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앤더머

by 김민관

덤앤더머


‘형님 꼭 이렇게까지 허야겄소’

동생이 묻지만 형님은 대답이 없다.

그의 손에는 막걸리병이 들려있다.

‘취하셨소?’

‘안 취했다 이놈아’

‘그만하고 집에 갑시다’

‘다 왔어’

말을 마친 형님은 막걸리병을 좌판에 탕 내려놓고

손짓으로 주인을 불렀다.

진열대에 돼지의 머릿고기가 올려져있다.

‘얼마요?’

만류하는 동생의 아우성에도 형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돼지 머리를 샀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정말 이게 머리를 좋게 해준다고요?’

‘머리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눈깔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지고

그게 자연의 이치여‘

‘뭣에 쓸려고 머리 머리 해쌌소’

그 말을 듣고 형님이 발걸음을 뚜벅 멈춘다.

‘뭐시라고 너 그렇게 무시를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온다냐

자식새끼들이 허구헌날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한다고 하는데

무슨 치매기가 있다고도 하고 쓰벌 이런 쓰벌놈들‘

‘사실이잖소’

‘기든 아니든 간에 그럼 나빠지는 머리를 그냥 두고 있자는거여 시방?’

동생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형님 그런데 머리가 좋아질라믄 머리가 아니라 뇌를 찾아야 하지 않겄소

자고로 껍질말고 내용물이 중요하잖어’

형님은 동생의 말을 듣고 다시 동작을 멈췄다.

‘하고 자슥아 진작에 말하지. 그걸 깜빡했네’

형님이 걸음을 옮긴다.

동생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차를 잡는다.

‘어디 가요’

‘바다’

택시기사는 음성을 듣고 뒤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엑셀을 밟았다.

풍경이 사진처럼 스쳐지나간다.

‘바다는 왜요’

‘물만두 아니냐’

‘뭔 소리요 그게’

‘뇌 닮은 음식이 물만두 아니냐고’

‘아이고 형님 진짜 미치셨소?’

그러나 그는 대답이 없이 잠잠하다.

마치 지나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기려는듯이

꿈쩍도 않고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택시가 멈췄다.

이상하게도 거스름돈 계산을 자꾸 틀리는 기사에게

한번 면박을 준 형님은 택시에서 내려 기분이 좋다는 듯 실실거렸다.

‘그런데 형님 물만두가 바다에 있으면 산 낙지는 산에 있다요?’

그러자 형님이 동생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니 아까부터 그런 중요한 말을 왜 자꾸 한 박자씩 늦게 말하고 그냐’

‘안 글케 생겼소 계속 황당한 말을 해쌌으니’

‘퍼뜩좀 말해라 마’

형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만두가 있는 위치를 묻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가까운 마트가 있는 위치를 가르쳐준다.

‘치매는 치매네. 물만두 파는곳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할 말은 없지만’

‘그라지 더 늦기전에 이대로는 안 된다.

진짜 벽에 똥칠하기 싫으면 정신 단디 차려야 된데이’

형님은 동생에게 말하면서 마트에 들어섰다.

가게에는 한 아주머니가 파리채를 휘두르며 생선을 팔고 있다.

‘새댁’

‘할아버지 저 새댁 아니에요’

‘됐고 물만두 어딨수’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손을 들어 할인마트 끝을 가리킨다.

그곳에 또 다른 남자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형님이 그곳으로 가려하자 그녀가 그들을 불러세운다.

‘고등어 안 사세요?’

‘고등어 안사’

‘맛있는데’

‘필요없어 우린 머리에 좋은 음식 찾는거야’

‘머리에 좋은 음식이요? 그럼 고등어죠’

형님이 홱 소리나게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등 푸른 고등어가 머리에 좋다는거 모르세요 할아버지?

것보다 물만두가 왜 머리에 좋데요‘

새댁으로 불리던 슈퍼가게 여인이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자

형님이 멋쩍은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야? 물만두?’

‘저도 잘 모르겠는데 물만두가 왜 머리에 좋지’

‘하긴 고등어가 머리에 좋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럼요 할아버지 싸게 드릴게 고등어 사 가세요’

‘얼마야’

망연자실 쳐다보는 동생의 시선을 뒤로하고 형님은 지갑속에 넣어둔

꾸깃한 지폐를 꺼내 돈을 세었다.

‘만족하슈’

‘그럼 만족하지’

‘돼지머리에 고등어 이게 뭔 꼴이요’

‘꼴은 무슨 좋은 꼴이지’

그 말을 듣고 동생이 허허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형님도 웃음이 나는듯 동생을 따라 웃는다.

그리고 한동안 길을 걷던 둘이 갑자기 거리에 뚜벅 멈춰선다.

‘또 왜요’

형님이 손을 내려다본다

‘이게 뭐지?’

