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

by 김민관

REVEL 1.

사람들이 몸을 씻는다. 한 남자가 물을 틀었다.
처음엔 차가운 물이 나오고 그는 몇 번 깜짝 놀라다가 곧 따뜻한 물을 맞으며 샤워를 시작했다.
시간이 십여분 흐른다.
몇 사람이 욕탕에 들어왔다가 샤워를 끝내고 사라지고
처음 들어온 남자는 계속 몸을 씻고 있다.
등과 어깨 배가 빨개질 때까지 계속 씻는다.
옆을 지나던 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질리지도 않아?'
남자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젓는다.
말을 한 남자가 무안해서 물 좀 아껴 쓰라는 핀잔을 주고 사라진 후
남자는 개의치 않고 한참 동안 계속 물을 틀었다. 마치 씻는다기보다 물을 흘리는 것 같다. 그렇게 1톤가량의 물이 흘러내렸을까.
어디선가 기계음이 섞인 박수 소리가 들린다.

ROUND 1

사위가 밝아지고
어떤 남자가 열중해서 게임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이다.
그는 요새 유행하는 디펜딩 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제목은
'물 틀어놓기'
캐릭터를 골라 물을 가장 오래 틀어놓는 사람이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공중목욕탕이 배경인데 중간중간 들어오는 다른 적 캐릭터들이 방해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을 소진하면 승리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디펜딩 게임과 다르게 대사로 방해를 하고
플레이어가 여러 선택지에서 적절한 대사로 대꾸하지 못하면 물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대사는 전부 다르다.
그렇지만 대사가 절묘해서 재미가 있다.
한데 최근 게임
밸런스를 파괴하는 신규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포세이돈'이라는 별칭의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물을 쓰기 시작 후 다른 적들이 대사로 방해를 해도 무적이다.
바로 어느 시점부터 '무응답' 모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럼 물 좀 아끼라던지 육탄 모드로 전환해 등짝 스매싱을 연이어 날려도
이 캐릭터는 무시를 하고 계속 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캐릭터를 방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육탄 모드에서 에너지를 닳게 해 기절시킨 후
물 사용을 강제로 중지해버리는 것이다.
혹은 무응답 모드를 쓰기 전에
질리지도 않냐는 강력한 대사로 정신 대미지를 주는 것인데
이 캐릭터는 캐릭터 속성에
'물 쓰기 내성'
이 있어
질리지도 않냐는 말에 정신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그야말로 질리지도 않고 물을 쓰는 것이다.

정말이지 게임 최고의 캐릭터다.
최근에는 이 캐릭터가 버그가 아니냐는 사용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밝혀진 바로는 개발자가 게임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임시 캐릭터라는 썰이 있다.

제목: 포세이돈

오분 글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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