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님이 없네요

금기어는 발설 금지

by 김민혜

2021년. 나는 늘 4년제 대학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방송대 미디어학과에 편입했다. 동시에 새로 오픈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출근했다. 걸어서 20분. 평일 3일, 피크타임인 12시부터 4시까지 일했다. 넓은 매장이라 사장님과 나포함 두 명이 일했었다. 동네에 넓은 프차 카페가 생긴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장님은 레시피를 제일 먼저 외우는 사람에게 3만 원을 준다고 하셨다. 나는 별짓을 다 하며 외우기 시작했다. 걸어 다니며 외우고, 핸드폰에 저장한 레시피를 아무 때나 봤다. 우유의 그램 수가 헷갈려서 종이에 써가며 외웠다. 그러나 3만 원은 다른 알바생이 가져갔다.


아쉬웠지만, 일 못 하는 알바생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상하게도 사장님과 일하면 항상 긴장했다. 그래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사장님만 남게 된 시간이 있었다. 마침 펄이 들어간 음료 주문이 들어왔다. 금방 음료를 만들어내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장님 남편분이 말했다.



" 일 잘하는데? "

" 잘해. 내가 뽑았다니깐. "



그날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바쁜 날이었다. 다들 빠릿빠릿 움직이며 음료를 처내고 있었다. 나는 바로 투입해서 스무디를 만들었다. 그런데 재료 용량이 잘 못 들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장님이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리셨다.



" 다시 만들면 되지. "



왠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용량을 또 틀렸다. 그때 사장님이 화내셨다.



" 우유 170! 요거트 30! 설탕 3! 아직도 못 외우면 어떡해! "



순간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나를 향했다. 아, 큰일 났다. 사장님이 소리 지르는 것에 놀라 블렌더를 급하게 씻었다. 그리고 탁자 위에 붙여진 레시피를 보며 다시 만들었다. 동시에 매니저분이 옆에서 도와주셨다. 알고 보니, 스무디를 주문한 분들이 사장님 가족이셨다. 그러실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맸다. 염소가 음메- 하고 떠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쌓인 설거지를 하면서 푸념 섞인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 아니, 쟤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왜 그랬지? "

" 원래 잘하면서 오늘 왜 그랬던 거야? "



사장님이 매니저님한테 내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내가 틀려서 속상하고, 답답해하셨다. 그리고 매니저분이 쉬는 시간을 가지고, 같이 일하는 동생 현숙이(가명)도 퇴근했다. 나와 사장님만 둘만 남았다. 식은땀이 줄줄 나는 듯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럴 때 내 천성에 애교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너스레를 좀 떨면 긴장이 풀리려나? 눈만 끔벅이며 인사이드 아웃 불안이 처럼 내 머릿속은 대환장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거셨다.



"... 마카롱 먹어. 배고프겠다. "



사장님이 조심스러워하셨다. 나도 알고 있었다. 괜히 혼내신 게 아닌 걸. 나는 냅다 감사합니다, 하고 마카롱을 먹기 시작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꼭 우리 엄마한테 혼난 기분 같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평소 내 머리카락을 만져보시던 사장님의 손길을.



" 탈색을 이렇게 했는데 머리 안 상해? "

" 제가 부모님 닮아서 튼튼해요. "



그리고 어쩔 땐 반찬가게에서 잡채를 가져다주셨다. 그럴 때마다 허겁지겁 먹었다. 솔직히 너무 맛있었다. 그러다 입에 가득 욱여넣고선 말했다.



" 맛있어요. "



같이 일하던 사람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매니저님이 천천히 먹으라며, 음료는 자기가 만들겠다고 하셨다. 사실 옆가게 반찬가게는 사장님 어머니가 운영하고 계셨다. 꼭 우리 할머니가 하신 것처럼 맛있었다. 그리고 일하다 먹는 음식은 꿀맛이었다. 그렇게 주변 사람으로 인해 한 뼘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어린이날.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사장님은 다른 일을 하시다가 가게로 오셨다. 그렇게 4명이서 일하다 일이 터졌다.



" 야! 와플 기계 꺼져있었어! 이거 누가 껐니? "



와플 기계를 마지막으로 쓴 사람은 나였다. 다들 얼어붙었다. 현숙이가 말했다.



" 어? 그거 아까 켜져 있었는데... "



생각해 보니, 내가 쓰고 꺼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치졸함이 여기서 드러났다. 5년이 지난 이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건, 이 순간을 후회하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가게가 난리 나도 회피하지 말걸, 하고. 여기서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변명만 가득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일하던 중간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웩, 나오기 직전에 화장실로 튀어갔다. 먹은 게 없어서 나오는 게 없었다. 나는 입을 헹구고 얼른 가게 안으로 돌아갔다. 사장님은 내가 만들어야 될 음료를 알려주셨다. 늘 그랬듯이 손님으로 북적였고, 나는 견디지 못했다.



" 사장님, 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

" 많이 안 좋아? 괜찮아. 얼른 퇴근해. "



아, 몇 년 만에 공황장애가 다시 찾아왔다. 이후 카페에 출근할 때마다 예기 불안이 시작 됐다. 직감 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일 못 하겠구나. 근데 이걸 뭐라고 말씀드리지? 마침 산부인과에서 난소에 혹이 있다고 하셨다. 그 이유로 카페 알바를 그만두었다. 뭘 잘했다고 마지막 퇴근길에 질질 울었는지. 아마, 사장님이 주셨던 다정한 마음이 좋았던 거 같았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 했던 죄책감. 동시에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느껴질 시선들.


그렇게 나는 근처 마트도 못 가는 은둔 청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카페를 지원하시는 분들에게.



1. 레시피를 눈으로 보며 외우는 것도 좋지만, 사실 잘 외워지는 방법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2. 배달도 하는데 혼자 일하는 카페면 다시 한번 더 생각해 주시기를.

3. 손재주 좋고 동작 빠르신 분은 카페 알바에 최적화.

4. 재료는 미리미리 채워 주는 게 좋다.

5. 홀더, 빨대, 컵 등 떨어지면 그때그때 채워야 여유롭다.

6. 마감하기 15분 전에 영수증함 미리 비워두면 퇴근이 빠르다.

7. 마감 종이에 퇴근하기 전 해야 할 일을 적어두면 좋다.

8. 카페 알바 지원 시, 면접 때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주면 합격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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