‘고등어 아뇨’

‘고등어 샀어?’

‘아이고 방금 샀잖아요’

‘그래?’

형님은 자신의 손에 들린 봉지를 물끄러미 내려봤다.

그리고 동생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니께 내가 방금 고등어를 샀다꼬’

형님이 봉투를 열어 고등어를 바라본다.

‘하긴 등 푸른것이 머리에 좋다고 허지’

그때 형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뭐여 등이 누렇잖어’

‘에이 형님 이 정도면 괜찮죠’

‘안돼 음식 먹을라면 신선하게 먹어야지

이런거 머리 좋아지는데 도움도 안된다‘

‘갑갑하네’

머리를 긁적이는 동생에게 형님은 고등어가 든 봉투를 내민다.

그리고 지나던 사람에게 등 푸른 음식이 뭐가 있는지 소리치듯 물었다.

한 여고생이 깔깔거리며 말한다.

‘모르겠어요’

‘생각해봐 학생’

‘파란건 저거 신호등 아니에요?’

여학생은 또 깔깔거리며 친구를 앞세우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형님이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건 그러네’

‘이제 집에 갑시다’

‘생각해보니 이까짓 음식 먹는다고 머리가 좋아지겄나

머리가 진짜 좋아지려면 법을 잘 지켜야지‘

‘또 뭔 소리요’

‘쟈가 야기한게 맞다고’

형님이 동생의 팔을 잡아끌고 거리를 성큼성큼 걸었다.

차가 쌩쌩 달리는 횡단보도 앞에 선다.

‘봐라 어떤 의미에선 여자애 말이 맞다

와 어린애들이 교통신호를 잘 지키면

마 우리새끼 머리 좋네 그러지 않나‘

‘형님’

‘법을 안 지키는 시민을 뭐라고 하는지 아나?’

‘몰라요’

‘무법자’

‘그게 머리랑 뭔 상관이요’

‘하모 머리가 좋아봐야 무법자로 살면 무슨 소용이고’

‘그래서요’

형님이 멍하니 말이 없다.

잠시후 푸른 신호등이 켜지가 그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하지만 한 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자

할아버지가 삿대질을 하면서 차를 위협했다.

기사는 차를 끼익 세우고 백미러로 할아버지를 노려보다가

다시 시동을 걸고 거리를 달렸다.

‘죽을려고 작정했소 형님?’

‘지킬건 지켜야제’

그는 이후로도 빨간 불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차를

삿대질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차가 몇 번이고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섰지만

형님은 지치지도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잠시후 그가 길게 숨을 들이쉰다.

‘그만합시다 제 명에 못 죽겄네’

‘그래 나도 못하겄다’

형님이 지쳤는지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횡단보도 길가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 한동안 아무말 없이 앉아있던 동생이

손가락을 들어 가만히 허공에서 돌리기 시작한다.

‘뭣허냐’

‘이거하면 머리 좋아진데요’

‘그게 뭔데’

‘한쪽 손가락으로는 동그래미 또 다른 손가락으로는 세모를 그려보쇼’

‘이렇게?’

‘아뇨 양쪽을 다르게 돌리라꼬요’

형님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듯 눈썹을 찌푸리고 손가락을 연신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겨우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던 형님의 손가락이

다시금 이상하게 꼬부라졌다.

‘넌 잘하네’

‘난 많이 해봤죠, 이름도 써봐요 형님 이름’

‘이름?’

형님은 갑작스런 요청에 놀라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연신 동그라미를 그린다.

‘이름을 써보라니까요’

‘됐다 마 그냥 이거 할래’

‘이름 몰라요?’

‘안다’

‘뭔데요’

‘종거이’

‘알고 있네. 그럼 내 이름은 뭐요’

‘중건이...’

‘맞아요’

동생이 또 다른 질문을 하려하는데 뒤쪽으로 자전거 한 대가 멈춰섰다.

한 순경이 내려 그들에게 다가온다.

‘일찍 오셨네요’

동생이 슬쩍 쳐다보고 대답했다.

‘말도 마 장단 맞춰주기 힘들어.

잘 모시고 들어가고‘

순경이 그의 말을 듣고 형님의 팔을 잡아 세웠다.

누군지 몰라 당황하는 그에게 남자가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아버님 저 아들이에요. 종건이요’

동생이 남자 팔에 부축해가는 형님의 뒤를 터벅터벅 따라간다.

그 뒤로 형님의 둘째 아들 족발집 주인과

고등어 파는 며느리도 찾아왔다.

그리고 길이 끝나는 바닷가 근처에 택시가 멈춰서서 그들에게 손짓을 한다.

택시 기사는 형님의 손자인 중건이였다.

그들 일가는 소문난 효도 가족으로

오늘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때 아닌

시트콤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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