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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니 Apr 08. 2022

결혼 5년 차 우리 부부에게 아직 아이가 없는 이유

줄이고 줄여 세 가지

지난 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 아니다. (《2세 계획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브런치 글 URL https://brunch.co.kr/@minminnie/5 참고)

그럼에도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현재, 우리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모두들 그러하듯이 이에 대한 이유는 매우 사소한 것부터 꽤나 중대한 것까지 범위가 넓다.

독자분들 중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궁금하지조차 않을 수 있는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유 1. 신혼을 더 즐기고 싶었다. (마음의 문제)

우리는 12년이라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연애하고 결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고 보니 연애와 결혼은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더 좋은 것이 결혼이더라.

결혼 후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가 생겨 집 안 곳곳을 우리 둘만의 이야기와 물건으로 채우고, 소소하게 둘만의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과정이 너무 좋다.

연애 때는 데이트하다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늘 아쉬웠고, 집에서 혼자 TV를 보다가 재밌는 장면이 나오면 카톡이나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야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저녁 먹고 그저 둘이 소파에 앉아서 같이 TV도 보고, 보드게임하고, 술 한잔 하며 이야기도 나누고, 주말엔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뒹굴 여유도 부려보고, 때론 여행이나 캠핑도 가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

집에서 보드게임(좌) / 캐나다 BC주 Alice Lake에서 캠핑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아이 없이 우리 둘만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내 주변에 아이가 있는 가정을 가까이서 본 바 그렇다.

아이가 있으면 우선 둘만의 여유 있는 시간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건 떠나보낸 지 오래인 듯 보였다.

그래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좋은 이 신혼을 당분간 몇 년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유 2. 캐나다에 오고 첫 2년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의 문제)

2018년에 캐나다에 온 뒤 2020년 초까지는 정말이지 숨 가쁜 일정 속에 살았다.

2018년 5월에 밴쿠버에 왔지만 원래부터 계획됐던 일도 있었고 예기치 못했던 사정까지 생기며 한국행을 그 해에만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이듬해 2019년에는 남편의 연수 일정에 따른 미국행, 그리고 네 번의 가족, 친구들의 밴쿠버 방문이 있었고, 또 남편 공부와 일 때문에 3개월 동안은 덴마크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달력은 2020년 1월까지 넘어가 있었고, 얼마 안 있어 캐나다에도 코로나가 터졌다.

정말 이 어마어마한 스케줄 속에서 아이에 대한 생각은 요만큼도 나지 않았다.

Photo by Aron Visuals on Unsplash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코로나 시국을 겪게 되면서 문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녀 계획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흥미롭게도 두 가지 양가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지금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데 아이를 가지면 시간의 속도가  빨라질  같아 두렵다 생각, 그리고 하나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니 얼른  나이 먹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선 지금 코로나 때문에 백신 문제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하니(그때 당시 팬데믹 초기) 아이 문제는 좀 뒤로 미루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렀다.


이유 3. 경제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돈의 문제)

밴쿠버에 와서 초반에는 남편의 월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는데, 그에 반해 집 렌트비는 너무 비싸서 그때 잠시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받았어야 했다.

그리고 2019년에 덴마크에 가서 살아야 했을 때는 물론 비행기 값, 생활비, 렌트비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그 지원은 어디까지나 남편 본인에 대한 것이었고 내 몫까지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에어비앤비 시세 중 가장 저렴했던 반지하 방에서 월세를 3개월 살았고 대중교통비도 너무 비싸서 중고 자전거를 사서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이 10대부터 20대까지 모은 돈의 많은 부분을 사용했다. (정말이지 덴마크는 식비, 렌트비, 교통비 모두 다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우리는 고작 3개월 살아본 거긴 하지만 북유럽에서 살려면 그 나라 국민이어야 복지국가의 세금 혜택도 보고 높은 물가에 맞는 페이도 받으며 살겠구나 싶었다. 외국인 신분으로서 살기엔 물가가 너무 잔인하다.)

Photo by PiggyBank on Unsplash

대부분의 커플들이 그러하듯이 결혼과 동시에 돈이 훅훅 빠져나가는 일들이 많았던 데다가 점점 오르는 밴쿠버 물가와 환율까지도 감당해야 했기에, 밴쿠버에 와서 처음 몇 년간은 우리에게 외식은 사치라 생각하며 최대한 자제했고 2년 넘게 차 없는 뚜벅이 생활을 하며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살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당장 기저귀 값, 분유 값만 해도 엄청나다고 하던데… 아직 우리에겐 경제적으로 아이 가질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부모님은 낳으면 다 어떻게 살게 돼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집 가계 수준을 정확히 모르고 하시는 말씀일 거라고 생각해 그냥 흘려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2년 봄, 오늘.

우리는 심적으로, 시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어느 정도 생겼고

아이를 맞이할 준비가 된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에게 아이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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