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뷰티를 정말 사랑했었다. 그래서 올리브영 매장 메이트로 입사했었다. 주 5일 오후시간. 4시부터 마감까지 메이트 두 분과 그리고 직원분까지 해서 4명이서 근무를 했었다. 처음 면접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화려하게 생기신 분이 앉아계셨다. 긴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일부러 올리브영에 입점된 화장품들로만 화장을 했었다.
그리고 그걸 어필했다. 예전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어느 전공인지 물으셨었다. 그렇게 입사하면 메이트 교육도 따로 받았었다. 교육을 마치면 근무 매장에서 계산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알아야 되는 것도 많아서 헷갈렸다.
외워야 되는 것도 많았다. 또 포스기엔 많은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매대를 전부 바꿔야 되는 날이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일했던 기억이 난다. 메이트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집으로 갔는데, 직원 분들은 그러지 못했다. 아마 12시까지 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매장이 전자라벨이지만, 종이라벨(가격표) 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월말 마지막 날은 늘 야근 확정이었다. 세일날과 함께 겹치면 그땐 새벽 1시까지 남아서 라벨을 바꿨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분의 말이 생각난다.
' 으악! 다 태워버리고 싶다. '
이런 날이 아니면 평소에는 직원분이 시키시는 일을 하거나, 매대 구역마다 청소했다. 한창 사람이 많았을 때는 한 명이 청소를 하고 두 명이 매장을 봤었다. 그래도 손님이 무언갈 물어보시면 알려드리고, 찾아드려야 됐었다.
나는 제품을 추천하고, 시연해 드리고, 손목에 발색해 보이며 고객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었다. 덕분에 나는 올영 회원 VIP 등급으로 올라서며, 거의 모든 제품을 쓸어 담았었다. 내 장롱에는 화장품이 한가득이었고, 새 제품도 정말 많았었다. 나는 그것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었다.
그리고 뒷면을 보며 성분을 보고 공부했다. 뷰티 크리에이터 영상을 찾아보며 최신 유행을 체득하고 기초템을 공부했다. 나에게 너무 잘 맞은 일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가꾸는 게 즐거웠었다. 그게 손님을 통해서도 이루어지니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목표를 정했었다. 아, 나 올리브영 매장 직원이 되어야겠다.
직영 매장 직원에도 직급이 있다. 트레이너, 캡틴, 점장, AM 순으로. 만약 메이트 경력 1년이 경과되면 패스트 트랙이란 제도로 점장님의 추천서와 함께 서류는 패스 됐었다. 나는 이날이 오기를 떨리고, 고대하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그리고 함께 일한 메이트분들과 친해지면서 동지애를 다지는 게 너무 좋았었다. 오랜만에 또래 분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하는 게 즐거웠고, 어떨 땐 밖에서 따로 모여서 놀기도 했었다. 그중에 취미가 많고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연말에 작은 쪽지와 함께 엄청 큰 수제 빵을 선물하신 분이 있었다. 그 쪽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 민혜 님을 보면 몽글몽글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멍했었다. 그래도 내가 위축되어 있지 않고 잘하고 있구나. 어쩌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첫 세일을 겪었을 때가 생각난다. 매달마다 스카프와 배지를 주시는데 그때마다 디자인이 달랐었다. 나는 머리에 스카프를 동여매거나, 목에 둘렀다. 그리고 화장도 진하게 했었다.
정신이 없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이렇게 열정으로 일한 적이 얼마만인지. 같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날이 길어질수록 직원분과 메이트들 간의 유대감도 깊어졌다. 그리고 30분의 휴게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고,를 저절로 외치며 의자에 앉았다.
나는 계산 줄이 밀려지면 긴장 됐었다. 실수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캡틴분의 지시에 따라 매장을 둘러보며 멘트를 외치고 고객을 응대하는 쪽으로 배치되었다. 그렇게 세일 기간이 지나면 매장은 한가 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 언니, 저는 무슨 색깔이 어울릴까요? 약간 웜 같지 않아요? '
' 평소에 이런 색깔 쓰시죠? '
여성 손님 두 분이 오셔서 퍼스널 컬러를 물어보셨다. 추천드리는 건 자신 있어서 어쩌다 보니 셋이 쭈그려 앉아 깔깔 웃으며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어머, 너무 잘 맞추신다. 그러니까 여기서 일하시나 봐. '
기분이 좋았다. 두 분도 마찬가지로 기분 좋게 매장을 퇴장하셨다. 잡다한 일도 많고, 달마다 메이트끼리 경쟁하는 영업도 있었다. 이후 몇 번 1등 한 적도 있었다. 캡틴이 전체 회의 때 나를 예시로 들고 싶다며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으신 적 있었다.
올리브영은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동료를 보고 버텼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일 주 5일 출근에 대타도 여러 번 뛰고, 직원 분 없이도 해봤던 나날들이 꿈처럼 스쳐 지나간다. 솔직히 지금 하라면 다신 못 할 거 같다.
어떻게 1년을 넘게 버텼는지도 기억 안 난다. 신기루 같은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보보호 서약서에 사인을 해서 메이트 때의 일은 여기서 마치려 한다. 올영은 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주었고, 내 안에 숨어 있던 잠재력을 꺼내준 곳이다. 그만큼 노동의 가치가 어마어마했다.
나는 늘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숨어있었다. 그건 내 자산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기반이었음을.
마지막으로 올영 크루가 되고 싶으신 분들께.
1. 인상은 환하고 밝을수록 좋습니다.
2. 긍정적인 이미지를 무조건 주셔야 됩니다.
3. 화장품에 대한 영업을 연습하면 좋습니다.(어떤 성분인지 어떨 때 써야 되는지, 메이크업 공부 등)
4. 생각보다 업무가 많아서 손이 빠르면 좋습니다.
5. 멀티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합니다.
6. 소통을 좋아하시는 분이면 추천드립니다.