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

by 김민관
44번째 사연: 올 겨울 너무 추워서 어떻게 버틸까요
걱정이에요


'따뜻함을 산다는 건 정말 혁명적인 일이다'
추운겨울 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려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저 횡단보도 건너 편의점 커피만 손에 들면 온 몸이 따뜻해질 것 같은데...
뜨거운 커피물을 한 모금만 마시기만 해도 몸 구석구석이 따뜻해질 것 같다.
사람들의 무관심에 얼어붙은 마음까지도.

하지만 추운 날씨가
1초를 1년처럼 느끼게 한다.
신호등은 분명 30초마다 색깔이 바뀌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빨강에서 정지한 듯
바뀔 생각을 않는다.

그 순간
왼편에 있던 모녀가 도로에 내려섰다.
나도 무심코 발을 떼었는데 바닥을 헛디뎌 바닥에 꽈당 엎어졌다.
코가 얼얼하다.
감각이 없는 걸 보니 부러진 것 같다.
모녀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손을 살랑 흔들며 웃었다. 실은 웃으려던게 아니었지만 추위에 떨다 보니 입꼬리까지 얼었나 보다. 모녀는 내가 웃는 걸 보고 가볍게 목을 끄덕이고 지나갔다.

그렇게 수십 년 같은 수 초가 흐르고 불이 바뀌자 차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 이 순간에도 왜 이렇게 느긋한 걸까?
이런 생각을 태연히 하는데
노란 스포츠카 하나가 쌩하고 나의 허리를 밟고 지나갔다.

차가 급하게 미끄러졌다.


두 번째 날

'따뜻함을 산다는 건 혁명적인 일이다.'
유리문 너머 김이 나는 캔 커피가 보이지만 발이 얼어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나에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모녀가 다가왔다.
딸이 손짓을 했다.
'엄마 어제 그 눈사람.
어제 차랑 부딪혀서 부서졌었는데
또 생겼네 근데 코가 없어졌어'

기억났다. 어젯밤 차에 치여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누군가 횡단보도 위에 조각 난
나를 이곳 편의점 앞까지 옮겨주었나 보다.
누가 베푼 호의인지 몰라도

그에게 신의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에 있으면 분명 따뜻한 온기를 느낄 가능성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대로 기적이 찾아왔다.
'엄마 눈사람한테 내 장갑 줘도 돼?'
딸의 엄마는 고개를 젓고 대신 방금 산 캔 커피를 내 손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모녀가 떠나고
커피가 놓인 자리의 온기가 온몸을 타고 구석구석 퍼졌다. 죽음이 찾아오는 신호였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이런 게 따뜻하다는 거구나.
생각했을 때.
곧 두 팔이 녹아
나뭇가지 두 개와 함께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10분.
내가 태어나 따뜻함을 온전히 견뎌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