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 떠오른 전설의 비보, 레인보우 버튼

김자까의 59번째 오분 글쓰기

by 김민관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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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 하기랜드님

사연: 처음엔 유튜브 활동을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요즘엔 이 엄청난 레드오션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요새는 연예인이나 방송국마저 유튜브를 하니 제가 그 사이에 경쟁상대가 될 수 있을지…
한 마디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가 봐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나의 이름은 종학. 최근에 유튜브를 시작했고
채널명도 종학의 학을 '하기'로 발음해서 하기 랜드로 지었다.
지금은 예전에 올려서 반응이 좋았던 게임 리뷰
콘텐츠의 두 번째 영상을 만들어 편집을 막 끝낸 참이다.

혹자는 업로드가 늦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편집 하나하나에 꽤 공을 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말을 하는 유투버이고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애드리브가 내 영상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톡톡 튀는 편집은 필수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적중했는지
하기 랜드라는 나의 유튜브 채널은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그런데 이런 뛰어난 감 때문일까?
가만히 추측해 보았을 때

나는 나의 유튜브의 미래가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채널도 잘 되고 있고
앞으로의 유튜브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던데 나는 왜 점점 유튜브의 세계가 좁아진다고만 느끼는 걸까.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아무래도 내 꿈이 남들보다 훨씬 원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야 밝히지만
나의 꿈은 모든 유투버들의 왕, 튜브 왕이다.
그렇다. 난 유투버라면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그곳은 내로라하는 유투버들이 너도나도 가고 싶어 하는 유튜브의 최종 목적지이자 홍길동에게는 율도국이고
대중들에게는 유토피아와 같은 곳
이름하여 붉은 바다.
바로 레드오션이다.

먼 옛날, 유튜브 초기에 유투버의 왕이라 불리던
골드 D 파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최초로 골드 버튼을 받아 이 이름을 사용했는데
항상 자극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운영정지를 당했고
그때 그가 정지 직전에 남긴 영상 속 한 마디가
전 세계의 잠자는 유투버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내 보물 말인가요? 원한다면 드리겠습니다. 유튜브를
잘 찾아보세요. 난 이 세상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습니다'

그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곧 운영정지됐다.
소문에는 그가 1000만이나 되는 구독자 채널을
일방적으로 삭제당했음에도
그 순간 캠을 바라보며 낄낄 웃는 짤을 만들어
뭇 유투버들의 경이 어린 시선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의 이 한마디로 인해
지금 같은 대 유튜브 시대가 막을 열게 됐는데…….

…. 그만, 그만, 그만하자, 그래 애니메이션 보는 중이다.
솔직히 유투부 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드립 좀 쳤다.
빨갛다 못해 이제는 거무튀튀한,
레드오션을 넘어 블랙 오션을 향해 나아가는
이 유튜브의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머리를 식히고 싶어 애니메이션을 켰다.

그래 절대 비보 원피스.
최후의 섬 라프텔에 있다는 전설의 보물이다.
난 유튜브에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져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어떤 콘텐츠는 내 생각대로 제작할 수 있다.
난 이것이 마치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바다처럼 마냥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근데 요새는
모든 사람이 뛰어드는 대 유튜브 시대라고는 해도
너무 가혹해졌다.
뛰고 있으면 위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리고
뼈 빠지게 손을 흔들어 살짝 떠올랐다 치면
누군가 내 등을 타고 웃음을 터뜨리는 격이다.
쏟아지는 재능 있는 사람들과 연예인들 심지어
방송국 가지 유튜브를 하는 판국에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한숨이 나온다.
다시 오프닝을 감상하기 위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신나는 노래와 함께 고잉 메리호의 출항을 알리는
한 줄기 바람이 분다.
그런데 화면 속 바람이 꼭 모니터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영상 속 바람의 부는 방향에 맞춰 우리 집의 커튼이 돛처럼 바람에 부나 끼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꿈에서 나는 하기하기 열매를 먹은 종이학 열매의
능력자가 됐다.
적들은 내가 손만 갖다 대면 종이학으로 바뀌었는데
나는 이 능력으로 이미 하기 랜드라는 섬을 장악한
상태다.

