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눈 감으면 별이 되지
김자까의 61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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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 서모씨
사연: 낭만이 정말 있나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둘은 산 꼭대기에 올라 숨을 몰아쉬었다.
하얀 고양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하고
검은 고양이가 가만히 듣다가 갑자기 산 너
머 멀리 보이는 건물을 가리켰다.
'하양아, 저 빨간 불빛 멋지지 않아? 인간
들의 건물은 늘 환상적이야. 어떻게 저런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걸까?'
그러자 하얀 고양이가 투덜거렸다.
'인간들이 뭐가 좋다고 맨날 그 소리야
걔들은 우리 먹을 곳 잘 곳 다 빼앗아가는
놈들이야.
제발 낭만적인 소리 좀 그만해'
검은 고양이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회상에
잠겼다.
검은 고양이는 발이 무척 컸다.
그래서 놀림을 받았는데
성격이 둥글둥글했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덩치가 커서 누군가 괴롭히는 일도
없었고 다만 그 때문에 늘 혼자 다녔다.
그런 그에게는 발이 큰 것보다 같은 이유의 다른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큰 발로 인해 맞는 신발이 없다는 것이었다.
딱 맞는 신발은 늘 찢어지기 일쑤였고 그는 결국 수십 켤레의 신발을 고장 낸 후에야 큰 장화를 신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렇게 장만한 장화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을 수 있어 확실히 편했고
그는 1년 내내 장화 한 켤레만 신고 다녔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됐다.
그런데 큰 장화가 하나밖에 없으니
갈아 신지를 못해 냄새가 났고 몇 안 남은
친구들이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가 있기 편한 곳은 생선 비린내가
나는 시장이었는데
한 번은 눈 앞의 생선을 먹다가 인간들에게
쫓겨나는 바람에
그는 어느 폐허가 된 건물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건물은 분명 폐허였는데
한 인간이 매일 아침마다 저녁까지 혼자
공사를 하고 있었다.
외로웠던 고양이는 그와 자연스럽게 친해
졌고 그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이야기는 그랬다.
이 오래된 건물은 원래 인간들의 대형 오피
스텔로 기획되었단다.
그래서 주변에 전철역도 생기고 덤프트럭
도 오가던
매우 큰 규모의 공사현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인부들이 한동안 시위
를 했으며 현재는 모든 인부가 떠난 상태다.
그 또한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 차마 돌아가
지를 못했다.
집에는 자신만 기다리는 가난한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몇 달째 이 건물에 혼자 남아
건물을 짓고 있었다.
해서 이렇게 짓다 보면 언젠가 영웅 같은
존재가 짜잔 하고 나타나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생각
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는 그런 그의 모습이
어쩐지 참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근데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둘이 하게 되니
왠지 재미가 있었고 둘은 잃었던 단짝을
만난 것처럼 매 순간 즐거워했다.
힘든 일이지만 힘이 들지 않았다.
또 남자 몸에서는 땀 냄새가 풀풀 났기에
고양이의 고약한 장화 냄새를 맡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그가
공사장에서 떨어졌다.
얼마 있어 고양이의 신고로 들 것이 오고
그가 병원에 실려가는데
인간이 고양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고양아 이 건물도 언젠가 반짝이는 날이
오겠지? 내가 다 나으면 둘이서 꼭 건물을
완성하자'
그렇게 그는 병원으로 떠났고
장화 신은 고양이는 홀로 건물에 남아 펑펑
울었다.
며칠이 지나 고양이는 좋은 생각이 났다.
밤이면 빛나는 고양이의 눈.
그리고 자신처럼 떠도는 길 고양이들.
그래 빛을 만들자.
고양이는 그 후 집이 없는 길 고양이들을
만나고 다니며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는 멋진 곳이 있다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한 달지 가고 두 달이 지나고 그리고
세 달이 넘어가는 어느 날
깜깜한 밤이 되자 오래되고 커다란 그 건물
에는 층마다 고양이의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됐다.
그건 마치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밤새도록 반짝거렸고
그 불빛이 누구를 향한 빛인지는 오로지
장화 신은 고양이만 알고 있었다.
여하간 이렇게 밤만 되면
인간들이 미처 짓지 못한 건물에서
홀로 장화를 신고 일을 하고 있는 고양이
가 있다.
그를 일러 다른 고양이들은 장화 신은 고양
이라고 불렀고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바로 낭만 고양이였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내 두 눈 감으면 별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