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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니 Apr 20. 2022

아기는 ‘뿅’하고 생기는 줄 알았다

임신에 이상적인 타이밍이란 있는가

빡빡한 스케줄이 몰아치던 우리 삶에 어느 날 예기치 못한 평온이 찾아왔다.

캐나다에도 코로나가 상륙한 거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BC주에는 봉쇄령이 내려졌고 그로 인해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집콕 생활을 하게 됐다.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동안 다소 연락이 뜸했던 오랜 지인, 친구들과도 이때 많이 연락이 닿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많은 지인들이 임신, 출산 소식을 전해왔다.

‘내 나이가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도 슬슬 자녀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2세 계획은 완전 뒷전이었는데,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이라 더 이상 뒤로 미룰 이유는 없어 보였다.

원래 내가 가진 게 아니면 더 탐나는 법이라 했던가? 때마침 우리 부부의 자녀 계획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밴쿠버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던 이웃 언니가 출산 후 아이 키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갑자기 아이에 대한 열망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 하나.

이 세상 모든 아기들이 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한술 더 떠, 엄마가 예전에 흘리듯 하신 말씀이 불현듯 생각나며 그때 그 말씀 한마디에 퐁퐁퐁 믿음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애가 예뻐 보이기 시작하면 애 낳을 때가 된 거라고들 하더라~”



“여보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지금이 꽤 이상적인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남편과 나는 2세 계획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라는 변수다. 하필 이때가 팬데믹이 시작된 첫 해여서, 백신이 나올지, 나온다면 언제 보급될지, 그리고 앞으로 당장 1-2년 동안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모르겠는 불투명한 미래에 마치 도박하는 심정으로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때 내 지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2세를 계획하고 임신을 하긴 했고 그들의 결정 역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의견과 사정이다. 다만 나와 남편은 조금 두려웠고 조심스러웠을 뿐이다.


만약 임신을 했는데 그 와중에 백신이 나오면 과연 그 백신을 임신 중에 맞아야 하는지, 아니면 아이를 낳고 맞아야 하는지. 백신 개발도 안 된 상황에서 아이를 덜컥 갖는 게 정녕 맞는 선택일지. 코로나로 병원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데 지금 임신을 하는 게 옳은 건지 등등.

마치 희뿌연 안개로 막힌 길을 오롯이 우리 둘이 한 발 한 발 헤쳐나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결국 2세 계획은 나중에 백신 나오고 일반인 접종 시작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결론지어졌다.


Photo by Glen Carrie on Unsplash


그렇게 1년이라는 흘러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드디어 백신 2차 접종까지도 다 마쳤지만 상황은 쉽사리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이제는 나조차도 무뎌진 건지, 아니면 앤데믹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였는지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코로나와 별개로, 그냥 내 나이가 30대가 된 이후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시간의 속도에 지레 겁이 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까지 캐나다에 있을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가 캐나다에 살 때 아이가 영유아 시절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남편도 나도 늘 갖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른 아이를 가져야 타이밍이 '이상적'이라고 생각됐다.


이와 관련된 나에 대한 TMI 한 가지를 폭로하자면, 나는 유모차 끄는 것에 요상한 로망이 있다. 캐나다에 처음 정착했을 때, 자녀에 대한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면서 이상하게 유모차에는 관심이 많았다. 그냥 장비병의 연장선인지, 아님 쓸데없는 물욕인지,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이 푸르름 속에서 유모차 끌고 다니는 부모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꼭 캐나다에서 유모차 끌고 산책해야지'하는 선망을 가져왔을 뿐. '선망의 대상이 유모차 밀고 다니는 부모들이라니!' 하고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지만 소심한 항변을 좀 해보자면, 나는 그저 집 앞이 푸르른 자연이고 공기도 맑고 하늘도 파란 이곳에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우리 아기를 보고 싶었고 유모차를 끌고 싶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캐나다에 있을 때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는데 남편과 이야기하며 본격적으로 임신 기간 등등을 계산해보니 지금 노력해서 아기를 낳아도 후년에 출산할 수 있을까 말까였다.

‘세상에! 임신 기간 10개월 포함하면 1년 내에 아이 낳는 건 너무 어렵잖아.’

임신 기간이 10개월 남짓이라는 걸 이론적으로 당연히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계산에 대입해보니, 그제야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한 달 한 달이 소중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여자의 몸은 1년 365일이 가임기간이라고 봐야 한다고 해도 한 달에 딱 한번 배란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기회(?)가 사실 얼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일매일이 배란기가 아니니까.


현실적으로 따져 보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원래는 12월에 한국 갈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 한국에 들어가서 산전 검사도 받고 신체적 준비까지 마친 상태에서 임신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그때까지의 몇 달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일단 우리 둘 다 엽산 먹은 지도 꽤 오래됐고 웬만한 항체는 있을 거라 생각해 한국 방문 전부터 일단 노력은 해보자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계획해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마존에서 배란 테스트기까지 구입했다.

이렇게 약 세 달 정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뿅! 하고 생길 줄 알았던 아기는 생기지 않았고 곧 12월에 되어 한국에 들어갔다.



*Title Photo by Anna Heck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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