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시원하다

김자까의 55번째 오분 글쓰기

by 김민관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사연 주신 분: 비둘기사랑

사연: 소인배라 그런지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워요. 집에서 회사까지 겨우 2분인데 못 참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많아요. 심각해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마렵다. ㅅㅂ 또다.
회사까지 가는 동안 발을 동동 구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쩐지 나이가 드는 징조인 것 같아 서글퍼진다.
카카오톡이 왔고 또 집에 가는 길이라 하니
남자 친구가 ㅋㅋ 하고 웃는다.
난 심각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겨우 도착해 집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회사에 가기 위해
카톡 택시를 불러 출발했다.
그렇게 회사에 가는 중에 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즐겨보던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더 키디라는 만화가 딱 2020년으로 시대가 설정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올해가 딱 미래시대다.
그러니 얼마 후에는
달리는 화장실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가 있는 장소가 어디든 화장실을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

호출만 하면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카카오톡 택시처럼 내가 신호하면 즉시 사방에서 바퀴가 달린 화장실들이 이쪽저쪽에서 달려오는 것이다.

재밌는 생각 같아서
킥킥 웃고 있는데 택시가 회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회사 앞에 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또 마려워졌다.
머리가 아찔하다.
정문까지 거리는 불과 50미터.

하지만 도저히 그곳까지 갈 자신이 없다.
난 그것을 참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그때 처음 보는 카톡이 도착했다.
화면에는 카카오톡 화장실 어플을 설치하겠습니까?
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생각할 것 없이 링크를 열고 급하게 설치 후
라이언이 삐질삐질 땀을 흘리고 있는
'카카오톡 화장실'이라는 어플을 클릭하니
팝업창이 떴다.

화면에는 고급 화장실은 도착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간이 화장실은 즉시 작동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발을 구르면서 간이를 눌렀다.

그러자 내가 있던 발 주위로 노란 원이 생기더니
노란 불빛이 뿜어져 하늘을 향해 레이저처럼 발사됐다.
그리고 불빛이 닿은 허공에서
짙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내 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안에서 급하게 볼일을 보았고
볼일을 끝내자 안개는 다시 소용돌이치면서 상승했다.
그리고 내가 볼일을 본 자리는
사라지는 안개가 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었다.

후련한 마음으로 당당하게 회사에 가니
모두 오늘 막 출시된 카카오톡 화장실 어플
일명 '노상방뇨' 어플에 대해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은 둘째 치고라도
결국은 노상방뇨라는 점.
그리고 뒤처리를 인공 돌개바람을 사용해 공중분해 함으로써 처리하는 방식이라 무취, 무색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불결하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그러나 소변의 암모니아 성분은 돌개바람과 함께
분해되어 지역의 퇴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 찬성파의 논거였다.

그러나 저러나 반대파의 주장은 무색하게
생각보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고
카카오톡 화장실 어플은 엄청난 유행을 하며
곧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자산가치를 훌쩍 뛰어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하늘에는 노란 구름이 하나 둘 생겨났다.

노란 구름에서는 노란 비가 내렸는데
그래서 나는… 이게 꿈이라는 걸 알았다.
시원하다.
오늘은 회사에 무사히 갈 수 있겠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아 시원하다.

man-624398_1920.jpg
매거진의 이전글포세이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