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기적이라네

김자까의 60번째 오분 글쓰기

by 김민관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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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 김 모군

사연: 기적이란 게 있을까요?


옛날 옛적에 염소가 살았습니다.
근데 음 이 염소는 효자였습니다.
뭐랄까 굉장히 부정적이고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면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래도 효자였습니다.
그 예로 염소의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린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염소는 아버지가 병을 진단받자
왜 하필 당신이 아파 자신이 고생을 해야 하냐며 그의 아버지 마음에 대못을 쾅쾅 박았죠.
하지만 그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그 외에는 아버지를
병원에 모셔갈 수 있는 염소가 없었고
결국 염소는 투덜거리면서 매일 아버지를 용궁 의원에게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을 용궁까지 옮겨주던
바다 거북이에게 물었지요.
'이보시오 거북 양반 솔직히 말해보세요, 내 아버지가 나을 수 있겠소?'
거북이가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습니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염소는 대답도 끝난기 전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픽 하고 웃더니 다시 물었습니다.
'하나만 더 물어봅시다. 거북이 당신은 토끼와의 경주에서 대체 어떻게 이겼소'
거북이는 그 경주는 기적이었다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 말했습니다.
'아하 당신의 아버지에게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겠냐는 질문이군요?'
염소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아니 나는 기적 같은 건 믿지 않수다. 그게 아니라 그날 대체 어떤 꼼수를 썼는지 물어보는 거요. 나한테만 말해봐요
비밀로 할 테니

언짢아진 거북이가 대답했습니다.
'기적이오. 기적은 믿는 이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법이지요.
그날 토선생이 방심을 했고 나는 부지런히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하늘이 도왔다고 할 밖에요'
이후 염소와 거북이는 용궁에 도착할 때까지
기적이 있으니 없느니 서로 온갖 사례를 들어가며
실랑이를 했습니다.

염소도 거북이도 산전수전 겪으며 살아온지라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정말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지요.
그리고 마침내 거북이가 화를 냈습니다.

'각설하고, 불교에는 보신 공양이라는 것이 있소. 자기 몸을 바쳐 기적을 기원하는 보시 방법입니다.
우리보다 더 옛사람들은 가족의 불치병을 낫게 하기 위해 보신 공양을 했다는 것을 알지요? 그렇게 아는 게 많은 분이
니 심청이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겠지요?
바로 우리 동네 이야기 말입니다. 그럼 그 심청이 이야기는 기적이 아니라 뭐란 말이요?'

그러자 이번에는 염소가 보신 공양 같은 헛소리를 한다면서
거북이 등에 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물속에서는 한바탕 물방울들이 부글부글 거렸지요.

그리고 며칠 후 거북이가 다시 염소를 데리러 갔을 때 염소는 마음의 준비는 끝났으니
자신을 보신 공양해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인생 살아봐야 더 좋을 게 없을 것 같고.
희망 없는 인생 먹느니 못한 질긴 나뭇가지처럼 아등바등 사느니 먹기 좋은 이 종이처럼 의미 있는 일 한번 해 봅시다'

염소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 하나를 잘근잘근 씹어먹었습니다.
그건 염소 자신의 이름이 적힌 호적 종이였지요.

거북이는 처음에 거절을 했지만
마침 간을 주기로 하고 도망친 토끼를 대신할 짐승을 찾던 중이라 결국 토끼 대신 염소를 용궁에 보신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염소는 거북이 등에 매여
용궁으로 출발했고
그 길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후 현대에 들어 한의원에서는 염소즙을 제조하기 시작했는데 한편에서는 과거 염소가 용궁에 자신을 보신 공양한 영향으로 이것이 암암리에 전래되어 염소즙이 탄생한
것이 아니겠냐는 설화가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여하간 이후 거북이는 아들을 잃은 염소의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셨고 오랫동안 용궁에서 함께 살아갔다고 하지요.

하나 염소 아버지의 불치병이 완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해진 바가 없는데 모든 이야기에서 염소 아버지는 거북이를 따라 오랫동안 살았다고만 전해질뿐
완치되었다는 표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염소 이야기를 연구하던 일부 학자 중
'김 고트'라는 학자가
꽤 신빙성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는 염소들이 메- - - - - - 하고 우는 모습을 보고 그 음정에 묘한 높낮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음정에 여러 단어들을 대입해 본 결과
염소가 메- 소리 이후에
메 'ㅅㄱ ㄱㅈㅇㄹㄴㅇㅇㅇ'
라는 모음 음절들을 발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서 이 음절에 적절한 단어들을 암호 찾듯 대입해보니
'메- 순간이 기적이라네에에에'

라는 문장을 도출할 수 있었고

학자는 이것이
과거 몸을 바쳐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준 아들을 기리던 염소 아버지의 한 서린 울음소리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자면
그런 고로
우리는 살면서 기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왕왕하는데 사실 그런 논쟁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매사 부정적이고 모든 것을 비난만 하던 염소,
하지만 그의 효심의 깊이를 누구도 가늠할 수가 없듯이 기적은 마음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무언가 같아서입니다.

대부분의 동화가 그렇듯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대부분은 기적이란 종이로 포장된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매 순간이 기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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