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생강차 탈래?
김자까의 56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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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삶이 버겁네요. 편하게 살고 싶은데 점점 복잡해지고 무거워지고 힘들어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얘 말이지 내가 이러려고 운전면허를 딴 건 아니거든…
필기시험 그거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데 겨우 따서 실기도 다섯 번 만에 붙고 운전 시작하니까 바로 여기 쿵 저기 쿵 그나마 그때는 살살 부딪혀서 다행이지.
앞 뒤 범퍼는 처음부터 다 깨져가지고 휴,
또 처음에는 도로 나가니까 경적 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무슨 사방에서 화살 날아오는 거 마냥 했다니까.
게다가 깜빡이도 깜박하고 안 키고 들어오는 놈이나,
신호는 안중에도 없는 산호초 같은 년이나,
걔들은 면허 시험을 보기는 한 걸까?
편하게 다니려고 차를 타기 시작했는데
차 타고나서 입이 엄청 거칠어졌어.
나 예전에 욕 한번 안 하던 거 기억나?
'많이 힘든가 보구나'
'아니 뭐 다 힘든 게 아니라, 운전이 힘들다는 거지. 그래도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차를 타고 다니는 거지. 내비게이션
없으면 좌우도 헷갈리는 내가 어떻게 전국을 싸돌아 다니겠니.
그래도 네비에 인공지능 달고 남자 목소리로 해 놓으니까
뭐랄까… 약간 남친같더라
근데 그건 좋은데 잔소리가 너무 심해.
이리로 가려고 하면 저리로 가라고 하고
심심하면 속도를 올리라느니 줄이라느니
내 머리 곡대기에 앉았어 아주 그냥
이젠 나를 잡아먹을 기세라니까.
스스로 학습을 해서 저번에는 이랬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래야죠.라는 식의 말을 하는데 가끔씩 놀래.
이거 정말 기계 맞나.
어디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
'위성에서 보고 있는 건 맞지'
'아 그렇지 그렇네. 그럼 나중에 내 남친은 위성 관계자한테 소개받아야겠다. 여하간 운전은 인생의 축소판이야
붕어빵이라니까.
쉬운 게 하나 없어.
편하자고 타기 시작했는데 뭐 그렇게 달아야 하는 게 많은 거야.
그렇잖아?
내가 태어나고 싶어 난 게 아닌 게 나자마자 유치원에 초등학교에 중학교에 고등학교에 심지어 대학교까지
산 넘어 산, 강 건너 강, 해야 할게 너무 많지.
살기도 전에 질리는 느낌 알지?
차도 그래 계절마다 준비할 게 다 달라.
또 내야 될 보험료도 다 달라.
주행거리마다 신경 써야 할게 다 달라.
도로교통법은 왜 그렇게 자꾸 바뀐데?
안 그래도 어려운 운전이
이렇게 복잡한 것들이 많으니까
가만히만 있어도 수명이 쭉쭉 줄어드는 것 같아'
'차를 파는 건 어때?'
'에이.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어디 가려고 할 때마다 걸어서 다니던 뚜벅이 시절
생각하면 그래도 천국이야.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했나.
너 길 막히다가 도로 뻥 뚫렸을 때 그때 속도 올려서 달리는 기분이 얼마나 짜릿한지 알아?
대학교 때 너 타고 다니던 자전거랑 비교도 안 될걸
지금은 추워서 안되지만 여름에 창문 열고 바람맞으면 마치 첫사랑 남자 친구랑 첫 키스를 하는 것 같은 느…에취'
'창문 열고 달렸어?'
'어제 그렇게 추운 줄 몰라서.
야 근데 너 아까부터 뭘 그렇게 달그락거리는 거야
이 언니 오랜만에 봤는데 반갑지도 않니.
나만 봐 달라고 아이컨택. 아이컨택!'
'생강차 타고 있어'
'감기 안 걸렸다니가…에취'
'인생이 복잡하고 버거울 때는 차 대신 생강차를 타세요
… 어때?'
'뭐야 그건. 아재 개그도 아니고, 언니 개그야?
안 보는 사이에 재밌어졌네
너도 요새 힘드니 왜 그래
안 그러던 애가 그러니 이상하네'
'이야기 듣기만 해도 복잡하고 힘들어 보여서 그래.
그렇다고 일 하는데 차를 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예전보다는 낫다니 말릴 수도 없고
이러나저러나 네 말대로
시작한 인생에서 내릴 수는 없으니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해 줘야 위로가 될까 싶은데
마침 네 뒤에 생강차가 보여서
그래서 타고 있어…
너도 같이 탈래?
이 차는 인생과는 달리
아주 따뜻하고 편안할 거야'
오분 글쓰기 끝
제목: 같이 생강차 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