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어서

애를 썼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by 김민혜

요즘은 나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교회 사모님을 통해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검사를 해봤다. 그 계기로 도서관에 들려 에니어그램 책을 찾아봤다. 나는 늘 누군가의 애정을 갈망했고, 지적과 비판보단 칭찬을 원했다. 마치 칭찬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그래서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했다.


에니어그램 책에서 말하길, 나는 가슴형과 머리 중심인데 세상은 애써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깨닫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획득했다고 한다. 또 일관성 없는 부모나 불안한 환경이었으면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외부환경을 바꾸려고 애쓴다고 한다.


이 대목을 안 이후로 그동안 내가 왜 애써왔는지 알게 되었다. 정처 없는 물음표를 따라갈 때, 끝은 어디인가 저 멀리서 보곤 했다. 답은 아주 가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으면 무언가를 사준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일할 때 사람들에게 간식을 사주고 커피를 사주었다. 겉포장지로 나를 싸서, 나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가면을 썼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사람은 평소에 잘해주는 사람이니까 적당히 혼내자,라는 마음을 상대방이 가질 수 있도록 잘해준 것도 있다. 참으로 나쁜 마음이다.


그런데 그만큼 애정을 갈구했다. 나 좀 봐주세요, 하고. 사람이 싫으면서도 사람이 좋았다. 애증 같았다. 잘해주고 나서도 나한테 다가오면 피할 때도 있었다. 왜 내 선을 넘어오지? 그때 느꼈다. 나 왜 이래. 그리고 무언가 꽁하고 서운한 게 있으면 말을 안 했다. 그냥 넌 여기서 끝이야. 우리 관계는 끝이야. 하고 쉽게 단정 짓고 극단적으로 생각했다.


이건 연애할 때도 그랬다. 나의 X들은 내 감정적이고도 히스테리 한 성격에 지쳐 떠났다. 그래도 다행히 나중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좋은 안녕을 해서 그나마 괜찮다고 해야 되나. 동물병원에 다닐 때도 수의테크니션 선배한테 커피를 사다 드리면, 딱히 좋아하지 않으셨다. '다음부터는 안 사 오셔도 돼요. 부담돼요.' 그분은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그저 덤덤히 말했었다.


아, 내가 너무 들이댔나. 내 생각만 했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면 나았을 텐데, 하고 후회한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무언갈 해줘도 이젠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주면 거기서 끝인 거다. 상대방의 반응은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선물 줄 돈으로 나에게 쏟았다. 나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 애정을 갈구 하는 것을 그만하고 나를 사랑하고 싶었다. 답은 내 안에 있는데, 바깥에서 찾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에게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내 가족에게 또는 내 부모에게 공경하려고 한다. 결국엔 마지막까지 내 편으로 남은 건 가족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 자신감 있게, 힘차게 나아가면 그 주위에 사람이 자연스럽게 몰린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도,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면 그 끝은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살아갈 힘이 된다. 또 그동안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다면 그저 좋은 것들로 나를 채우기로 했다. 용서하지 못한다는 건,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 같다. 사랑까지는 못 해도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넘길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는 건, 이 세상을 잘 살고 싶다는 뜻과도 같다. 그럼에도 초연해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묵묵히 내 길을 가다 보면 그 주변으로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이 모인다는 것. 그것이 가장 감사한 일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해 줘야 다른 사람도 나를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음을.



작가의 이전글이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