그런데 보다 강력한 적들은
종이학이 돼버린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가 있어서
이런 적의 경우는 상대의 종이접기 방식을 역으로 분석해 종이학을 몰래 펼쳐 학이 되기 전 학종이 상태로 만든 후에
찢어버리는 전략을 구사하면 됐다.
나에게는 현상금 10억 베리가 걸려있었고 이 구역에서 꽤 악명 높은 해적이었다.

그러던 그때 연예인 유투버 한 명이 하기 랜드를
점령하러 나타났다.
긴 시간의 사투 끝에
간신히 그에게 손가락을 대어 종이학 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웬걸 그는 이번엔 막대한 양의 종이학들이
산더미 같이 합체한 거대 로봇의 모습으로 변신해
내게 다가왔다.

그의 종이접기 방식을 분석해 펼쳐버리려고 했지만
연예인 유투버의 종이학들은 결합 부분이 한치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도저히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봐요, 여기 이거 대체 어떻게 접은 거예요! 이거
반칙 아니야?'
'거기는 삼단 접기와 이단 접기, 개구리 접기가 결합된
부분이에요. 그걸 거꾸로 해야 풀어져요.
당신은 할 수 없을걸요. 나도 혼자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네? 뭐라고요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려요. 올라와서 말해요, 아기요? 아기 랜드?'

굴욕이다.
모처럼 꿈에서나마 연예인 유투버를 쓰러뜨리고 싶었는데
나는 그의 팔 하나도 제대로 해체할 수가 없었다.
아… 아기 랜드라고?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게 일반인과 연예인의 눈높이인 것이다.
방송국과 연예인들은 도저히 정면으로 상대하려야 할 수가 없는 다른 차원의 적들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기분 나쁜 꿈에서 깨기 위해
뛰어내릴 절벽을 찾는데

그 순간 종이학들의 굳걷한 결합체였던
거대 종이학의 뒷모습이 보였다.
평범한.
마치 웅장한 거대 로봇을 떠오르게 하던
전면의 무시무시한 위용과 다르게
그의 뒷모습은 살짝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그런 아찔한 상태였다.

종이학 로봇의 뒷부분은 파들 거리는 색종이 한 장만이 간신히 떠 받치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왜 저 부분을 접어놓지 않았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어쩐지 그가 가엾어서 눈물이 났다.
화려한 모습이 필요해 비싼 정장을 사 입었지만
너무 급해서 아직 속옷도 갖춰 입지 못한 것 같다.
누구보고 아기라 하는지.
속옷도 없는 주제에.

그에 반해 내가 접는 종이학은 완벽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나는 적들에 의해 펼쳐지고 찢어져도 몇 번이라도 다시 만들 수 있을 만큼 종이 접기에 바삭하다.
'나의 인생'에 관해서라면
눈 감고도 접을 수 있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없다.
혹시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나
뒷걸음질을 쳤다.
아래를 내려보니 절벽 밑에 빨갛게 출렁이는 레드오션이 보였다.
저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맞는 장소로 잘 가고 있는 걸까?
바다가 빨간 것은 어쩐지 불길한 징조 같기도 하다.

이곳과 달리
블루오션이라는 바다는 고요하고 평화롭다고만 들었는데 차라리 그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때,
그 순간, 레드오션 끝에 무지개 하나가 떴다.
골드 D 파이가 생전에 그렇게 얻고 싶어 했다던
레인보우 버튼이다.
저 버튼은 구독자의 수와 상관없이
진정 유튜브를 즐기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전설의
버튼이다.

나는 대뜸 모자 하나를 눌러쓰고 풀쩍 점프를 뛰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내 몸이 둥실 떠오른다.
시원하다. 자유롭다.
이 순간에는 진짜 학이 된 것 같다.
유튜브의 끝에는 인생의 종이접기 따위는 필요 없는 이런 완벽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래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학종이가 떨어질 때까지 달리자.
그래서 종내는 유투버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는
유튜브 최후의 섬 라프텔(Laugh tale)로.
떠나자.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레드오션에 떠오른 유튜브 전설의 비보,
레인보우 버튼

*Laugh tale: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보물 원피스가 숨겨있다는 최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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