿌리뽑는다.

애초에 이러자고 시작한 일은 아니였지만

이 남자를 아예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

동전에는 때로 앞면만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범죄에서의 대결이라면 난 언제나 승리를 한다.

설사 그것이 사기라도

이 남자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본드로 동전 두 개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내가 병원측 사람과 만난다.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도 갖는다.

모종의 협약을 통해 그들을 설득시킨다.

점점 여론은 굳어져갔다.

일부 죄질에 비해 너무 심한 형벌이 아니냐는 의견이 일었지만

나와 동료들은 말없이 일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그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를 돕자는 것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너무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신을 물고기라 생각하고 있고

수도없는 자위행위를 통해 이미 생식기관이 심각히 손상된 상태다.

정신병원의 의사들도 이야기하지만 그의 정신상태는 현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스러운 상태란다.

이런 경우 안락사가 그를 차라리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 이런 결정에 의아해했다.

뭔가 이렇게까지 진행될 일이 아니라는 움직임이 생겼다.

하지만 언론의 힘이란 막강해서

한번 기세를 타자 분위기는 단숨에 그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흡사 마녀사냥과 같이 그의 사형이 집행되고

마침내 오랫동안 끌고 왔던 사안이 종결됐다.

나와 동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물고기 인간 불고기 인간 3


후일 그 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이미 10년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정의감에 불타올라

한 사건을 강하게 물고 늘어졌는데

그 배후에서 나온 사람이 알고보니 엄청난 정재계 인물이였다.

그러나 쉽게 단념하지 않았고

결국 윗 사람들 눈에 찍혀 검사직에서 해임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과거 자신을 물고기라고 말하던 정신병 환자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게 되면서

얼마후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되다시피했다.

퇴직연금을 받고 검사직에서 물러난 나는

한동안 집에만 박혀서 살았다.

그리고 어쩐지 우울함이 엄습해 왔다.

과거 검사라고 하는 두껍고 멋있는 망토를 두르고 있을때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사람들은 검사란 껍데기가 사라진 나에게 더 이상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모든 말과 행동들이 가시가 박히듯 다가오고

나는 깨어있을때나 잠잘때나 결코 안정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해도 과거 검사였다는 자존심이 남아있어서인지

병원도 쉽게 찾아가지 못한다.

서서히 폐인이 되어가는 기분이였다.

하루는 비가왔다.

우울함을 견디지 못해

집에서 나와 아무곳이나 터벅터벅 걷는데 마침 전시관이 보인다.

입장권을 끊고 미술품들을 관람했다.

이런 그림은 애들이나 보는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보는 그림은 다르다.

아름다운 색채들로 형형색색 그려진 작품들은

내 우울하고 가라 앉아버린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 주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머리에 온통 핀이 박혀 눈이 충혈되고 머리에서 피가 마구 솟구치는

잔인한 그림이다.

난 그 그림 앞에 머물렀다.

마치 이건 내 모습과 같다.

외부의 것이 모두 가시가 되어오는 나에게

이 그림은 마치 너의 마음이 이런 것이냐고 질문하는듯 하다.

가슴이 뻥 뚫린다.

그리고 깊히 위로받는다.

작가의 이름을 확인한다.

그런데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기억을 더듬으니 과거 수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그 이름이다.

바로 물고기인간의 작품이다.

나는 전시관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물고기 인간 불고기 인간 4


박쥐는 낮에는 들짐승이 되고

밤에는 날짐승이 된다.

그건 박쥐의 얍삽한 습성이라 생각할수 있지만

과학적으론 체질이 그렇게 생겨먹은 탓이다.

말하자면 박쥐는 쥐과 들짐승이지만

어느날 진화과정에서 날개를 달았다.

피를 빨고 고기도 먹으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박쥐는 그저 그렇게 생겨먹었을 뿐이다.

난 박쥐 변호사가 됐다.

긴 바바리 코트는 그래서 준비했다.

언제나 나의 정체성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나는 고기를 좋아하고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는

때로는 채식을 할 수 있고

감정적인 사람을 이해할수 있으며

불확실한 것도 받아들이고

정의롭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물고뜯지 않는다.

말하자면 날개를 달았다.

그날 그림을 보고 난 다시 재기를 했다.

혼자서 집에 쳐박혀 있지 않고

공부를 다시 해 변호사가 됐다.

어쩐지 상대의 죄를 캐내야 하는 검사보다

궁지에 몰린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힘 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민완변호사가 됐다.

잘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어려운 사건들이 많다.

수없이 사건을 해결해도 매번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려운 사건들이 또 다시 등장한다.

그때마다 떠올린다.

동전을 사용할까.

본드로 동전의 양면을 붙이면 언제나 상대에게 승리할수 있는데.

고민한다.

사무실 벽면에는 물고기 인간의 작품이 걸려있다.

나는 곧 흡사 박쥐의 날개같은 코트를 사무실에 벗어던지고

셔츠를 단단히 걷어붙인채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기로 했다.

내 답도 틀릴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가치들에 먼저 악수를 내밀기로 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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